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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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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되는 언론의 자살보도/김정민기자

  • 기사입력 : 2010-09-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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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2일 오전 40대 남성이 아들과 함께 마창대교에서 바다로 뛰어내려 숨졌다.

    그는 아내를 위암으로 잃고 대리운전을 하며 생활하다 생활고와 신변비관을 이겨내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과 신문들은 이 사건을 앞다투어 보도했다. CCTV에 찍힌 투신 직전의 장면이 방송 영상과 신문지면을 통해 사람들에게 그대로 전달됐다.

    한 인터넷 매체는 속보에 뒤진 탓인지 힘겨웠던 삶을 되짚으며 생생하게 취재 보도했다.

    마창대교가 생기기 전에는 피란민의 애환이 서린 부산 영도다리가 자살다리로 유명했다. 영도다리에서 뛰어내리는 사람이 많아 다리 아래에는 항상 해양경찰이 지키고 있었다고 한다. 영도다리가 자살 장소라는 오명을 잃을 즈음 태종대가 자살 장소로 유명세를 탔다.

    태종대 전망대는 한해 30여명까지 목숨을 끊을 정도로 자살을 많이 해서 자살바위라는 이름까지 지어졌다.

    심리학 전문가들은 사회에 대한 적개심이나 자신의 처지를 호소하길 원하는 사람들의 경우, 공공장소 또는 친숙한 장소를 선택하는 경향이 높다고 설명한다. 자살 장소로 유명한 곳을 택한다는 말이다. 이와 함께 자살예방전문가들은 자살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모방자살이 뒤따른다고 일침을 놓는다.

    추석연휴기간인 25일 가정불화 문제로 30대 남성이 다시금 마창대교에서 자살소동을 벌이는 일이 발생했다.

    다행히 이 남성은 가족과 직장동료의 설득으로 구조됐다. 하지만 부자 투신자살 보도 이후 세 차례나 자살소동이 일어났다.

    자살을 막기 위해 무엇보다 구조적인 예방·안전대책이 필요하지만 그에 앞서 언론이 △자살자의 신상명세 및 장소와 방법, 경위묘사 자제 △자살 미화 및 삶의 고통을 해결방법으로 보도하지 말 것 △속보수단으로 다뤄서는 안되는 등 보도 권고기준은 지켰는지, 그렇지 아니면 진실보도란 미명 아래 그들의 등을 떠민 건 아닌지 자성해 본다.

    김정민기자(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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