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2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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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논술수업] (15) 학급에서 논술하기

청소년기의 삶 행복해지려면…
들판에 핀 꽃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 행복한 삶

  • 기사입력 : 2010-09-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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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나라 사람들의 행복지수가 높지 않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행복이란 낱말의 뜻을 찾아보면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한 상태'라고 나와 있다. 다분히 개인의 주관적인 감정 상태를 나타내는 말이므로 행복지수라는 용어로 행복의 객관적 척도 기준으로 삼는 건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행복지수 통계 발표에 의미를 두는 것은 우리 사회의 상태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2009년 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별 행복지수 산정'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30개국 중 25위였다.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의 행복지수는 어떨까?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와 한국방정환재단이 전국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3학년 학생 5437명에게 '2010 한국 어린이ㆍ청소년 행복지수의 국제비교'를 주제로 설문 조사를 했다. 이를 유니세프의 2006년 연구와 비교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가 OECD 국가 중 가장 낮다는 연구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 '행복을 위해 인생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는 학년이 높아질수록 '돈'이라고 답하는 비율이 증가했다. 초등학교 4학년의 경우 행복의 조건으로 '가족'을 꼽은 학생이 전체 절반 정도였으나, 고교 3학년에 이르면 '돈'이라고 응답한 학생 비율(28%)이 '가족'이라 답한 비율(22%)을 넘어섰다.


     이번 조사에서는 아이들의 행복지수가 낮은 원인에 대해서도 분석했는데, 가장 높은 원인은 입시나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 둘째가 키와 체중 등의 외모와 친구와의 갈등 순으로 나타났다.


     행복은 개인의 가치관이나 의지와 노력 정도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사회와 동떨어져 살아가려고 하지 않는 이상 개인이 속한 사회의 '삶의 질' 수준에 강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이 과도한 경쟁을 유발하는 입시 중심의 교육 체제라는 지적은 어제오늘이 아니다. 선거 때마다 주요 공약이었음에도 여전히 시급한 해결 과제다.


     올해는 중학생의 특목고 선발이 '자기주도적 학습' 전형(대학 입시의 입학사정관제와 유사)으로 바뀌어서 특히 분주하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잘하는 대로, 못하는 학생은 못하는 대로 교과 학습 외에 챙겨야 할 것이 많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제도가 '교육의 정상화'를 이룰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기엔 우리 교육현장이 너무 척박해 안타깝다.


     중학교 3학년 담임교사인 나에게 학생들의 입시 스트레스는 불가항력적인 요소이다. 그럼에도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를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학생들의 행복지수를 그나마 조금이라도 높이려는 방안 중의 하나가 '자신의 삶에 대한 글쓰기', '행복에 대해 생각하기' 활동이다. 어떤 생각이냐에 따라 현실이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생각하는 힘은 현실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자신의 경험이나 생각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서툴다. 자신의 삶에서 보다 폭 넓고 깊은 의미를 찾아낸다면 좀 더 많은 행복을 느낄 것이다.


     돌이켜보면 나의 청소년기는 참으로 힘들고 암담했다. 특히 고등학교 시절에는 도회지 학교에 진학하여 적응하지 못했다. 친구와 갈등, 뚝뚝 떨어지는 성적과 공부에 대한 회의로 시작하여 쇼펜하우어의 비관주의 철학 몇 구절에 빠져서 허우적거렸다. 그때 나를 버티게 해준 것은 시와 친구에게 편지 쓰기였다.
     그 시절 아침 햇살처럼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들판에 핀 꽃을 보면 살아있는 것이, 살아서 그 꽃을 볼 수 있는 것이 참으로 행복하다는 거였다. 저렇게도 살아가는구나. 그 친구는 내가 생각하는 세상에 푹 빠져있는 나를 일깨웠다.


     우리 반 학생들에게 1학기 초에는 '나는 언제 무엇으로 행복한가'라는 주제로, 1학기 말에는 '내가 행복해지려면'이라는 글을 써 보도록 했다. 마침 신문에서 김규항('고래가 그랬어' 발행인)씨가 쓴 '오늘이 인생이다'라는 칼럼을 읽었다. 학생들에게 이 칼럼을 보여주고 요약하게 한 뒤에 '내가 행복해지려면'에 대해 써 보도록 하였다.


     다음은 우리 반 학생들이 쓴 글의 일부분이다.

     [학생 글 1]  10년후 생각하며 하루하루 의미있게  

    솔직히 나는 불행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다. 엄마랑 이야기를 많이 해서인가 보다. 학교 갔다 오면 있었던 일, 웃겼던 일들을 얘기하면서 함께 웃고 즐기고 논다. 나는 커서 우리 엄마 같은 엄마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중략) 내가 구체적으로 행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10년 후에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생각하며 행복을 믿는다. 내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여 그 꿈을 이루는 것이 행복이다.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단지 미래를 위해 공부하고, 단지 미래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하는 하루하루를 뜻있게 보람있게 사는 그런 학창 시절이 되었으면 좋겠다.

     [학생 글 2]  노래와 가족·친구가 있어야 행복

    내가 행복해지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는데…. 내가 행복해지려면 아마도 노래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노래하면 행복해진다. 그리고 가족과 친구가 있어야 난 행복해질 수 있다. 이게 내 방법이다. 옛날에 행복해지는 방법을 생각했더라면 당연히 공부라고 생각했었을 텐데 지금은 공부도 중요하지만 딴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학생 글 3]  학생이기 때문에 본분에 맞게 행동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것이다. 지금 자신이 하는 일에 충실하자는 것이다. 그러니깐 지금 학생이기 때문에 학생이라는 본분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 이 말은 ‘오늘이 인생이다’에서 나오는 내용처럼 오늘을 생략한 채 얻을 수 있는 미래의 오늘은 없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배종용(김해여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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