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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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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천량 해전 때 침몰한 거북선 찾아라

▲ 거제 앞바다 거북선 발굴탐사 현장

  • 기사입력 : 2009-10-1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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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북선 발굴 탐사대원들이 거제도 하청면 영구리 괭이섬 앞바다에 입수하고 있다.


    1597년(선조 30년) 원균이 이끄는 조선수군은 거제 칠천량 앞바다에서 왜군의 기습으로 대패했다.

    이 해전(칠천량)으로 조선수군은 돌격선인 거북선 5~7척, 주력 함선인 판옥선 등 조선군선 140여 척이 격침되고, 8000~1만여 명의 수군을 잃는 치욕적인 참패를 당했다.

    현재 경남도는 ‘이순신 프로젝트의 핵심사업’으로 조선수군과 왜군이 격전을 벌인 거제 칠천량 앞바다에서 임진왜란 당시 침몰한 거북선 잔해 등을 찾기 위한 발굴 탐사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에 기찬주말은 발굴 탐사가 진행 중인 거제 하청면 칠천도 앞바다와 괭이섬 인근 해안을 찾았다.

    12일 오전 11시 거제시 하청면 영구리 괭이섬 인근 앞바다.

    진해 속천항에서 임시 배편(영광호)을 이용해 1시간 30여분 만에 도착한 발굴 탐사 현장에는 이미 도착한 최첨단 탐사선 ‘탐사 101호’(40t)와 탐사대원들이 작업 준비를 끝내고 일행을 기다리고 있다.

    이날 발굴 작업은 40여년간 거제 앞바다에서 잠수업을 해온 강모(63)씨의 제보로 괭이섬 앞바다 일대에서 이뤄졌다.

    거제 앞바다는 오늘따라 유난히 잔잔하다. 가끔 큰 선박들이 지날 때면 울렁이기도 하지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방을 둘러보니 거제·고성·마산·진해만이 한눈에 들어온다.

    강씨는 “괭이섬은 물살이 거센 지역은 아니지만 수심이 얕고 물밑에 암초들이 잘 발달돼 있어 교전 중 가라앉은 군선들이 암초에 걸려 묻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한다.

    그는 “15년 전 이 인근에서 작업을 하던 중 목선이 뻘에 묻혀 있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다”며 “당시에는 뻘 속에 파묻힌 목선의 가치를 제대로 몰라 확인하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경남도 이순신프로젝트 김종임 사무관이 “오늘은 꿈자리도 좋고 왠지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다. 모두들 열심히 해보자”며 탐사대원들의 사기를 북돋운다.

    1597년 벌어졌던 칠천량 해전. 원균이 부산의 적 본진을 급습하기 위해 삼도수군 160여 척을 이끌고 한산도를 출발, 7월 14일 부산 근해에 이르지만 사전에 이 사실을 탐지한 적의 교란작전에 휘말려 고전한다. 가덕도 인근에서 적의 기습으로 400여 명을 잃은 조선수군은 칠천량으로 이동해 휴식을 취하던 중 도도·와키자카·가토 등이 15일 달밤을 이용해 일제히 수륙양면 기습작전을 개시한다. 이에 당황한 원균과 여러 장령들이 응전했으나 적을 당해낼 수 없어 대부분의 전선들이 분파되고 전라좌수사 이억기, 충청수사 최호, 조방장 배홍립 등 조선수군의 장수들이 전사한다. 원균도 선전관 김식과 함께 춘원포(현 통영 광도면 항리)로 탈출했으나 추격군에 의해 전사하고 경상좌수사 배설만이 12척의 전선을 이끌고 견내량을 거쳐 한산도로 빠져나오는 데 성공했다.

    그만큼 칠천도 앞바다는 거북선이나 판옥선 등의 잔해가 묻혀 있을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해양탐사 전문기관인 (주)한국해양과학기술과 한국수중공사, 경남발전연구원은 지난해 10월 말까지 해저 지형조사, 해저면 영상조사, 고주파 지층탐사, 자성을 띤 무기류 조사를 위한 지자기 조사 등 최첨단 장비를 동원해 칠천도 해역 767곳을 대상으로 수심 20~22m의 바다 밑 이상물체 여부에 대한 정밀 탐사를 벌였다.

