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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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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향기] ‘경찰코믹가수’ 진해덕산파출소 김창대 경위

도둑 잡는 ‘경찰 가수’… “부르면 무조건 출동합니다”

  • 기사입력 : 2010-10-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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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해경찰서 덕산파출소 김창대 경위가 파출소에서 업무를 보며 활짝 웃고 있다.

    “나훈아도 남진도 아닌 경찰코믹가수 나창대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노래 봉사 초청이 있으면 무조건 달려가 신명과 웃음을 선사하는 진해경찰서 덕산파출소 김창대(54) 경위의 무대 인사말이다.

    1980년 10월 30일 경찰에 입문해 올해로 꼭 30년째 공무원의 길을 걷고 있는 김 경위는 지난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노래봉사를 하는 ‘경찰가수’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경찰의 날(21일)을 앞두고 김 경위가 근 무하는 진해덕산파출소를 찾아가 그의 경찰 인생 30년과 노래봉사에 대해 들었다.

    “부모님 농사일을 돕다가 적성에 맞지 않아 직업을 찾아 고향을 떴습니다.”

    1980년 6월 초 돈 20만원을 들고 경북 상주에서 형님 집이 있는 창원으로 온 것이 벌써 30년이 됐다. 집에는 돈이 없어 이모집에서 20만원을 빌렸다. 월 3만원짜리 월세방을 얻어 처음에는 중장비 학원에 다녀 자격증을 따서 중동지역에 나가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마산자유무역지역 후문에 있는 중장비학원에 갔더니 돈 20만원 갖고는 책값도 안된다고 해서 등록을 못하고 돌아왔다. 방황을 하던 동생에게 형님이 공무원 시험을 권했다. 학원에 다닐 형편이 안돼 서점에 가서 공무원 시험 책자를 사서 달세방에서 더위와 싸우며 독학한 끝에 다행스럽게 첫 시험에서 합격했다.

    “경찰 30년 즐거움이 더 많았습니다.”

    경찰 생활 30년을 되돌아보면 웃음이 먼저 난다는 그는 즐거움도, 보람도 있었고, 고달픔도 있고 때론 힘들어 포기하려고 망설일 때도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건대 즐거움이 더 많았다고 말한다.

    김 경위는 1986년 경남지방경찰청 전경관리계에 2년 근무한 것 외에는 지금까지 모두 진해경찰서에서 근무하고 있다.

    “기억에 남는 사건도 많았을텐데요?”

    진해경찰서 경화파출소에 근무하던 1993년 무더운 여름날 새벽 3시께 진해구 경화동 모 전자회사 사무실에 비상벨이 울린다는 112신고 출동지령을 받고는 현장에 달려갔는데 도둑 2명이 순찰자가 오자 옥상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옥상을 따라 올라가자 한 명은 이웃집으로, 한 명은 순찰차 쪽으로 뛰어내리자 다른 직원이 그를 뒤쫓았다. 얼마 후 새벽의 정막을 깨는 총소리가 3발 울렀다. 달려가 보니 전자회사 사무실에서 1㎞ 정도 떨어진 지점에서 용의자 한 명이 피를 흘리고 신음하고 있었다. 동료 경관이 쏜 2발(한 발은 공포탄)의 실탄에 용의자가 무릎 밑과 넓적다리에 맞은 것. 다행이 뼈에 이상이 없고 살을 관통하여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특수절도 혐의로 수배를 받고 있는 용의자를 총을 쏴서 검거했기 때문에 특진을 한다고 자료를 올리라고 야단을 떨었는데 불행하게도 아침이 되자 서울에서 총기 사용으로 용의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벌어져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당시 총을 쏜 경관은 즉상금을 받았고 그는 표창을 받고 만족해야 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웃음이 절로 난단다.

    어릴 때부터 노래하는 것을 좋아했던 그는 지난 2005년 한국연예인클럽에 등록하여 ‘경찰가수’로 무대에 서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장애인을 위한 위안잔치, 치매노인위안잔치, 가정폭력예방을 위한 가족노래자랑, 장애인돕기 사랑의 콘서트, 노인대학 노래교실, 다문화가정 위안잔치 등 30차례가 넘게 무료 노래봉사활동에 ‘출동’하고 있다.

    “우리 주변의 어려운 이웃과 자주 함께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면서 세상에 참 어려운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았고, 또 그분들 주변에서 말없이 자원봉사를 하는 봉사자들을 보면서 더욱 앞으로 봉사를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인기가요인 나훈아의 ‘고장난 벽시계’와 현철의 ‘아미새’를 부르며 한바탕 놀다 보면 업무에서 오는 피로마저 싹 잊는다.

    김창대 경위가 창원시 진해구 이동 자신의 '노래교실'에서 애창곡 '황진이'를 열창하고 있다.

    지방가수 사이에서 ‘코믹 가수’라는 별명을 얻고 있는 김 경위는 온몸으로 노래를 하기로 유명하다. 가사 한 소절을 음미하면서 노래와 동작을 쏟아내는 그에게서 딱딱한 경찰이라는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다.

    올해부터는 창원시 진해구 이동 한 건물 지하에 ‘나창대노래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노래연습장을 개조한 130여㎡의 이곳에서 노래연습도 하고 노래도 가르친다.

    어느새 무대복으로 갈아입은 그가 마이크를 잡았다. 흰 구두에 미색바지, 반짝이 자켓. 붉은 색 행커치프로 가볍게 포인트도 줬다.

    “얼씨구~ 저절씨구~… 내일이면 간다~ 너를 두고 간다~ 황진이 너를 두고…” 박상철의 ‘황진이’로 무대를 달구더니 이성우의 ‘진또배기’로 내달린다. 온몸을 휘젓다 보니 이내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김 경위가 소화할 수 있는 노래는 50여 곡. 나훈아, 현철, 태진아, 박상철 노래가 단골 레퍼토리다.

    그의 재미있는 노래인생은 파출소 직원들에게도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진해경찰서 덕산파출소 유병태 소장(경감)은 “유머러스하고 적극적인 성격의 김 경위는 고단함과 격무로 잃어버리기 쉬운 경찰 동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며 “자신의 예술적 재능을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쓰고 있어 모범이 되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 경위는 5년 후 퇴직하면 앨범도 내고 정식가수로 데뷔할 꿈을 키우고 있다.

    “주민에게 봉사하고 웃음 주는 경찰이 되겠습니다.”

    직분에 충실하면서 어려운 이웃에게 춤과 노래로써 행복의 씨를 파종하는 그에게서 진정한 공직자로서의 향기가 배어났다.

    ☞김창대씨는= 1956년 경북 상주에서 4남2녀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의성에서 다인종고를 졸업한 뒤 육군 병장으로 전역했다. 1980년 경찰시험에 합격한 뒤 30년째 경찰에 몸담고 있는데 대부분을 진해에서 근무했다. 그동안 지방청장과 경찰서장 표창 등을 20여 차례 받았다. 가족으로는 부인 박노숙(52)씨와 3녀를 두고 있다. 장녀는 개인사업, 차녀는 해군대위와 결혼했으며, 막내는 중학교 3년이다. 부인 박씨에게는 ‘경상도 남자’로서 표현은 잘 못하지만 어려운 직업인 데도 봉사활동까지 할 수 있도록 내조를 해줘서 늘 고마운 마음이다.

    글= 김진호기자 kimjh@knnews.co.kr

    사진=성민건기자 mkseong@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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