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03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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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안 비경 환상의 섬 (32) 거제 가조도

배 타고 오가던 섬 이젠 차를 타고 오가고
해안일주도로 따라 볼거리, 즐길거리 이어지네

  • 기사입력 : 2010-08-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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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7월 개통된 가조연륙교. 앞에 보이는 섬이 가조도이다./이준희기자/

    ‘본섬(거제도)을 도우고 보좌하여 유익함을 더한다’는 깊은 뜻이 담긴 신비의 섬 ‘가조도’(加助島. 591만8713㎡)

    거제도의 서북쪽에 위치해 동쪽으로 넓은 광이(廣耳)만을 품에 안고, 북쪽으로 진해만을, 서쪽으로 통영 안정만을 바라보는 한려수도의 관문에 속하는 아름다운 섬이다.

    가조도는 거제도에 속한 10개의 섬 가운데 칠천도 다음으로 큰 섬으로 실전, 유교, 계도 마을을 비롯한 8개 마을에 주민 1142명이 살고 있다.

    섬은 남북으로 길게 뻗어 남쪽에는 백석산이, 북쪽은 옥녀봉이 넓게 자리를 펴고 있는 형국이며, 양쪽 산이 높고 중간지점인 창촌고개는 목이 잘록해 ‘장구’ 형상을 하고 있다.

    가조도는 지난해 7월 13일 ‘가조연륙교’가 개통되기 전까지만 해도 성포항에서 5분여 거리의 가조도 진두 마을을 차도선이 오가던 ‘섬 속의 섬’이었다.

    하지만 가조연륙교 개통으로 지금은 많은 관광객들이 어촌마을을 찾는 거제의 명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본섬과 가조도를 연결하는 가조연륙교는 날센아치교로 길이 680m, 폭 13m의 왕복 2차로이며 2001년 12월 착공해 8년여 만에 완공됐다. 총 공사비는 598억원이 소요됐다.

    맑고 쾌청한 날씨는 섬을 찾는 이의 기분마저 들뜨게 한다. 물감을 풀어 놓은 듯한 파란 하늘과 하얀 뭉게구름, 푸른 바다에 점점이 박힌 섬들과 물살을 헤치고 조업에 나서는 배들. 바다는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아 나도 모르게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게 된다.

    가조연륙교는 ‘창선·삼천포대교’처럼 웅장하지는 않지만 오목조목 다듬어진 연륙교의 모습이 나름 운치가 있다. 푸른 하늘을 배경 삼아 연륙교를 건너면 바로 포구 아래 보이는 마을이 ‘진두 마을’이다. 가조도의 남단 성포항과 진두 마을을 오가는 차도선이 있었던 시절에는 진두 마을 선착장은 섬 사람들의 만남의 장소였다. 장을 보고 돌아오는 사람, 읍내 볼 일을 보고 오는 사람, 갖가지 일로 섬을 빠져나갔던 사람들이 해가 질 무렵이면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하지만 가조연륙교가 생긴 후 진두 마을은 썰렁하기 그지없다. 텅 빈 마을 선착장은 몇몇의 낚시꾼들만이 대신하고 있을 뿐….

    진두 마을을 벗어나 언덕 아래 바로 우회전하면 ‘논골 마을’이다. 논이 귀했던 시절, 논골 마을은 가조도에서 논이 가장 많아 논골이라 불렸다는데 지금은 농사를 지을 사람조차 없어 잡초만이 무성하다. 마을 주민들은 모두들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고 할머니 한 분이 부둣가에 나와 밭에서 수확한 콩을 뙤약볕에 말리고 있다. 98년에 폐교된 마을 언덕 위의 창호초등학교 신호분교는 인근 마을 사람들이 줄면서 자연스레 어린이집 체험학습장으로 변해 있다.

