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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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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향기 (13) 정홍준 성동조선해양(주) 회장

가난 딛고 세계 Top 10 조선소 일군
“한시도 현장 떠나기 싫어 연수원 옥탑방에 산답니다”

  • 기사입력 : 2009-09-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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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동조선해양 창업주 정홍준 회장이 지난달 25일 통영 안전공단 내 조선소 육상에서 건조 중인 선박을 살펴보고 있다.

    “너무 가난해서 꼭 부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제일 큰 기업을 만들면 부자가 아니겠습니까.”

    본지가 찾아 나선 ‘도전의 향기가 나는 사람’은 통영시 광도면 안정공단에서 세계 조선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있는 성동조선해양(주) 창업주 정홍준(59) 회장이다.

    ◆신문 배달 소년이 조선소 회장으로

    울산에서 태어난 정 회장은 어릴 때 너무 가난했기 때문에 방학이 되면 일을 했다. 신문 배달 일을 하면서 남들이 걸을 때 뛰어다녔다. 그렇게 일하니 약속된 급여인 쌀 한 가마니에 한 가마니를 더 얹어 두 가마니를 받았다.

    며칠씩 굶는 것이 다반사일 정도로 어렵게 살다 보니 어려서부터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힘들게 고등학교를 졸업한 정 회장은 군대에서 전자통신 업무를 맡았고, 제대 후 울산 현대중공업 훈련소에 들어가 용접기술을 배웠다. 당시로서는 최고 직장인 현대중공업, 현대차에 입사 원서를 냈지만 외지 사람들과 마찰이 잦다는 이유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경창기계공업에 입사한 뒤 울진 원자력발전소, 제일안전물산에서 월급쟁이 생활을 했다.

    정 회장은 1986년 조선 관련 기자재를 생산하는 성동기업을 시작으로 창업의 길로 들어서 2003년 주력사인 성동조선해양을 설립했다. 성동은 지난 2007년 DWT(재화중량톤수)기준 세계 5위, 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 기준 세계 8위에 랭크되는 등 신조사업 진출 4년 만에 수주잔량 기준 글로벌 톱 10 신화를 이룩했다.

    ◆용접기 제조에서 6500TEU 컨선 건조

    “현대, 삼성, 대우 등 우리나라 ‘빅3’와 자동화 로봇용접기 생산에 적극 참여하면서 또 다른 발전된 공법으로 선박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정 회장은 용접로봇과 조선생산자동화 장비를 제작하던 성동산업이 자리를 잡으면서 블록공장 등 조선 관련 핵심 분야를 두루 거친 뒤 신조에 뛰어들었다.

    성동은 후발주자답게 최신설비와 최신식 기술을 자랑한다. 1년에 평균 88~93일 비가 오는 점을 감안해 자동화 최신시설을 옥내화하고 전용선대화 및 육상건조공법을 고안했다. 지난 4월에는 육상에서 세계 최초로 6만5000TEU 컨테이너선을 건조시켰다.

    성동산업 마산조선소 엄재홍 사장은 정 회장에 대해 “뛰어난 경영 판단력과 강한 추진력이 컨테이너선 육상 건조에 대한 독보적인 신기술을 낳았다”며 “조선에 대한 그의 큰 꿈이 어떤 다른 신기술로 이어질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900t 골리앗크레인이 설치되는 날의 감회를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기분이 너무 좋은 나머지 잠이 오지 않아 사원들이 다 돌아간 뒤 차를 타고 새벽까지 야드를 빙글빙글 돌았다”며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지난달 25일 정 회장이 직접 안내한 야드에는 도크를 넓히기 위한 매립 공사와 1500t 골리앗크레인 설치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조선소 내에 우뚝 솟아 있는 연구 개발 R&D센터에는 기본설계와 생산설계 엔지니어 총 500여 명이 활기차게 움직이고 있었다.

    조선업계 신흥강자 성동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잘 알려져 있다. 일본 해사신문(The Japan Maritime Daily)은 지난 12월과 올해 1월 두 차례에 걸쳐 성동조선해양을 경제위기가 끝난 후 살아남을 수 있는 강자로 소개했다.

    이 같은 성동의 앞선 기술과 노하우를 세계 선주사와 선급협회 등이 높이 평가하면서 연이은 수주로 이어지고 있다.

    성동은 지난 7월 대형 화물선 4척을 수주한 데 이어 지난달 벌크선 4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체결하면서 조선업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성동은 현재 87척, 64억달러 규모의 수주잔량을 확보하고 있으며 올해 매출 2조5000억원, 오는 2011년엔 매출 4조60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8월 현재 6800명인 고용인원은 2011년 9000명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옥탑방이 편한 ‘야전사령관’

    정 회장은 성동조선해양 본관 중국인 연수원 숙소 한쪽 옥탑방을 숙소로 이용하고 있다.

