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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23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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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안 비경 환상의 섬 (41) 사천 저도

거친 물살 품에 안은 죽방렴 옛 모습 그대로
제철 맞은 가을 감성돔 손맛도 짜릿짜릿

  • 기사입력 : 2010-10-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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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타리처럼 둘러쳐져 있는 저도 앞 바다의 ‘죽방렴’. 지척 거리인 실안과 저도 사이에 네 곳이나 설치돼 있다./이준희기자/

    알록달록한 지붕에 눈길이 가는 저도 마을 전경.

    예부터 한지를 만들던 닥나무가 많아 ‘딱섬’이라 불리던 섬 ‘저도’(19가구·50명·4만㎡).

    섬의 형상이 닭 모양을 하고 있어 ‘닭섬’으로도 불리는 섬은 죽방렴과 하얀 등대, 푸른 초원과 알록달록한 지붕이 함께 어우러져 마치 동화 속 풍경처럼 아늑하게 다가온다.

    따스한 햇살만큼 풍요로운 섬 ‘저도’는 죽방렴이 울타리처럼 둘러쳐져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섬처럼 보이지만 유료 낚시터와 민박시설 등이 있어 주말이면 많은 사람이 즐겨 찾는 곳이다.

    사천 실안 선착장에서 불과 700m가량 떨어진 섬은 배로 5분이면 닿는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다.

    실안과 저도를 오가는 저도 낚시·민박 관리선.

    섬에 들어가기 위해 ‘저도 낚시·민박 관리선’(선장 이창진)에 연락하니 잠시 후 거친 물살을 뚫고 하얀 배 한 척이 고개를 내민다.

    거친 물살에 떠내려오듯 밀려온 관리선은 이내 섬으로 향한다. 섬에 가려면 삼천포항에서 출항하는 ‘마도’호를 이용해도 되지만 낚시꾼 등 저도를 찾는 사람들은 주로 마을에서 운항하는 ‘저도 낚시·민박 관리선’을 이용한다.

    ‘쏴 아아~’ 거친 물살에 배가 흔들린다. 실안과 저도 사이의 물살은 전국에서 알아주는 급류이다. 사천 삼천포항과 남해 창선 사이의 바다는 폭이 급격히 좁아 해류의 흐름이 빠르기로 유명하다. 남해와 노량 사이의 울돌목 해류 다음가는 우리나라 두 번째의 급류로 소문나 있다.

    섬을 향하는 동안 바다 한가운데 박힌 ‘죽방렴’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지척((咫尺)의 거리인 실안과 저도 사이에만 죽방렴이 4곳이나 설치돼 있다. 거친 물살 덕분에 이곳에서는 원시적 어로방법인 죽방렴이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

    죽방렴은 사천의 대표적인 명물로 길이 100m 정도의 발목을 갯벌에 박아 주렴처럼 엮어 만든 그물을 조류가 흐르는 방향을 향해 V자형으로 벌려 원시적으로 고기를 잡는 원시적 어로방법이다. 요즘은 참나무 대신 튼튼한 철근을 박아 놓기도 하는데 보통 부채꼴 모양을 박아놓은 말뚝을 ‘살’ 또는 ‘삼각살’이라 부르고 둥그렇거나 네모난 모양을 한 대나무 통발을 ‘불통’이라 부른다. 이 불통은 썰물 때 문이 저절로 열렸다가 밀물 때 저절로 닫혀 물때가 바뀌어도 통발에 든 고기는 도망가지 못한다. 

    거친 물살로 인해 저도방파제보다 조금 위로 올라간 배가 물살에 밀려 저절로 배가 방파제에 닿는다.

    섬마을 초입에 이르자 마을주민들은 낯선 이의 방문에 의아한 듯 이리저리 살피다 “어디서 왔소?”라며 이내 반갑게 맞이한다.

    “아주머니, 저도는 뭐가 유명해요?”라는 물음에 섬마을 사람들은 하나같이 ‘딱섬 바지락’이라 말한다.

    “사천 딱섬(저도) 바지락 하면 전국에서 알아준다 아닙니꺼! 한번 먹어본 사람은 또 찾는다 카이.”

    말 그대로 사천 저도는 바지락 생산지로 유명하다.

    딱섬 바지락은 노란 빛깔의 조갯살이 쫄깃쫄깃하고 살점도 다른 지역에서 생산되는 바지락에 비해 잘 퍼지지 않아 그 맛이 오래간다.

    마을공동사업인 바지락으로 섬마을 사람들이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구당 연간 수천만원에 이르는 많은 돈을 바지락이 안겨 주기 때문이다.

    바지락 채취는 매년 3~6월 사이 50일가량 작업이 이뤄진다. 수심 5~20m 사이의 깊은 바다에서 건져 올린 바지락은 굵기와 빛깔에서부터 다른 지역과 차별이 된다.

    마을주민들은 “딱섬에 바지락이 많은 것은 아무래도 거친 물살에 밀려온 온갖 먹잇감들이 풍부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섬 뒤편의 넓은 바다가 섬사람들에게 보배 덩어리다. 하지만 이를 노리는 ‘해적’(도둑)들로 섬주민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폐교를 활용한 민박시설은 섬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1998년 3월 폐교된 실안초등학교 저도분교는 같은 해 마을에서 매입해 민박시설로 새롭게 꾸몄다. 12개(4~5인 기준)의 방에 샤워장과 취사장 등을 갖춘 민박시설은 최대 80명가량이 머물 수 있도록 했다. 마을 언덕 위에 자리 잡은 민박시설은 섬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 제법 운치가 느껴진다.

