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5월 09일 (목)
전체메뉴

[작가칼럼] [작가 칼럼] 산뜻한 마무리- 고동주(수필가)

  • 기사입력 : 2010-07-23 00:00:00
  •   
  • 한 편의 글도 서두(書頭)보다는 마무리의 비중이 높은 법이다.

    마무리 한마디가 글 전체에 새로운 상상과 미감을 일으킬 때 그 매력적인 여운이야말로 서두에 비길 바가 못 된다.

    사람의 일생도 다를 바 없다. 태어날 때의 모습은 비슷하나 살아가면서 소인도 될 수 있고, 위인도 될 수 있다. 그러다가 생을 마감할 때 그 평가는 확실해진다. 한세상 사는 동안 위대했던 인간은 죽으면 오히려 배로 위대해진다는 말도 있지 않던가. 다만 죽음에 이르기까지 그 위대함을 가릴 만한 오점(汚點)이 없을 때 통하는 말이다.

    그런데 그런 오점이 흔한 세상이 되고 있으니 딱한 일이다. 1995년부터 기초단체장(시장·군수)을 선거로 뽑게 된 이후, 마무리에 실패한 자들이 너무 많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 번의 선거는 사람의 목숨을 한 달씩 감수시킨다는 말도 있지만 그 어려운 고비를 딛고 당선의 영광을 차지한 다음, 열심히 일하다가 채 임기도 되기 전에 비리에 연루돼 영어(囹圄)의 몸이 되면 오히려 그 자리에 오르지 않은 것만 못한 경우가 된다. 심한 경우는 인간쓰레기로 취급당할 수도 있어 차라리 그 순간을 지우고 다시 살아보고도 싶겠지만 역시 인간에게는 왕복차표가 없으니 어쩌랴.

    기초단체장들이 다른 선출직에 비하여 비리의 비율이 높은 것은 역시 업무 중 자잘한 이권에 영향을 줄 소지가 많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단체장이 취임하게 되면 그를 둘러싼 업자들 중에는 결탁을 시도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기 마련이다. 그 방법 중 대부분은 은밀한 금전수수임은 세상에 알려진 사실이다.

    이때 무리 없이 비리를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이 강구되어야 한다.

    부정한 금품은 받지 말고 되돌려 주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그런 수단이 여의찮을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는 받아서 이웃돕기 성금 창구에 접수하여 공금(公金)으로 전환하고, 영수증을 업자에게 우송하는 방법이 있다. 업자에게는 뇌물이 아닌 어려운 이웃을 돕는 성금이 되어 연말 결산 때 세금에서 공제 혜택을 받게 된다. 그 대신 뇌물공세의 효력을 기대할 수 없게 돼 다시는 그런 시도를 해볼 매력을 잃게 될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한동안 철저히 정리해 나가다 보면 어느새 그런 비리 공세가 대폭 줄어들다가 곧 사라질 수 있다.

    또 내부적인 부조리 요인으로 승진 인사 문제를 들 수 있다. 어느 단체건 직급별로 근무성적을 평정한 승진후보자 명부가 있기 마련이다. 그 승진후보자 명부가 엄정하게 관리되는 것을 토대로 하면 되겠으나, 인사 재량이라는 융통성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그 순서에 구속될 수 없는 경우도 있다.이런 틈을 악용해 인사 비리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럴 때 금전으로 관직을 매수하려는 수작을 걸어오거나, 외부 세력에 의한 청탁을 해오면 가차 없이 본때를 보여주어야 한다. 승진후보자 순서에 마땅히 승진할 수 있는 자까지도 무조건 승진에서 상당한 기간 배제해 버리는 방법이다. 그런 사실이 은근히 유포되면 전체 직원이 긴장하면서 감히 청탁이나 비리를 꿈꾸지 못 할 것이다. 그런 태도를 부임 초기부터 과감하게 보여 주면 내부적인 인사 부조리 요인은 없어지기 마련이다.

    이런 대내외적인 비리 원인만 잘 차단해도 윗물이 맑기 때문에 그 단체 소속 직원들까지도 비리의 빈도가 낮아지고, 애써 이룩한 업적이 손상되지 않으면서 제대로의 빛을 발할 수 있게 될 터. 그렇게 하여 한 치 부끄러움 없는 산뜻하고 당당한 마무리를 하게 되면 선거할 때 한 달씩이나 감수했던 목숨까지 충분히 보상받고 남을 것 아닌가.

    그러나 아무리 좋은 방법이 있어도 실천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으랴.

    문제는 마음부터 비우고 부지런히 보람을 쌓으면서, 천세에 빛날 양심의 창을 닦아내고 또 닦아낸 후라야 멋진 마무리를 기대할 수 있으니 이거 예사로운 일은 아니로고.

    고동주(수필가)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