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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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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향기] 함양 지리산 벽소령 ‘자연치유센터’ 이정 원장

“모든 것 비워야 온전한 나 자신을 찾을 수 있는 법”

  • 기사입력 : 2010-08-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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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정 ‘자연치유센터’ 원장이 함양군 마천면 지리산 벽소령 계곡에서 기수련을 하고 있다.

    이정 자연치유센터 원장이 함양군 마천면 지리산 자연치유센터를 찾은 판소리 명창 박계향(왼쪽 두 번째) 선생 과 제자들, 수련자와 함께 차를 마시고 있다.

    함양군 마천면 지리산 벽소령.

    태고의 원시림을 온전히 보전하고 있는 이 일대는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가 태초 이래로 쉼 없이 울려퍼지고 있는 곳이다. 변하는 것은 오직 인간과 그 인간의 늘어나는 탐욕뿐이라는 질타를 던지듯 벽소령의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3색 청음(淸音)은 세월의 무상한 변화에도 언제나 한결같은 소리로 다양한 빛깔의 자연색 음정을 발산하고 있다.

    태산준령을 흘러내리는 계곡물은 괴롭고 답답한 인간의 번민을 말끔히 씻어내라고 재촉하고, 어머니 품같이 넉넉한 지리산 바위와 나무, 야생초들은 “마음 비우고 이제 좀 쉬어라”하며 사람들에게 손짓한다.

    벽소령에 위치한 ‘지리산자연휴양림’ 500m 전방에서 ‘자연치유센터(www.imsim.co.kr, 함양군 마천면 삼정리 439-5)’를 운영하면서 많은 도시민들에게 지리산식 ‘슬로웰빙’의 철학과 방법, 그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이정(里程·52) 원장을 만났다.

    지리산 첩첩산중으로 찾아가는 사람들

    자연치유센터 이정 원장은 3년 전부터 고성군 마암면 삼락리 바닷가에서 ‘무공해 기치료 식품 식이요법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지난 6월 초 지리산에 기 치유와 마음 수련을 위주로 하는 자연치유센터를 또다시 열었다.

    고성군 바닷가에서는 ‘해기(海氣)’로 몸과 마음을 다스리고, 지리산에서는 ‘천기(天氣)’와 ‘지기(地氣)’로 훼손된 건강과 정신을 온전하게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각오에서다.

    그가 개설한 자연치유·식이요법센터에는 일반인과 직장인, 청소년 등이 단기프로그램을 체험하기 위해 찾아오고, 1개월 이상의 장기요양 치료프로그램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주요 프로그램은 친환경 식이요법, 한방 황토 옥찜질요법, 기치료, 명상산책코스, 기체조, 기행공(수련), 정신수련 등이다.

    최근 3년간 창원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선도명상기치료·자연식이요법 강의를 맡기도 했던 이정 원장이 이처럼 기치료와 자연식이요법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젊은 시절 자신의 몸을 잘 돌보지 않아 당뇨가 생기고 간이 나빠져 현대의술로 고쳐보려고 했지만 별 효험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때 그는 조상들이 즐겨 사용한 기치료와 식이요법을 배우기 위해 지리산과 무인도의 암자 등에서 14년간 수행했다. 이를 통해 터득한 몸 다스리는 법을 고향 고성과 자신이 수행했던 지리산에서 자신을 필요로 하는 외지인들과 공유하고 있다.

    이정 원장이 개설한 자연치유센터에는 기력이 떨어지는 일반인은 물론 창작활동으로 기운이 떨어졌거나 또 다른 모멘트를 찾기 위한 화가, 서예가, 목공예가, 판소리가, 현대무용가 등 많은 예술인들도 즐겨 찾고 있다.

    이들은 이곳에서 잠깐 쉬면서 차를 마시고, 각종 약초로 만든 음식을 먹고, 지리산자연휴양림 등 벽소령 산책과 등산을 하면서 기력을 재충전한 후 돌아간다.

    판소리 명창 박계향(71·경기도 용인 한국민속촌·87년 전주대사습놀이 판소리 대통령상 수상) 선생과 제자 8명도 20일가량 여름수련을 가졌던 곳이 이곳이기도 하다.

    예술인들이 편히 쉬고, 기력으로 충전하고, 창작하는 공간을 제공하면서도 이정 원장은 자신을 찾아오는 예술인들을 대가 없이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잠을 재워주고, 진귀한 약초를 달여 몸을 보해 주고, 곰취, 엄계나물, 개발딱지, 옻순 장아찌 등 진귀한 산나물로 음식을 만들어 제공하면서 방문에 화답한다.

    무욕(無慾)에서 얻어지는 온전한 몸과 마음

    이정 원장은 조상들이 절에 불공을 드리거나, 산신에 공을 들일 때 사용하는 ‘공’자는 ‘이바지할 공(供)’이 아니라 ‘빌 공(空)’이라고 믿고 있다. 모든 것을 비워야 비로소 새로운 것을 얻을 수 있고, 그래서 산에 오를 때는 마음을 비워야 몸속의 독이 빠져 자신의 원래 모습을 찾아 하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정 원장은 “독이 빠진 마음과 육신만이 대자연의 기운과 교감할 수 있고, 그 기운을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을 얻을 수 있다”며 “결국 무욕에서 출발해 천기와 지기를 취해야 하고, 그래야 온전한 몸과 마음으로 가득찬 자신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천기’는 맑은 햇빛과 청정한 공기를, ‘지기’는 무공해 산야초와 식품, 청정한 자연수를 말한다고 했다. 이와 더불어 편안한 휴식과 적당한 운동, 절제된 행동과 마음을 의지할 수 있는 종교나 믿음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자연 속에 자주 찾아와 휴식을 취해야 하는데, 자연과 가까워지면 건강해지고, 자연을 거부하면 건강과 멀어진다”며 “자연에서 수련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은데, 그러한 지혜가 없기 때문에 나의 도움을 받으러 예술인과 일반인들이 많이 찾아 온다”고 말했다.

