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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2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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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3·15뮤지컬 '삼월이 오면'

50년전 민초들의 민주열망
빼어난 연기로 되살아났다

  • 기사입력 : 2010-03-1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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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일 마산 3·15아트센터에서 개막된 뮤지컬 ‘삼월이 오면’ 공연에서 슈샤인 보이(구두닦이)들과 시민들이 역동적인 춤과 노래로 무대를 장식하고 있다./이준희기자/ 

    “일어나라. 3·15는 부정선거, 내 표를 돌려달라. 협잡선거 물리치고 민주주의 살리자.”

    “기억하라 이 날의 뜨거운 함성을. 기억하라 이 날의 아름다운 몸짓을…. 꽃다운 열두 님들 붉은 피 뿌리며 목숨으로 외친 민주주의를 피로써 노래한 숭고한 자유를. 기억하라 이 날의 뜨거운 함성을. 기억하라 3·15….”

    3·15부정선거에 항거한 마산시민의 정신을 담은 뮤지컬 ‘삼월이 오면’(연출 문종근)은 관중들의 가슴에 벅찬 감동으로 다가왔다.

    관중을 압도하는 배우들의 눈빛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피 흘리는 군중들의 함성은 잊혀져 가는 ‘3·15 정신’을 되살리기에 충분했다.

    관객들은 한결같이 “너무 감동적이었다. 2시간 동안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는 등 작품에 대한 놀라운 반응을 보였다.

    3·15의거 50주년을 기념한 창작 뮤지컬 ‘삼월이 오면’의 첫 무대가 15일 오후 7시 마산 3·15아트센트 대공연장에서 성황리에 막이 올랐다.

    뮤지컬 ‘삼월이 오면’은 1960년 3월 15일을 배경으로, 가진 자의 역사가 아닌 최하위 계층인 주인공 구두닦이 오성원과 그가 사랑한 방직공 송이, 보리수 다방 서마담 등 민초들의 관점에서 바라본 3·15에 관한 이야기이다.

    무대는 80대 노인 서마담이 50년 전인 1960년 3월15일, 보리수 다방에 양담배 2보루와 구두통을 두고 간 구두닦이 오성원을 회상하며 시작된다. 극 중간중간 슈샤인 보이(구두닦이)들의 경쾌하고 발랄한 무대는 관중들에게 춤과 웃음을 선사하며 무거운 주제인 3·15를 관객들과 함께 느끼며 호흡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또 마산항의 뱃고동 소리와 부림시장 상인 등 각양각색의 군상들과 60년대 마산의 판자촌을 나타낸 무대장치들이 극적 재미를 더한다. 여기에 주인공 오성원과 송이의 아름답고 애틋한 사랑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특히 자유당 정권의 부정선거에 맞서 “3·15는 부정선거, 내 표를 돌려달라”고 외치며 거리로 뛰쳐 나온 군중들이 경찰의 총부리 앞에서 피 흘리며 쓰러지면서도 끝까지 민주주의를 외치는 장면에서는 온 몸에 전율이 느껴질 정도였다.

    무엇보다 “민주주의는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외면하던 오성원이 사랑하는 여인의 죽음과 군중들의 피흘리는 모습 앞에서 갈등과 번민을 거듭하다 “민주주의”를 외치며 거리로 나서는 그의 모습에서는 죽음을 초월한 결연함을 엿볼 수 있다.

    아쉬움도 남았다. 일부 배우들의 관중을 사로잡는 무대 장악력과 흡입력, 깨끗한 대사 전달능력 부족은 과제로 남았다. 또한 하이라이트 부분인 주인공 오성원이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지는 장면에서는 관객들이 작품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 부족으로 배우와 관객이 함께 호흡하지 못하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뮤지컬 ‘삼월이 오면’은 21일까지 마산 3·15아트센터 공연을 마친 후 오는 30일 창원 성산아트홀 대극장에서 오후 3시·7시 다시 무대에 오른다.

    이준희기자 jh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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