    이 결과 57곳에서 이상물체가 매몰돼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57곳 가운데 뻘층이 1m 이하로 비교적 얕은 25곳은 한국수중공사가 지난해 말까지 잠수사를 동원해 뻘층을 모두 걷어내고, 매몰된 물체를 육안으로 확인하는 작업을 마쳤다. 이 과정에서 조선수군들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밥그릇과 술병 등 60여 점의 유물이 발굴됐다. 현재 탐사단은 뻘층이 2~12m로 두꺼운 나머지 32곳 중 천마산 해안일대 등 나머지 6곳에 대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오전 11시, 탐사대원들과 제보자 강씨 등이 한자리에 모여 뻘 속에 묻힌 목선에 대한 지점에 대한 의견을 서로 나눴다.

    강씨는 “섬의 암초에서부터 바닷속 여(암초)를 따라 내려와 그곳에서부터 일대를 둘러보는 방식으로 작업을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발굴 작업은 제일 먼저 목선이 가라앉아 있을 만한 지점에 대한 부표 작업부터 시작됐다. 잠수복을 입은 탐사대원들이 14~16kg의 웨이트(납덩어리)와 2kg가량의 발목벨트, 산소통 등을 착용한 후 곧바로 바닷물에 뛰어들었다.

    이날 발굴 작업에는 잠수 경력 30년가량의 베테랑 잠수사 최병용 기술이사, 박동춘(57), 유영년(48), 김영철(49) 대원이 참가했다.

    바닷속 탐사 작업은 한 지점을 중심으로 20m가량의 긴 줄을 이용해 큰 원을 그리며 탐사를 하는 ‘원형 탐사’방식으로 이뤄졌다.

    탐사대원들이 바닷속으로 입수하자 탐사선 위 일행들은 대원들이 뭔가 하나(?) 건져 올리기만을 애타게 기다리며 숨을 죽이고 있다.

    잠수한 지 40여분이 지났을 무렵 탐사선에서 100m가량 떨어진 곳에서 탐사대원들이 차례로 물 위로 떠올랐다. 그러나 대원들의 표정이 밝지 않다.

    탐사선 위로 올라온 박 대원은 “바닷물 속 시야는 대략 10m 정도로 상당히 좋지만 여(암초)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지금 탐사한 곳은 모래(마사토)가 깔려 있다”고 말했다.

    강씨는 “여(암초)를 찾는 것이 우선인 것 같다. 여를 찾은 후 끝 지점에서 거제 방향으로 방향을 잡아 작업을 진행해 보자”고 다시 제안한다.

    일단 오전 탐사를 마무리한 탐사단은 간단히 점심식사를 끝낸 후 오후 1시20분 2차 탐사를 시도했다. 그러나 결과는 마찬가지. 여(암초)는 발견했지만 강씨가 발견한 목선은 찾지 못하고 40여분 만에 수면 위로 올라왔다.

    오후 2시45분께부터 시작된 3차 탐사는 약 40여분간 진행됐지만 별다른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해야만 했다.

    경남도 주관의 거북선 발굴 탐사 작업은 이달 말이면 종료된다. 이제는 민간 주도 형태로 전환한다. 11월부터는 해양자원문화(대표 김성수)가 세계적인 수중 탐사기술을 보유한 미국 아쿠아서베이사와 함께 거북선 발굴 탐사 작업에 나선다. 또한 향후 거북선 탐사는 21세기 이순신 연구회(회장 이창희)가 전담하게 된다.

    이와 함께 경남도는 칠천도 앞바다에 어초용 거북선과 판옥선을 빠뜨려 CCTV를 통한 거북선 침몰지 관광자원화 사업과 칠천량 해전공원 조성 등으로 관광객들이 거북선의 과학성과 칠천량 해전의 역사성을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는 교육장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글·사진=이준희기자 jh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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