    이정 ‘자연치유센터’ 원장이 수련자와 함께 지리산자연휴양림 계곡을 산책하고 있다.

    “요즘 너무 빨라, 느림의 미학을 배워야지”

    건강한 삶을 지향하는 ‘슬로시티(Slow city)’는 세계적 추세. 슬로시티는 현재 19개 국가에 125개 회원타운이 있다. 국내에서는 하동악양과 진안증도, 장흥유치, 담양창평 등이 지정돼 있다.

    세계인들이 슬로시티를 즐겨 찾는 이유는 전통 보전과 생태주의에 입각한 느림의 철학이 곧 지속발전가능한 건강과 힘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이정 원장은 슬로시티 붐이 일기 전인 10여 년 전 이미 ‘슬로웰빙’을 설명할 수 있는 ‘느림의 건강과 철학’을 곳곳에서 강조하면서 수행해 왔다.

    그는 “왜 느리게 가야 하느냐”는 질문에 “바쁘게 움직임으로 해서 번뇌가 많이 생겨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 천천히 움직임으로 해서 생각이 줄어든다. 생각이 줄어들면 긴장이 해소돼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원리가 슬로웰빙의 출발”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좋은 음식을 먹고, 운동을 많이 하는 현대인들도 ‘빠름’을 강조하는 도시생활로 인해 마음이 긴장해 몸속 장기도 긴장하고, 장기가 긴장하면서 몸속에 가스가 차고, 그 가스가 쌓여서 독이 되고, 독이 쌓이면 간이나 신장이 무리하게 돼 결국 피가 탁해지고,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모세혈관이 막혀 병을 얻게 된다며 ‘빠름과 느림의 상관관계’를 설명했다.

    슬로웰빙을 위해 절제된 삶도 강조한다. 피를 맑게 하기 위해서는 오염되지 않은 음식을 먹고, 물과 몸속에 독을 해독시킬 수 있는 산약초 등을 이용해서 독을 빼내고 숲길을 걸으면서 맑은 음이온을 취하고, 물소리·바람소리·새소리를 명상음악처럼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발걸음도 가벼워지면서 육신도 가벼워진다고 했다.

    예부터 동양에서는 명상을, 서양에서는 사색을 권장했는데, 그 이유도 명상과 사색이 주는 ‘느림의 미학’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리산에 자연치유센터를 개설한 이유에 대해 “지리산은 숲과 계곡 등 자연이 잘 보전돼 있다. 강원도는 겨울이 긴데, 지리산은 사계절이 분명하고, 그 분명함으로 인해 각종 약초와 숲 등 자연의 기운을 가장 많이 담고 있다. 지리산에 온다는 것 자체가 그 기운을 온몸으로 받아갈 수 있다”고 답했다.

    “우리의 향기, 우리의 기운이 최고인데”

    이정 원장은 우리 것과 외래 것에 대해 할 이야기가 많다고 했다.

    종교와 문화 등이 외세로부터 밀려 들어옴으로써 조상의 기운을 배척한 새로운 숭배자가 생겼다. 우리의 정신세계가 외세화, 서구화됨으로 인해 우리 것은 비하되고, 외국 것은 배움의 대상이 됐다.

    외국의 아로마요법은 조상들의 ‘향기요법’을 몰아냈고, 도심에 활개치는 태국·중국·인도마사지에 반해 우리 전통의 ‘기(氣) 마사지’는 불법으로 규정짓는 현실을 만들었다.

    그는 어쩌면 우리 것을 우리가 배척하는 현실에 대해 질타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는 외국 것이 우리나라에서 활개치는 현실과 조상의 얼과 혼이 무시당하는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우리의 종교와 우리의 향기와 우리의 기운이 있었는데, 외국 것이 범람하니 마치 우리 것은 없는 것처럼 돼 버렸다. 외세 종교를 좇는 것도 좋지만 원래 우리의 좋은 것, 즉 우리의 얼과 혼을 하루빨리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상들처럼 자기 스스로 대자연을 찾아가고 대자유를 찾아서 본래의 면목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그는 “앞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휴식처를 제공하고 조상의 지혜를 배울 수 있도록 명상강의와 자연식이요법, 기치료를 하고, 비우는 수련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하고 지도하겠다”고 말했다.

    자연에 살면서 자연을 배우고, 배워온 자연의 법칙을 강조하면서 우리의 뿌리와 정신세계를 찾으려는 이정 원장. 그의 육신과 정신에서 발산하는 강한 기운을 한껏 받고 가뿐한 기분으로 지리산을 내려왔다.

    글= 조윤제기자 cho@knnews.co.kr

    사진= 김승권기자 s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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