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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강보의 논술탐험] (69) 마음에 와닿는 독후감 쓰기

책의 주제 맞춰 글감과 경험을 어우러지게 하라

  • 기사입력 : 2010-01-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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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샘: 오늘 논술탐험은 독후감을 쓰는 방법에 대해 공부해 보자. 2009학년도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와 모 대학 의대에 복수합격해 고민 끝에 의대에 갔다는 대학생의 독후감을 예로 들거야. 그 학생이 리포트로 제출한 독후감을 글샘의 사이트에 올려 부족한 점을 지적해 달라고 했거든.

    글짱: 대학에서도 독후감을 쓰는 수업이 있나요?

    글샘: 대학입시가 끝나면 글쓰기와 담을 쌓는 줄 알았지? 그렇지만은 않아. 대학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1학년 교양과목엔 글쓰기 수업이 있단다. 오늘 소개하는 대학생은 고교 시절에도 글을 참 잘 썼어. 대학에 들어간 뒤 공지영의 소설 ‘도가니’를 읽고 쓴 글인데, 글쓰기 실력이 더 탄탄해진 것 같더구나. 그 학생은 어색한 부분이 많다고 했지만, 그다지 흠 잡을 곳 없이 잘 쓴 독후감이야. 먼저 글머리 부분을 보자.

    ☞ 예문 1 : ‘도가니’는 무진시를 배경으로 한다. 소설 ‘무진기행’의 배경이기도 한 이곳은 한 치 앞도 내다보이지 않는 안개가 특징적이다. 고요한 아침을 살짝 뒤덮는 정도의 그런 안개가 아니다. 숨이 턱 막힐 만큼 답답하지만 사방으로 자욱해서 발버둥을 쳐본들 벗어날 수 없는 강력한 트라우마. 무진의 안개는 그런 것이다. 들을 수 없고 말할 수 없는 아이들이 당한 성폭행은 무진의 안개와 같았다. 숨이 막혀도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런 나날이 하루 이틀 계속되고 아이들이 만신창이가 되어갈 때, 전근 온 한 선생님이 안개 속을 헤매고 있는 아이들을 발견하게 된다. 그렇게 해서 모인 몇몇 어른들과 더 이상은 버틸 수 없는 아이들이 힘을 합해 거짓과 협잡, 그리고 폭력이라는 거대한 안개에 맞서 싸운다.

    글짱: 글머리가 독특하네요. 흔히 쓰는 독후감의 형식은 아닌 것 같은데, 어떤 점이 돋보이는 건가요?

    글샘: 소설 ‘도가니’의 배경인 무진시와 또 다른 소설 ‘무진기행’을 연관시켜 안개를 독후감의 모티프로 삼았다는 점이지. 독후감의 뒷부분엔 자신이 의과대학에 입학한 뒤의 심적 변화와 고민을 연결 짓고 있단다. 아마 ‘무진기행’이라는 소설은 이 학생이 고교 국어시간에 배웠거나 한번 읽은 작품일 거야. 특히 충북 음성에 있는 꽃동네 봉사활동을 했던 중학교 3학년 때의 체험을 곁들여 ‘소아과 의사’를 꿈꾸는 예비 의사로서의 갈등과 그 극복 과정을 잘 담아 내고 있더구나.

    글짱: 의대 입학 후의 고민 과정을 소설의 내용과 어떻게 연결 지어 썼나요?

    글샘: 마음이 담긴 글이 좋은 글이라는 얘기처럼, 이 독후감에는 글쓴이의 솔직함이 드러나 있다고나 할까. 이 학생의 갈등 대목을 간추려 예문으로 정리해 볼게.

    ☞ 예문 2 : 내가 처음으로 의사가 되고 싶었던 건 꽃동네에서였다.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허드렛일을 돕는 내가 그렇게 무기력할 수가 없었다.

    ☞ 예문 3 : 소아과 의사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입학을 하고 보니 소아청소년과의 전망이 좋지 않다는 얘기를 많이 듣게 되었다. 인정하기 싫지만 그런 말에 아주 흔들리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래서 밖으로 많이 말하고 다녔는지 모른다.

