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25일 (수)
전체메뉴

남해안 비경 환상의 섬 (35) 거제 이수도

저 멀리 거가대교 위용에 눈이 즐겁고
제철 보리새우·병어 맛에 입이 즐겁다

  • 기사입력 : 2010-09-09 00:00:00
  •   


  • 이수도에서 바라본 거가대교. 웅장한 모습을 드려낸 거가대교는 오는 12월 개통을 앞두고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이준희기자/

    방파제를 쌓아 본섬과 동섬을 하나로 연결한 이수도.

    물(水)이 사람을 이롭게 하는 섬 ‘이수도’(利水島·51가구· 113명, 39만 3970㎡). 섬의 형상이 대금산을 향해 날아가는 학(鶴)처럼 생겨 ‘학섬’으로 더 알려진 ‘이수도’는 거제시 장목면 시방리에 속한 작은 섬 마을이다. 한때 대구 등 어자원이 풍부해 ‘부자 섬’으로 통했을 정도로 이수도는 어자원의 보고였다.

    물 빠진 바닷가는 바지락이, 앞바다는 문어, 도다리, 노래미, 감성돔, 멸치, 물메기, 보리새우(일명 오도리), 전어 등 각종 어류와 해산물로 넘쳐났다.

    섬은 원래 이수도 본 섬과 동 섬이 자갈로 연결된 2개의 섬으로 나뉘어 있었으나 태풍 등 거센 파도와 바람에 대비하기 위해 방파제를 축조하면서 하나의 섬이 되었다.

    이수도는 비록 작은 섬이지만 다른 섬과 달리 산이 없고 능선을 따라 넓게 펼쳐진 임야와 물이 풍부해 농사를 많이 지었다. 가뭄 때는 바다 건너 이웃마을에서 물을 길러 올 정도로 물이 좋고 풍부했다.

    저 멀리 바다 한가운데는 거제도와 부산 가덕도를 잇는 ‘거가대교’가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며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섬 오가는 도선 ‘이수호’

    보리새우(오도리).

    가을 전어·보리새우 철을 맞아 그물 손질에 바쁜 주민들.

    시방리 시방마을에서 이수도와 시방마을을 오가는 도선 ‘이수호’(선장 김순봉)에 몸을 맡긴 지 7~8분여 만에 도착한 섬 부둣가에는 전어와 병어, 보리새우(오도리) 잡이 철을 맞아 그물을 손질하는 어민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한낮의 따가운 햇살도 아랑곳없이 그물을 손질 하느라 까맣게 그을린 어부의 모습에서 치열한 섬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섬은 학의 머리에 해당하는 부분이 서쪽으로 향하여 뾰족하게 튀어나와 있고, 목에 해당하는 방파제를 거쳐 몸통에 해당하는 부분이 남쪽으로 자리 잡고 있는 형태다. 마을은 학의 목에서 몸통으로 연결되는 부분의 서쪽 오목한 만을 중심으로 약 5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다.

    온가족이 부둣가에 나와 그물을 손질하던 김형식(49)씨는 “요즘 보리새우가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 어민들의 시름이 깊다”며 “지난해 하루 150여 마리 잡히던 보리새우는 요즘 하루 30~40마리 잡는 수준에 그쳐 기름값 맞추기도 빠듯할 정도다”고 푸념한다.

    해질 무렵 바다로 나가 보리새우 잡이 그물을 친 후 3~4시간이 지나면 다시 그물을 거둬들인다는 김씨는 “오랜 시간 그물을 바다에 둘 경우, 각종 잡어들과 게 등이 그물에 얽혀 그물을 못쓰게 된다”고 설명한다. 부둣가에 정박 중인 김씨의 배 물칸에는 전날 잡은 보리새우 30여 마리가 물속을 자유롭게 헤엄쳐 다닌다.

    때마침 입항한 부영호(선장 신정환·45) 갑판 위에는 새벽에 잡은 은백색의 병어들이 한가득이다.

    “오늘 재수가 좋아 한 그물에서 150여 마리의 병어를 잡았다”고 자랑하는 신 선장은 마을 냉동고에서 얼음을 꺼내 배 위의 냉동고에 재빨리 병어를 빙장한다.

    고기잡이배 선장인 신정환씨가 새벽에 잡은 병어를 냉동고에 넣고 있다.

    “어민들이 양심은 속이지 말아야 한다”며 “병어는 살이 물러 빨리 얼음에 저장하지 않으면 신선도를 유지할 수 없다”고 얘기한다. 이렇게 얼음에 채운 병어는 다음 날 새벽 인근 어판장으로 향한다. 은백색의 병어와 ‘팔딱팔딱’ 뛰는 보리새우는 보는 것만으로도 먹음직스럽다.

    마을 앞 넓은 마당에는 항아리 같은 황토색의 단지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인근에 녹슨 대형 닻들이 널려 있다. 마을 주민들은 황토색 단지들은 문어단지인데 문어 잡이가 예년만 못해 모두 바다에서 수거한 상태이며, 대형 닻은 겨울철 대구잡이용 그물을 고정시키는 버팀용 닻이라고 설명한다.

    이수도는 해방 이후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대구잡이가 성행해 ‘강아지도 만원짜리를 물고 다닌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마을이 풍성했다.

    김 선장은 “한때 장목면의 세금 대부분을 이수도에서 부담할 정도로 섬은 풍요로웠다”며 “대구잡이가 성행하던 시절엔 섬 120여 가구 500여 명이 생활이 넉넉했다”고 전한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연안 앞바다가 오염되고 마구잡이식 대구의 남획으로 어자원이 고갈되면서 젊은이들이 섬을 떠났다.