    논골 마을을 지나 가조 해안일주도로를 따라 조금만 가면 ‘군령포 마을’이다. 섬 내만 깊숙이 자리 잡은 군령포 마을은 임진왜란 당시 우리 수군이 머물며 군령을 받았다고 하여 지어진 이름이란다. 지형상으로 보면 우리 수군이 왜군의 눈을 피하기에 안성맞춤인 듯하다.

    실전·유교·신교 마을.

    고갯길을 따라 조금만 가면 실전·유교·신교 마을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언덕에 이른다. 3개 마을은 해안선을 따라 길게 이어진 해안로와 길게 뻗은 선착장, 파란 하늘에 피어난 하얀 뭉게구름이 인상적이다. 여기서 조금만 지나면 가조출장소가 나오고 왼편으로 창촌·계도체험 마을과 오른편의 실전·유교 마을로 향하는 삼거리를 만난다.

    가조출장소는 주민들의 생활과 생업의 편의를 위해 1987년 설치됐으나 IMF 한파를 겪으면서 8명이던 정원이 2명으로 대폭 줄어 지금은 주민들의 민원 업무만을 담당하고 있다. 가조도의 잘록한 목 부분에 자리 잡은 실전 마을은 북쪽으로 옥녀봉이 버티고 있어 밭농사가 터전을 이루고 있는데 이런 이유로 주민들은 실전마을을 ‘실밭개’라 부른다. 광이바다가 잔잔한 호수를 연상케하는 실전 마을 안으로 들어서자 마을 입구 오른편으로 깨끗하게 단장된 창호초등학교가 눈에 들어온다. 전교생이 50여 명인 창호초등학교는 예전 500명에 이를 정도로 아이들이 많았다지만 모두 떠나버린 학교 운동장은 썰렁한 분위기다.

    마을 앞 정자에는 마을 주민 3~4명이 모여 시원한 막걸리 한 잔으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어~허, 첫 잔은 이래 마셔야 된다카이…!, 더울 때 마시는 이 한 잔이 갈증 해소에 최고 아이요. 일하고 땀 흘린 후에 마시면 속이 뻥 뚫린다카이….”

    입가에 묻은 막걸리를 손으로 스윽 문지르는 검게 그을린 어민들의 얼굴에 살며시 웃음꽃이 피어난다.

    광이만 앞바다는 철따라 잡히는 멸치, 도다리, 볼락, 감성돔이 어민들에게 풍요로움을 안겨 주고 있다.

    한때 마을은 광이만의 피조개 종패 사업으로 넉넉한 때도 있었지만 10년 전 1개 5원하던 피조개 종패 가격이 지금은 오히려 3원으로 더 줄면서 생활고에 시달린 주민들이 사업을 모두 포기한 상태다. 여기에 바닷물도 예년만 못하다는 것이 마을 주민들의 의견이다. 대신 주민들은 미더덕, 굴, 홍합 등을 양식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마을 뒤편의 옥녀봉(해발 332m)은 섬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다. 그러나 그리 높지 않고 경사도 완만해 쉽게 오를 수 있어 봄 가을이면 제법 많은 등산객이 산을 찾는다고 한다. 정상에 서면 거제도의 푸른 바다와 점점이 박힌 섬들, 고성 당동만과 진해만이 한눈에 들어온다.

    고려시대에는 옥녀봉에 붉은 거제도 말을 방목하던 목장과 이를 관장하던 감목관(監牧官)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무성하게 덮인 잡초와 나무들로 그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다. 그저 이곳이 오랜 옛날 말을 키우던 목장이라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실전 마을과 인접한 유교 마을 앞 부둣가는 광이만에서 잡은 은빛 멸치들이 따가운 햇살과 해풍을 맞으며 자연스레 건조되고 있다. 제법 살이 오른 멸치 하나를 골라 먹어 보니 짭조름하면서도 달짝지근한 뒷맛이 일품이다.