    마을을 한바퀴 돌아 섬 남쪽 끝 등대에 서니 앞바다에 죽방렴이 펼쳐져 있고 그 사이로 거친 물살이 헤엄치듯 스쳐 지나간다. ‘어찌도 이렇게 물살이 거셀까?’ 거친 바다에 넋을 잃고 한참 동안 쳐다보고 있노라니 저 멀리 창선·삼천포대교 사이로 큰 유람선이 지나간다.

    언덕 아래 방파제에는 제법 많은 낚시꾼들이 몰려 가을낚시를 즐기며 여유를 만끽하고 있다.

    김학근씨가 갓 잡은 신선한 죽방멸치를 삶고 있다.

    방파제 앞 죽방렴 멸치작업장에는 아침 물을 보고온 김학근(62)씨가 갓 잡은 신선한 죽방 멸치를 삶는 작업이 한창이다.

    30년째 죽방 멸치를 잡고 있는 김씨는 물이 끓기 시작하자 죽방에서 잡은 멸치를 큰 가마 안으로 밀어 넣는다. 동시에 솟아오른 뽀얀 김에 김씨의 얼굴이 묻혀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1~2분 뒤 멸치들이 펄펄 끓는 물위로 떠오르자 김씨가 채반으로 건져내 가지런히 정리한다. 건져낸 죽방 멸치는 특유의 투명하고 반짝이던 빛깔은 사라지고 허옇게 배를 드러낸 죽방 멸치로 탈바꿈했다.

    김씨는 “죽방 멸치는 조금 늦게 삶으면 배가 터져 상품가치가 뚝 떨어져 서둘러 삶아야 한다”며 “물살이 거센 곳에서 잡힌 죽방 멸치는 맛과 향, 빛깔에서도 일반 멸치와 확연히 차이가 난다”고 설명한다.

    섬사람들은 죽방 멸치를 크기에 따라 실치(시레이), 가열이, 고바, 주바, 오주바라 부른다. 우리들이 즐겨 먹는 것은 주로 3~4cm 크기로 ‘주바’에 해당되며 품질에 따라 조금 차이는 있지만 상품가치가 뛰어난 것은 한 포(1.5kg)에 30~40만원을 호가한다. 귀한 만큼 비싼 가격을 받는 셈이다.

    죽방렴 멸치가 비싼 것은 다름아닌 ‘신선함’ 때문이다. 전혀 상처를 입지 않고 잡은 멸치를 솥에 넣고 삶기까지 채 30분이 걸리지 않는다. 4월에 시작해 12월까지 계속되는 죽방렴 멸치잡이는 특히 6월과 7월이 가장 성시를 이룬다.

    “추석 전에만 해도 많이 잡혔는데 요즘은 통 잡히질 않는다”며 푸념을 늘어놓는 김씨는 멸치 틈에 끼어 함께 삶긴 꼴뚜기 한 마리를 꺼내 맛을 보라며 건넨다. “소주 안주로 이만한 게 없을 것이다”며 미소 짓는 그에게서 어촌의 넉넉함과 여유로움이 전해진다.

    꼴뚜기는 짭쪼름하면서도 달짝지근한 뒷맛이 끝내준다. 내친 김에 김씨는 죽방렴에 덤으로 잡힌 병어 2마리를 꺼내 썰어 준다.

    소주 한 잔에 병어 한 점을 된장에 ‘푹’ 찍어 마늘과 함께 입안에 넣으니 그 맛이 기가 막힌다.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그 맛을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딱섬 유료낚시터에서 낚시꾼들이 가을낚시를 즐기고 있다.

    마을에서 운영하는 ‘딱섬 유료 낚시터’는 마을 앞바다와 북쪽 끝(웃끝)에 자리 잡고 있다. 육지와 가까워 주말이면 많은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 이곳은 요즘 가을 감성돔을 낚으려는 꾼들로 붐빈다.

    저도는 철에 따라 봄에는 볼락, 도다리, 여름엔 꽁치, 감성돔, 가을엔 감성돔, 겨울엔 노래미와 볼락이 주로 잡힌다.

    저도 낚시·민박 관리선 이창진 선장은 “가을 감성돔 시즌을 맞았지만 수온 때문인지 씨알 작은 놈들의 입질이 잦다”며 “조만간 수온이 안정되면 제법 큰 씨알의 제대로 된 감성돔 손맛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고 조언한다.

    섬에서의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한 채 돌아서는 나그네의 발걸음이 오늘따라 가볍다. 오랜만에 만난 따스한 섬 사람과의 만남 때문일까?

    ☞가는 길

    남해고속도로 - 사천IC - 3번 국도(삼천포항 방면) - 실안마을 선착장- 저도선착장.

    실안 마을선착장에서 저도를 오가는 ‘저도 낚시·민박 관리선’이 수시로 운행되고 있어 언제든 연락만 하면 된다.(☏ 011-575-2252)

    ☞잠잘 곳

    저도에는 폐교를 활용한 민박시설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고 있어 잠자리 걱정은 안해도 된다. 요금은 3인 기준(3만원)-1인 추가시 5000원, 기타 자세한 문의는 관리선 선장에게 하면 된다.

    글·사진=이준희기자 jh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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