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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옴부즈맨 칼럼] '신문 없는 날'에 대한 단상- 김상수(경남신문 옴부즈맨)

  • 기사입력 : 2009-09-2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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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며칠 후면 우리는 고향 가는 길에 서 있게 된다. 간신히 차표 한 장을 구해서 숨을 헐떡거리며 고생 끝에 열차에 오른다. 80년대 초까지 추석 귀성열차 풍경은 한마디로 콩나물 시루였다. 객차 안은 앉거나 서거나 별반 차이가 없다. 난간에 매달려 가기도 하고, 짐 얹는 선반 위까지 사람들이 올라가 앉았다. 장시간을 쪼그려 앉아 신문을 나눠 보거나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면서 고향을 향한 설레는 마음을 달랬다. 살기 어렵다고 하지만 그래도 한가위를 맞이하는 마음은 늘 두근거렸다.

    70~80년대 귀성인파가 100만 명을 넘어서자 경남신문 등 지역신문의 지면을 항시 차지했던 제목은 ‘민족대이동’이다. 하지만 옆 사람에게 “고향이 어디냐”고 되묻던 귀성풍경을 담은 기사들은 빛바랜 추억의 한 페이지로 넘어갔다. 대신 주로 정치 사회와 관련해 ‘추석 전 발표’ ‘추석 후 거취 표명’ 등 민감한 사안이 지면 제작의 중요한 코드로 자리 잡았다. 소식을 전달하는 수단이 바뀌고 시공간이 길게 느껴졌던 시절이 사라지면서 새로운 매체로 독자의 흐름도 바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문지면의 독자라는 단어는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 추석 같은 연휴기간 의지할 미디어는 인터넷과 텔레비전 뉴스뿐일까. 신문에서 이탈한 독자들은 어디에 있을까. 신문은 고연령층 특정계층만을 대상으로 하는 매체인가.

    이 같은 몇 가지 의문에 대한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독자는 신문의 제작 목표를 설정해 주는 ‘리트머스 시험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편집자와 독자는 공급자와 수요자의 차원에서 눈높이가 같아야 한다. 신문의 독자는 동일한 의견 내지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기대치에 맞추기 위한 척도로 존재하기도 한다. 정치 사회적 요구를 모두 포괄하려는 일반적인 특성도 뒤따른다. 여기서 신문은 인쇄된 문자에 의존한 미디어의 하나로서 정기성과 현실성을 동반한다. 독자는 시청자의 의미와는 확연히 다르다. 이 점에서 독자가 참여하는 지면 제작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읽는 뉴스에서 참여하는 뉴스로의 전환, 확대가 꾸준히 모색되어야 한다. 독자에게 다가서기 위해 고민해야 할 지점이 무엇인지 드러난다.

    경남신문에서 독자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은 오피니언 면인 ‘여론마당’과 ‘사람, 플러스’이다. 경남신문 오피니언 면에서 논의되는 주제들을 보면 정치, 경제, 국가, 지역정책문제 등 거시적인 사안들이 주류를 차지한다. 다른 일간지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오피니언 면의 쟁점과 필진의 편향성이 두드러진 느낌이다. 이에 비해 일반 독자들이 자유로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공간이 몹시 좁아 보인다. 지역민의 다양한 삶의 현실을 보다 많이 반영하는 데 적극적이어야 한다. 나아가서 사회의 소수 집단에게도 열린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해 본다. 반면 2개 면을 삶과 사람의 관계를 소개하는 ‘사람, PLUS’라는 문패(門牌)의 ‘사람면’은 주목할 만하다. 독자 아니 지역민들은 이 면을 통해 더욱 다양한 정보와 참여 기회를 제공받게 된다. 독자를 배려한 성공적인 지면 제작 사례로 지역신문이 추구해야 할 방향을 시사한다.

    세상이 어지럽게 돌아가면서 정보 전달의 수단은 급변하다 못해 화려한 느낌마저 준다. 반면 종이 신문의 눈높이는 거의 변하지 않고 있음을 실감한다. 영상이나 컴퓨터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 신문이란 매체의 매력은 떨어진다. 어차피 온라인 신문은 미래시장임을 알아야 한다. 신문에서 이탈한 독자들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신문도 그 날의 뉴스가 곧바로 연결되는 자신의 포털 사이트에 충분한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 온라인 서비스에 성공하면 ‘관심도 높은 독자’를 쉽게 확보할 수 있다.

    우리 세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신문 없이는 ‘세상으로부터 고립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혹자는 이를 가리켜 마치 커튼이 내려져 밖을 내다볼 수 없는 것과 같다고 했다. 신문 없는 세상이 우리에게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 질문을 신문 없는 연휴를 보내고 다시 해 볼 생각이다.

    김상수(경남신문 옴부즈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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