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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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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돼갑니까] 진해 시운학부 매각 문제

경기침체로 매각 협약 무산 … 희망 업체 물색 중
시민단체 “사업 무리수” 지적 … 市 “재산 손실 없고 관심 업체 있어”

  • 기사입력 : 2009-09-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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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적 경기침체로 매각협약이 해지된 진해 시운학부 부지 전경. /진해시 제공/

    지난 7월 29일 진해시청 브리핑실에서 진해시장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있었다. 이날 회견을 자청했던 진해지역 시민단체인 ‘희망진해사람들’은 성명서에서 “시운학부 매각사업이 늦어지면서 시의 여타 사업이 왜곡 집행되는 결과를 낳았고, 시민들은 지방채라는 빚을 떠안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진해시는 해명자료를 내고 “변제한 금액보다 높은 ‘토지’라는 재산을 보유하고 있고, 이자도 이행보증금으로 충당하고 있어 별도의 재정 손실이 없다. 매각작업도 정상적으로 추진 중에 있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시운학부 매각문제는 진해지역의 큰 시비(是非)거리다. 시민단체와 시민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무리수를 뒀다”고 질책하고, 시는 “상황 인식을 제대로 못한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고 맞서고 있다.

    ‘시운학부’는 해군 기술병과학교 시설운전학부의 줄임말이다. 군시설 이전사업의 일환으로 이 시설이 진해항 앞바다 매립지로 옮겨가고 현재 공터로 남아 있는 곳이다. 시청 아래 편 풍호동 305번지 일원 19만3000㎡이다.

    매립공사는 (주)태영·한림 컨소시엄이 맡아, 2003년 착공해 2006년 완공했다. 공사비는 767억원으로, 시는 돈 대신 시운학부 부지를 업체에게 주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여기까지는 전임 김병로 시장 재임기간 중 진행된 일이다.

    2006년 이재복 시장이 취임한 후 사업형태가 변경됐다. 이 시장은 ‘대물변제 방식이 법적하자가 있다’는 지적이 일자 아예 공사비를 현금으로 주고, 대신 땅을 확보한 후 되팔면 더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다고 나섰다. 자신의 선거공약인 ‘300억 재정 확충’과 맥을 같이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 시장의 결정에 (주)태영·한림 컨소시엄이 반발해 법정공방으로 이어졌고, 1년5개월 동안의 소송 끝에 법원의 화해권고 결정을 쌍방이 받아들여 소유권 분쟁이 마무리됐다.

    시는 (주)태영·한림에 공사비와 위약금, 이자 등 908억원을 지급하고 시운학부의 소유권을 확보했다. 908억원은 은행차입금 500억원과 시 잉여금으로 충당했다.

    시는 이어 새로운 개발자로 1400억원을 제시한 Q-시티컨소시엄을 정하고, 지난해 9월 30일 협약을 체결했다.

    매각이 협약대로 진행됐다면 이 시장은 공약대로 약 400억원의 이익을 남기는 공(功)을 세우며 시운학부 건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Q-시티컨소시엄은 부지 개발 총 대금 1400억원의 10%인 140억원의 계약금을 납입하지 못해 3차례나 연기했고, 결국 지난해 12월 협약이 해지됐다.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몰고온 국내 경기침체가 주요 원인이었다.

    이때부터 시운학부는 시의 ‘골칫거리’가 됐다. 물건은 팔리지 않고, 이자만 꼬박꼬박 물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후 진해시는 지난 2월 Q-시티컨소시엄으로부터 계약이행보증금 70억원을 받아 세입 조치, 이자부담을 덜고 한숨을 돌리게 됐지만 매각은 아직 성사시키지 못하고 있다.

    ‘시운학부 매각’ 건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불만은 “이 시장이 책임지지도 못할 괜한 일을 벌여서 시 살림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따라서 빠른 시일 내에 매각해 시와 시민들의 짐을 덜어줘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는 “시운학부 부지 감정가가 1391억원으로 재산상의 손실이 없고, 변제를 위해 발행한 지방채 800억원의 한해 이자 29억원도 이행보증금이 있어 2011년까지는 별도의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며 “현재 2~3곳 업체에서 긍정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어 곧 해결될 것이다”고 밝혔다.

    양측의 팽팽한 공방 속에 ‘일괄 매각만이 능사가 아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시가 여론에 밀려 매각방침을 철회하긴 어렵겠지만, 연차적으로 빚을 청산하고 이 부지를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예산 부담이 커다면 상업지구(전체면적 13%)와 준주거지역(14%)만 분할해 팔고, 나머지 주거지역(70%)은 시가 확보해 공원 등을 조성하는 ‘분할매각’도 제시되고 있다.

    상업·준주거 매각 시 예상 대금은 490억원으로 나머지 300억여원은 시가 감당할 수 있다는 것으로, 공공용지가 부족한 시의 숨통을 틔어주는 동시에 매각부담도 더는 현실적인 해결책이라는 설명이다.

    시는 시운학부를 일괄매각이든, 분할매각이든 어떤 형태로든 빨리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시운학부가 시 재정과 관련된 실질적인 문제외에도, 시민들의 비판이 끊이지 않으면서 행정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지역 내 갈등을 조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복 시장도 공약대로 시운학부를 해결해야만 내년 선거에서 부담을 덜 수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시운학부 매각’은 시간을 끌면서 실리와 명분, 그리고 정치적 상황까지 얽힌 지역 최대의 ‘숙원’으로 표류하고 있다.

    이문재기자 mj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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