    ☞ 예문 4 : 흔들리는 나를 붙잡으려고 노력하던 시기에 이 책을 만난 건 행운이었다. 소아청소년과의 전망이 좋지 않다고 할지 모르지만, 소아청소년과 의사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은 여전히 존재함을 다시 한번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글짱: 이 부분을 보니 어떤 느낌이었는지 대략은 알 것 같아요. 그런데 독후감 전체 흐름은 어떻게 전개했는지 궁금하네요.

    글샘: ‘도가니’라는 소설의 줄거리를 언급하면서도 소외된 아이들에게 고통을 안겨준 성폭력에 대한 사회문제를 자신의 생각을 곁들이고 있단다. 여러 군데 나오지만 그중 한 부분을 소개할게.

    ☞ 예문 5 : 그렇게 아이들의 상처를 친자식의 상처로 여기는 몇몇 어른들과 그들을 부모처럼 여기는 아이들의 힘겨운 싸움이 결국 완전히 끝나지는 못한 채 소설이 종결된다. 폭력의 도가니에서 아이들을 구출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아직도 진실보다는 거짓과 폭력이 쉽게 통하는 세상이니 완전한 승리라 하기는 어렵지 싶다. 안타까운 마음이 없지는 않지만 ‘우리도 남들과 똑같이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아이들의 말에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낀다.

    글짱: 그동안 논술탐험에서 글샘이 강조한 독후감의 구성요소를 잘 갖춘 글인 것 같아요.

    글샘: 하지만 내 기대치가 너무 높은지는 몰라도 마무리 부분이 조금 단조로운 게 아쉬운 점이야. 독후감은 다음과 같이 끝난단다.

    ☞ 예문 6 (마무리) : 진정 명의가 되고 싶다면 인간에 대한 사랑을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과 때는 본격적인 전공과목을 배우지 않아서인지 다소 느슨하게 생활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흘러가는 순간순간이 의사로서 실력을 키우는 시간이 아니라면, 따뜻한 마음을 닦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글샘: 그래서인지 이 대학생도 글을 올리면서 “퇴고를 해보면 부족함을 많이 느껴요. 글 후반부로 갈수록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라고 써 놓았더구나.

    글짱: 짚어주기를 할 때 어떤 조언을 해주셨나요?

    글샘: 전체적으로는 마음에 와 닿는 글이라고 했지. 마치 유명 수필가의 작품을 읽는 느낌이었고, 나중에 가슴이 따뜻한 의사가 되리라 믿는다면서. 그러나 마무리 부분에 대해선 천칭구조를 생각하며 조금 다듬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어. 독후감 같은 감동글엔 주장이나 바람의 문장보다는 여운을 주는 문장이 어울릴 때가 많다고. 그래서 마지막 단락은 ‘소설 속의 안개’와 ‘내 삶의 안개’를 저울의 천칭처럼 대비시켜 <지금 이 순간 나는 무진의 짙은 안개 속을 헤매다 빠져나온 것 같다. 비록 사념(思念)의 안개가 또다시 내게 깔릴 수도 있겠지만….> 정도로 마무리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권했단다.

    글짱: 짚어주기 조언을 그 대학생은 어떻게 받아들이던가요?

    글샘: 그 학생은 마음가짐이 본받을 만하단다. 고교시절엔 언제나 공모전이 끝난 뒤에야 글샘의 사이트에 습작글을 올렸어. 이 독후감도 교수에게 리포트를 제출한 뒤에 첨삭해 달라고 한 것이거든. 글쓰기 첨삭 조언은 다른 글을 쓸 때 밑거름으로 삼을 뿐, 그로 인한 부가 이득을 바라지 않는 학생이지. 이번 조언 글에도 감사의 댓글을 달아 놓았어. 자신도 모르던 잘못된 글쓰기 습관을 지적해줘서 고맙다고. 그런 마음이 있기에 독후감 한 편을 쓰더라도 그 느낌이 가슴에 와닿는 글이 되는 건 아닐까. 독후감을 쓸 땐 여러 방식이 있겠지만, 오늘 논술탐험에서는 ‘책의 주제에 맞춰 다양한 글감을 자신의 경험과 어우러지게 써야 글맛이 난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좋겠어. /경남신문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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