    이에 따라 거제시는 1981년부터 대구 인공수정란 방류사업을 펼쳐 최근 몇 년 사이 대구 어획량이 크게 늘어나는 등 이수도가 대구 산란장으로 자리 잡았다.

    마을 중앙에 자리 잡은 대금초등학교 이수도 분교는 2004년 3월 제42회 졸업생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았다. 1940년 5월 장목공립심상소학교 부설 이수간이학교로 창립된 이수도 분교는 1944년 3월 이수공립학교로 승격해 1학급으로 정식 개교했다. 총 568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이수도 분교는 현재 이수도 어촌체험마을의 콘도식 민박시설로 새롭게 단장됐다.

    대형 객실 2개, 소형 객실 2개로 최대 80여 명이 묵을 수 있도록 새롭게 꾸며진 콘도식 민박시설은 전망 좋은 바닷가 언덕 위에 자리 잡아 거제도의 아름다운 풍광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어촌체험마을의 콘도식 민박시설로 바뀐 이수도 분교.

    마을 앞 50m 지점에 위치한 해상콘도. 주말이면 많은 낚시꾼들로 붐빈다.

    마을 앞바다에는 어촌마을의 소득을 위해 설치한 해상콘도 3기가 있다. 바지선 위에 취사도구와 급수가 가능한 현대식 숙박시설로 꾸며진 해상콘도는 TV는 물론 냉장고와 조리기구, 화장실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어 주말이면 가족 단위의 낚시꾼들로 붐빈다. 해상콘도 주변의 바다 밑에는 많은 어초들이 숨겨져 있어 볼락, 감성돔, 도다리, 노래미 등 고급어종들이 수시로 잡힌다.

    마을 정상의 능선에는 사슴농장이 있다는 주민들의 말에 수풀이 우거진 길을 따라 능선을 한참 동안 헤맸지만 어디에 숨었는지 도무지 찾을 수가 없다. 허탈한 마음으로 돌아온 부둣가에는 배 위에서 그물질하던 어민들이 서너 명 모여 앉아 갓 잡은 싱싱한 병어 회로 요기를 하고 있다.

    땀 흘린 후 허기진 배를 신선한 횟감으로 채우는 별미는 아마 꿀맛일 것이다. 정담을 나누는 어민들의 얼굴에 모처럼 웃음꽃이 피어난다.

    9년째 도선 ‘이수호’를 운항하고 있는 김순봉 선장은 “대금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한 마리의 학이 날아오르는 형상인 이수도와 시방마을에는 방시순석(防矢盾石)비와 방시만노석(防矢萬弩石)비, 방시만노순석(防矢萬弩盾石)비가 세워져 있는데 여기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며 비석에 얽힌 설화를 들려준다.

    ‘이수도’는 섬 모양이 학처럼 생겨 시방마을을 향해 날아가는 형상이고, 시방마을은 이수도로 향하는 바닷가 지형이 활 같이 굽어서 학처럼 생긴 이수도를 향해 시위를 당겨 화살을 쏘는 형상이란다.

    ‘시방에서 이수도를 향해 활을 쏘는 형국이라…’

    그래서 이수도 마을 대표자 서너 명이 마을 뒷산에 ‘화살을 막는 방패’의 의미가 담긴 비 ‘방시순석’(防矢盾石)을 몰래 세웠다. 이 때문인지 마을은 점차 번창하는 등 풍요로워졌지만 시방마을은 어려움을 겪는 등 마을에 수심이 깊어졌다. 어느 날 마을을 지나던 도사가 ‘이수도는 학섬이고 시방은 활(弓)인데 활에 살(矢)이 없어 기운을 못쓰니 화살 쏘는 비석을 시방마을에 세우면 마을이 평안해질 것이다’고 귀띔하자 마을사람들이 즉시 마을 뒷산에 이수도를 향해 여러 개의 화살을 연달아 쏘아대는 ‘쇠뇌’를 1만개나 갖추었다는 의미의 ‘방시만노석’비를 세웠다. 비석을 세운 후 시방마을은 다시 살기 좋은 마을로 변한 반면 이수도는 고기가 잡히지 않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시방에서 수많은 화살을 1만개나 되는 쇠뇌에 재어 끊임없이 쏘아대니 그럴 수 밖에…’

    마을사람들은 시방마을에서 쏘는 수많은 화살에 이수도 학이 죽어 운(運)이 모두 나갔다고 수군거리는 등 불안해하자 주민들은 시방에서 쇠뇌로 쏘아대는 많은 화살을 막을 수 있는 튼튼한 방패비석인 ‘방시만노순석’을 방시순석 위에 세우면서 두 마을은 모두 평안해지고 풍요로워졌다고 전한다.

    이수도 서쪽 기암괴석.

    도선장 김씨의 두 마을에 얽힌 재미난 설화이야기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노라니 어느새 배는 시방마을 선착장에 닿는다.

    돌아오는 배편에서 바라본 이수도는 평화롭기 그지없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가을, 그리움과 동경의 대상인 섬으로의 여행을 나서보자.

    ☞ 찾아가는 길

    신거제대교(14번 국도)→사곡삼거리(직진)→고현(직진)→연초삼거리(좌회전, 1018번 지방도)→중리삼거리(우회전)→이수도 도선장(58번 지방도)→이수도

    ☞ 잠잘 곳

    이수도에는 폐교된 학교를 새롭게 단장한 콘도형 민박시설과 해상콘도 등이 있어 미리 예약만 한다면 잠자리 걱정은 안해도 될 것 같다. 대형 25인 기준(최대 35인) : 성수기 35만원, 비수기 30만원. 소형 8인 기준(최대 10인): 성수기 20만원, 비수기 15만원. ☏682-4205, 010-2637-8427.

    글·사진=이준희기자 jhlee@knnews.co.kr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이준희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