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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또 하나의 명품으로 탄생될 통영시립박물관- 이달균(시인·마산문인협회장)

  • 기사입력 : 2010-07-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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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소장품들은 나의 영혼이며, 숨결이요, 마지막까지 함께할 생명이다.”

    이 말은 한 선각자가 50여 년간 모아온 2000여 점의 분신과도 같은 고미술품을 통영시에 기증하면서 남긴 말이다. 기증서를 주고받던 두 남자는 북받치는 감동에 얼싸안고 펑펑 눈물을 쏟았다.

    여든둘의 노인은 한 생애의 모든 것을 떠나온 고향에 바친다는 해묵은 열망의 실현에, 이제 막 통영시정을 이끌기 위해 출항의 뱃고동을 울린 예순의 김동진 통영시장에겐 명품도시를 향한 첫 관문의 테이프를 끊는다는 남다른 의미가 겹쳐지면서 두 사람은 한동안 포옹의 깍지를 풀지 않았다.

    그 노인은 올해 우리 나이로 여든둘, 충북 청주에서 <예뿌리 박물관 designtimesp=12940>을 운영하시는 이영준 관장님이다. 통영 출신으로 젊은 날 부산에서 소설가 이병주, 시인 이형기, 아동문학가 최계락씨 등과 기자생활을 시작하면서 우리 문화에 대한 식견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다. 실제 고미술품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훨씬 그 이전부터였지만, 한 직장에 근무하면서 문학으로 시대의 전령사가 되려는 문인들을 보면서, 자신은 더욱 문화재 수집으로 후대에 이바지하려는 마음을 단단히 한 것이다.

    특히 우리 고미술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던 60~70년대는 외국으로의 민족문화재 유출이 비일비재하던 시기였다. 비록 경제적 여력이 미약하였지만 특유의 심미안으로 하나 둘 목록을 늘려갔다. 처음부터 투철한 애국심의 발로라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 나름대로 수집한 결과물들은 우리 문화재의 유출을 막는 중요한 애국적 행위가 되었다.

    이제 그는 노구를 이끌고 타관을 떠돌면서 수집한 분신들을 통영으로 이사시키기 위해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손수 소장품의 중요 내용을 기록하고, 부분적이나마 목록을 정리하면서 예향 통영에 또 하나의 문화적 가치를 전승한다는 일념으로 밤잠을 설치고 있다.

    소장품은 다양하면서 가치도 높다. 조선시대의 민화류 약 380여 종, 토기류, 고려조선의 도자류, 청동기 시대의 비파형 청동검류, 신라, 고려시대의 금동불상류 및 향함, 용두장식, 목조 석조 등을 비롯한 고려 조선의 민불, 조선시대의 꼭두인형들, 흥선대원군 영패부적을 비롯한 각종 부적들, 다양한 문양과 재료로 만들어진 떡살 등등 종류를 다 헤아릴 수 없다.

    대충 일별해 봐도 원시적 정령숭배와 청동기시대의 유물, 도참사상과 관련 있는 각종 유물과 자료, 기층민의 소망성취를 위한 애절한 정서가 담긴 민예품과 생활용품들이 망라되어 있다. 또한 민중의 한을 풍자와 익살로 버무려낸 6종의 산대놀이 가면, 대동여지도보다 한 세기 앞선 18세기에 만들어진 해좌전도(海左全圖) 등은 구하기도 어렵거니와 문화재적 가치가 상당한 소장품들이므로 문화재위원회에 의뢰하여 전문적인 검증을 받아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들 소장품들은 통영시립박물관의 중요 전시물이 될 것이라 한다. 아직 박물관이 없는 통영에 개관될 통영시립박물관은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통영군청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개관될 예정이다.

    한국 최고의 예향이라 일컫는 통영시에 또 하나의 명품으로 자리잡을 통영시립박물관은 임진왜란으로 상징되던 통영 역사를 선사시대로까지 끌고 갈 기대에 부풀어 있다.

    욕지면 상노대도와 산양읍 연대도에서 발굴된 빗살무늬토기와 낚싯바늘, 당시 섬에 살았던 사람의 유골 등은 신석기 시대의 유물들이다. 이들 출토품들과 함께 위의 소장품들을 전시한다면 그 격은 한층 높아질 것이다.

    이달균(시인·마산문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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