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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차라면 그렇게 팔았겠습니까/김호철기자

  • 기사입력 : 2009-09-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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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2순찰차는 기동력이 생명이다. 신고가 접수된 후 신속한 대처를 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장비다. 좋은 국산 신차들이 나올 때마다 제때 순찰차를 교체, 도입해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이번 경남지방경찰청이 매각한 순찰차들을 보면 그 이유를 이해하기가 어렵다.

    규정이니 권한이니 논쟁을 떠나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내 집에 6만㎞ 남짓 탄 4년 전에 구입한 승용차와 20만㎞를 탄 3년 된 똑같은 브랜드의 승용차가 있다. 둘 중 하나를 버린다면 어떤 걸 버려야 할까? 연식도 중요하지만 당연히 20만㎞를 운행한 차를 버려야 하지 않을까.

    경찰은 6만㎞짜리 순찰차를 버렸다. 뿐만 아니라 20만㎞가 넘는 것을 다 놔두고 10만~15만㎞짜리 19대를 몽땅 버렸다. 6만㎞ 순찰차가 20만㎞보다 연식이 더 오래 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순찰차 교체 규정상 사용연한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생각이 들지만 규정이 그렇다니 할 말이 없다. 그러면 이 때문에 낭비되는 국고는 어쩔 건가? 그건 알 바 아니다. 이것이 규정을 앞세운 ‘경찰의 상식’이다.

    경남경찰청뿐만이 아니다. 전북지방청은 지난 7일 6만3000㎞, 8만5000㎞ 라세티 2대를 비롯해 64대의 순찰차를 1억8000여만원에 매각했다. 15만㎞ 미만이 16대나 됐다. 부산경찰청도 지난 9일 7만6000㎞ 대우 매그너스와 16만㎞ SM3를 포함시켜 총 12대의 순찰차를 고작 3600만원에 팔아버렸다. 경북경찰청은 6만㎞ SM3를 비롯해 15만㎞ 미만 순찰차 18대를 불용차량으로 오는 16일 매각할 계획이다.

    전국적으로 해마다 1000대가 넘는 순찰차가 교체되고 있다. 매각된 순찰차 중 상태가 양호한 순찰차도 상당수라고 생각된다.

    경찰청은 노후 순찰차 교체를 위해 차량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288억7400만원에 달하는 누적 국가 채무가 발생시켰다는 국회예산정책처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상식을 벗어난 ‘경찰의 상식’에 앞으로 얼마나 많은 국고가 계속 낭비돼야 할지 갑갑할 따름이다.

    김호철기자(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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