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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7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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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옴부즈맨 칼럼] 세상 읽기의 산 교과서 신문- 김상수(경남신문 옴부즈맨)

  • 기사입력 : 2009-10-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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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랜 기간 신문을 읽다 보니 걱정하는 일이 몇 가지 있다. 우선 당초 취재 의도와는 다른 파장을 몰고 오는 경우이다. 그 파장이 심할 경우 독자들이 알아야 하는 내용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진다. 두 번째로 보도에 있어 사실이라고 불리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는 점이다. 흔히 있는 그대로 쓴다고 한다.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더욱이 사실보도 그 자체만으로도 부족한 일이 많다. 단순한 사실보도 뒤에 고의적 여부를 떠나 진실이 감추어진 경우가 허다하다.

    민감한 사안의 경우 단독보도라는 결과물을 놓고 무리한 경쟁을 벌이기 일쑤다. 특종 기사는 기자라면 누구나 바란다. 다른 매체에 앞서 먼저 보도하고 어떤 식으로든 사회에 파장을 일으킬 것을 기대한다. 이것이 기자라는 직업의 속내다. 데스크의 입장도 별반 다르지 않다. 특종이 아니더라도 지면에 실은 기사가 가공 정도에 따라 경쟁지 또는 다른 매체와의 확연한 차별을 꾀할 수 있다. 이 점에서 무리수를 두거나 기사의 방향이 틀어질 수도 있다. 한마디로 ‘자사 입맛’에 맞는 기사로 바뀌기 십상이다.

    이번 신종플루 보도는 새삼 진실성과 객관성을 원칙으로 하는 취재 원칙에서 매우 벗어난 듯한 느낌이다. 우선 정부의 신종플루 관련 초기 대응 형태를 보면 국민 모두에게 끊임없는 인내심을 강요하고 있는 것 같다. 마찬가지로 언론도 이 문제에 대한 보도 형태에서 많은 착오와 혼선을 유발시킨 책임을 비켜나갈 수 없다. 혼선을 일으키면서 ‘이성 잃은 보도’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지만 다시 한번 언론의 영향력은 대단(?)함을 보여주긴 했다.

    신종플루는 모든 신문과 방송이 초반부터 ‘신종플루=공포’라는 등식으로 기사를 시작했다. 이는 국민들에게 일부 막연한 내용이 전달되면서 혼란과 불안감을 더 안겨주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신종플루로 인한 사망자가 최대 2만명에 이를 수 있다는 정부의 자료가 나오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은 절정에 달한 모습이었다. 결국 신종플루 발생 초기 관련기사를 찾아 보면 보도 수위가 상당히 자극적이다. 이번 소란을 계기로 신종플루 보도에 대한 언론의 재검증 보도가 이어지기도 했다. 아울러 언론의 영향력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반성의 필요성이 거듭 제기됐다.

    경남신문은 사망자 발생 이후 8월 28일 ‘신종플루 공포 병원 보건소 문의 폭주’라는 기사를 통해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려 했다. 하지만 8월 초순부터 쏟아져 나온 신종플루 관련 일부 기사는 사안의 본질을 확대하거나 지나친 감이 적지 않은 모습이다.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인 겉모습에 초점이 맞추어지다 보니 객관성이 떨어졌다.

    각종 행사 취소 등 정부와 지자체의 무리한 대책에 대한 보도도 잇따랐다. 9월 9일 ‘신종플루 행사 취소 능사 아니다’라는 1면 기사를 시작으로 3, 5, 6면에 관련기사를 게재했다. 이날 3면의 ‘지역축제 신종플루 파장’ 전면 기사는 현장의 목소리를 담으려 했다. 9월 10일자 ‘신종플루 축제 취소 반발 확산’, 9월 11일 ‘지역축제 취소 후폭풍 거세다’. 신종플루와 관련해 3일간 연이은 1면 기사는 지역민의 입장을 대변해 주었다. 이어 9월 14일 ‘도내 가을축제 다시 연다’라는 후속기사가 게재됐다. 정부의 행사 불가 지침이 일주일 만에 번복된 것이다.

    속보 경쟁이 무의미해진 근간의 가장 큰 문제는 책임성이 희박해져 간다는 것이다. 무책임한 보도 관행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흔히 소문과 추측을 근거로 확대 재생산하는 기사가 이런 유형에 속한다. 검증되지 않은 엇갈린 보도가 뒤섞여 나옴에 따라 신뢰성이 크게 추락하고 있다. 많은 독자들이 신문에 게재된 기사를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그래서 독자들이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항시 고민하고 반성하는 시스템이 갖추어져야 한다. 검증되지 않고 실체 없는 내용이 전파될 경우 무책임함을 스스로 자인하는 꼴이 되어 버린다. 이 같은 지적은 아직까지 신문이 세상 읽기의 산 교과서임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김상수(경남신문 옴부즈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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