    마을 주민 김형택(58)씨는 “광이만 앞바다에서 잡히는 멸치는 전국 어느 곳에서 생산되는 멸치보다 맛이 뛰어나다”며 가조도 멸치 자랑을 늘어놓는다. 멸치는 가조도에서 생산되는 인기 특산물 중의 하나다. 마을 주민들은 유교 마을은 예부터 초겨울이 되면 한대성 고급어류인 대구가 동해에서 진해만으로 들어와 광이만 앞바다에 산란한 후 돌아가 대구어장의 전초기지가 형성될 정도로 부촌이었다고 설명한다.

    은빛 물결이 장관을 이룬 유교 마을을 벗어나자 신교 마을 언덕 너머 바닷가 아래에 섬을 찾은 이들이 물놀이를 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가조도는 다른 섬과 달리 제대로 된 모래사장이나 몽돌밭이 없다. 그래서 여름철 해수욕을 위해 섬을 찾는 이는 드물다.

    광이만에서 잡은 은빛 멸치.

    일제 잔재물이 남아있는 ‘취도’.

    신교 마을을 지나 해안길로 조금만 접어들면 바다 한가운데 바위섬이 나타나는데 바로 이 섬이 일본 잔재 논란으로 철거 여론이 들끓었던 ‘취도’다.

    취도 섬 한가운데는 1905년 일본 해군이 러일전쟁에서 러시아 발틱함대를 물리친 후 세운 승전기념탑이 있다. 1935년 8월 23일 일본 진해해군 요향사령부가 세운 기념탑은 높이 4m, 둘레 2m 크기로 녹슨 포탄이 하늘을 향해 꽂혀 있다. 기념탑의 정면에는 취도기념(吹島記念), 해군 중장 고바야시 세이자부로(小林省三郞)란 글씨와 뒷면에는 건립 경위가 쓰여져 있다. 그러나 이 기념탑은 러일전쟁의 승리를 미화했을 뿐 아니라 당시 참전했던 일본 도고 헤이하치로(東鄕平八郞) 제독을 국가적 영웅으로 부각시켜 놓은 일제 잔재물로 태평양전쟁 때 일본 해군 장병과 친일 협력자들이 승리를 염원한 행사를 열어 한때 철거 여론이 일기도 했다.

    계도어촌체험마을의 낚시체험과 가조도를 찾은 관광객들이 물놀이 하고 있는 모습.

    해안절경을 따라 이어진 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가조도의 자랑거리인 계도어촌체험마을에 이른다. 계도어촌체험마을 입구 선착장은 한낮의 무더위도 아랑곳없이 대구, 수원, 안양 등 전국에서 찾은 사람들로 붐빈다.

    계도어촌체험마을 이용조(53) 어촌계장은 “계도어촌체험마을 앞바다는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는 고기 산란장으로 어자원이 풍부해 예부터 어업전진기지로 유명하다”며 “여기에 인공어초 투입으로 다양한 어종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과 해상콘도, 나무데크 등 다양한 편의시설 등을 갖춰 체험객들이 여유롭게 낚시를 즐기다 돌아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또 계도어촌체험마을은 이 외에도 계절에 따라 바지락 채취체험, 미더덕·오만둥이 어장 체험, 통발체험, 전어잡이 체험과 노배 체험 등을 즐길 수 있다.

    가조도에 목장이 있던 시절, 창고가 있던 곳이라 하여 이름 붙여진 창촌 마을을 지나 신전 마을에 이르니 어느덧 섬을 한바퀴 돌아 가조연륙교에 이른다.

    섬을 한바퀴 돌고 나니 가슴 한가득 뿌듯함이 밀려온다. 언제 다시 이곳을 찾을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지만 섬은 언제나 우리들에게 신비로움과 새로운 기대감에 부풀게 한다.

    ☞가는 길

    거제대교를 지나 성포고가도로를 따라가다 성포중학교에서 가조연륙교로 접어들면 된다. 거제대교에서 12km 거리이다.

    글·사진=이준희기자 jh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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