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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한·중·일 아동 동화교류 2009’에 다녀와서- 한수연(동화작가/고성 상리초 교사)

  • 기사입력 : 2009-10-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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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중·일 아동 동화교류대회는 어린이들의 체험 활동과 독서활동을 추진하기 위해 일본에서 설립된 ‘어린이 꿈의 기금’ 활동의 일환으로 실시되는 사업이다. 그림 동화를 통해 한·중·일 어린이들이 교류하면서 서로의 문화적 특징과 공통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2002년 한·중·일 국민 교류의 해’를 계기로 시작돼 올해로 7회를 맞았다.

    ‘어린이 꿈의 기금’이란 일본 중의원 및 참의원,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어린이의 미래를 생각하는 의원연맹’이 창설 발의해 2001년 4월에 창설되었다고 한다. 주최는 ‘어린이의 미래를 생각하는 의원연맹’, 후원은 문부과학성, 외무성, 국립국회도서관, 국제어린이 도서관, 주일 대한민국 대사관, 중화인민공화국 대사관, 홋카이도 교육위원회 등이며 마이니치 신문사가 주관했다.

    올해의 주제는 대지(大地)였다. 홋카이도의 광대한 대자연을 체험하면서 인간은 다른 생물들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지, 느끼고 생각한 것을 그림 동화로 만드는 것이 주활동이었다. 7일 간의 체험은 공동 작업으로 세상에 오직 하나밖에 없는 창작 그림책을 탄생시켰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한·중·일 세 나라가 돌아가면서 이 행사를 개최할 것이라고 하는 이야기를 듣고부터 나는 이 무대를 한반도로 옮겨 놓고 바라보기 시작했다. 한국이라면 제주도가 좋겠지? 제주도는 홋카이도에 견주어 손색 없는 곳이다. 제주도의 독특한 지형과 문화를 체험하게 하여 그림 동화책을 만든다면 아주 멋진 책이 될 것이다. 행사의 총 비용은 한국 돈으로 22억원 정도라고 했다. 22억원이라면 한국의 경제력으로 봐서 그리 큰 액수가 아니다. 스포츠 인기 선수의 연봉보다 못한 금액이 아닌가. 우리 국회의원 중 어느 한 사람이 이 ‘어린이 꿈 기르기 기금’을 발의한다면 국회회의장에서 충돌 없이 만장일치로 통과되는 첫 번째 사례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면 한국의 대기업들이 어디 가만히 보고만 있을 것인가? 특히 어린이 상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너도 나도 동참 의사를 밝혀 와서 나라 전체가 ‘꿈 기르기’ 열풍으로 훈훈해질 것이다. 나는 당장 한국에서 이 행사가 개최될 것처럼 마음이 바빠졌다.

    이번 행사에서 한국 아이들의 활동이 단연 돋보였다. 당당한 체격과 창의적인 발표력, 활발한 체험활동을 지켜보는 한국 수행원들은 우리 아이들이 한없이 대견스러웠다. 이 아이들이 자라면 일본이 열광하는 그 한류의 주인공들이 되겠구나 싶어 한국 수행원들은 흐뭇했다. 한 나라의 미래를 보려면 그 나라의 어린이를 보라고 했다.

    마이니치 신문 기자들이 마지막 만찬 자리에서 이번 행사에서 ‘한국 학생들의 활동이 아주 우수했다. 한국은 학생 선발을 어떻게 했느냐’고 묻기까지 했다. 그리고 ‘이번 교류대회에서 가장 리더십이 뛰어난 한 학생을 불러 칭찬해 주고 싶은데 그래도 되겠느냐’고 했다. 한국 수행원들은 기자들이 입을 모아 칭찬하는 그 여학생을 불렀다. 경기도에서 온 학생이었다. 꿈이 외교관이라는 그 학생에게 기자가 말했다. “30년 후쯤 너는 틀림없이 국제무대에서 뛰어난 외교활동으로 이름을 떨칠 것이다. 우리는 너의 이름을 기억하고 지켜볼 것이다.”

    이 말을 듣고 그 여학생은 너무 기뻐 볼이 빨개졌다. 6학년 학생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큰 칭찬이라 오히려 걱정이 되었다. 기자들의 눈에 안 띄었을 뿐이지 그 여학생 말고도 많은 잠재력을 가진 우리 아이들이 그 속에 있는 것을 한국 수행원들은 알고 있었다. 3개국 언어로 일기를 쓰는 아이, 통역 없이도 자유롭게 대화가 가능한 아이, 초등학생이 더 이상 받을 수 없을 만큼 글짓기 수상 경력이 화려한 아이, 그리고 이런 행사가 있는 줄을 모르는 수많은 우리의 아이들이 있다. 아직은 흙 속에 묻혀있는 우리의 귀한 옥들이다. 훗날 세계무대에서 모두 한국의 이름이 될 이런 아이들을 위해 지금이라도 우리는 ‘꿈 기르기 기금’을 꿈꿔야 되지 않을까?

    한수연(동화작가/고성 상리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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