    이 옥탑방에는 14인치 컬러 텔레비전과 소형 냉장고, 간이 침상 정도가 전부다. 가족을 보기 위해 토요일에 잠깐 울산 집을 찾는다.

    1986년부터 늘 생산 현장에서 숙식을 하면서 총력 지원한 뒤, 그 사업장이 평정되면 자리를 옮겼다. 지금은 조선이 가장 중점 사업이기 때문에 이곳에서 진두지휘를 하고 있다.

    임직원들이 불편할 것 같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정 회장은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지금은 무슨 문제가 생겨도 최고책임자가 있어 바로 해결될 수 있기 때문에 편안해 하는 점도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남에게 알려지는 것을 꺼려 한다.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 직원들이 자신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자신에게 나쁜 얘기를 할 때면 자신을 되돌아보곤 한다.

    남을 돕는 것도 마찬가지. 정 회장은 저소득층에게 생필품과 식자재를 전달하는 ‘푸드마켓’사업, 쌀을 전달하는 ‘사랑의 좀도리’ 운동을 펼치고 있으며, 조손가정, 다문화가정, 장애질환 가구, 한부모 가정, 노인가구 등에 연간 6000만원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알려지지 않은 선행이 더 많다. 사원 자녀의 병원비 마련을 위한 호프데이 행사에서는 별도의 후원금 외 ‘골든벨’을 울릴 줄 아는 ‘훈남’이기도 하다.

    정 회장은 상대의 이름이나 번호를 긍정적으로 풀이하면서 상대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특기를 갖고 있다. 취재 기자에게는 “진짜 호탕하다”며 분위기를 띄웠다.

    ◆세계 최강 조선소 지금부터 시작

    “지금도 새로운 일을 시작할 자세가 돼 있습니다.”

    정 회장은 일 중독자다. ‘영혼이 육신을 너무 힘들게 끌고 다닌다’는 그는 창업 후 이틀 이상을 쉬어 보지 않았다고 한다. 사나흘 연휴에도 이틀을 쉬고 나면 현장에 복귀해야 직성이 풀릴 정도.

    세계 최강 조선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성동산업 마산조선소에 대한 기대가 크다. 주변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어 경쟁력이 높은 마산조선소는 매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유지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정 회장은 안정공단에 조선소를 지을 때도 숱한 난관을 이겨냈다. 당시 식당에 가면 봉지에 인분을 넣어 던지는 등 봉변을 많이 당하기도 했다.

    “태화강이 5년 전만 해도 냄새가 나서 지나가기조차 힘들었지만 지금은 2급수로 바뀌면서 낚시를 즐기고 있습니다.”

    정 회장은 환경문제와 관련 산업이 살면 환경 개선도 가능하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정 회장은 창업 4년 만에 세계 톱 10에 오른 성동을 10년 내 세계 최강의 조선소로 키우려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고 있다.

    신흥 조선소답게 10년 후 경험이 많은 인력과 젊은 신세대들이 최적의 인적 조화를 이루게 될 것을 믿기 때문이다.

    “배를 만드는 모든 사람으로부터 제일로 인정받는 기업으로 평가받고 싶습니다.”

    세계 일류조선을 향한 그의 거침없는 도전에 대한민국 조선산업의 미래가 한층 밝아 보였다.

    ☞정홍준 회장은= 1949년 울산 출생으로 울산고교를 졸업한 뒤 현대중공업 훈련소를 거쳐 경창기계 유압장비 사업부, 울진원자력발전소 정밀용접사업부, 제일안전물산 자동용접사업부 부장을 지냈다.

    1986년 성동기업, 1991년 성동산업, 2001년 성동공업, 2003년 성동조선해양, 2006년 성동기공, 2007년 성동산업 마산조선소, 2008년 성동기공 사천공장을 설립했다.

    분재를 좋아해 300여 분을 가꾸고 있으며 같이 노력하고 보람도 공유하자는 마음에서 최성수의 ‘동행’을 잘 부르고 부추전과 소주를 즐긴다. 사업을 하면서 국세청, 보건복지부 장관, 경남도지사, 재정경제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어려울수록 정면으로 승부한다는 경영철학을 갖고 있으며 사원들에게는 정상에 도전하려면 최상급의 의식구조를 갖출 것을 강조하고 있다.

    글=김진호기자 kimjh@knnews.co.kr

    사진=전강용기자 jk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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