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1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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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안 비경 환상의 섬 (43) 남해 조도

제철 맞은 낙지잡이 배는 하얀 포말을 그리고
물 빠진 바닷가엔 한 폭의 산수화 펼쳐져…

  • 기사입력 : 2010-11-1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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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해 조도 작은섬 언덕에서 바라본 남해안의 풍경. 인근의 크고 작은 섬들이 아름답다./이준희기자/

    늦가을의 단풍이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계절, 어디론가 떠나고픈 마음에 남해의 비경을 간직한 ‘조도’로 향한다.

    섬의 형세가 새가 날고 있는 모양과 닮아 ‘새섬’으로 불리는 ‘조도’(鳥島·40가구·102명·32만7189㎡).

    남해 미조항에서 뱃길로 5분이면 닿는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자리 잡은 조도는 아름다운 산세와 풍부한 어자원, 넉넉한 마을 인심으로 주말이면 많은 사람들이 찾는 섬이다.

    언뜻 보면 두 개의 섬으로 보이는 조도는 실제로 큰섬(大島)과 작은섬(小島)이 이어져 있고, 바로 인근에 호도(범섬)가 자리 잡고 있다. 이 세 섬을 통틀어 조도라 일컫는다.

    남해 미조와 조도를 오가는 ‘갈매기호’.

    남해 미조항에서 하루 네 차례 운항하는 갈매기호(선장 김학겸)의 출항시간에 맞춰 겨우 도착한 뱃전에는 섬사람들이 구입한 갖가지 종류의 물건들이 널브러져 있다.

    “삼치 얼마 주고 샀능교?, 3마리 4만원 안 줬나…, 싸게 잘 샀네. 아지매는 어디 갔다 오능교…?, 폴(팔)이 아파서 병원에 갔다 온다 아이가….” 산 하나를 사이에 두고 오랜만에 만난 큰섬과 작은섬 주민들이 이런저런 이바구꽃을 피우고 있다.

    미조항을 벗어난 배는 이내 조도를 향해 힘차게 나아간다. 거센 물살에 배가 흔들릴 때마다 몸도 따라 이리저리 춤을 춘다.

    낯선 이의 방문에 김학겸 선장은 “보소! 젊은 양반, 저 큰섬 끝의 뾰족한 부분이 새 부리 아이가, 그라고 섬 가운데 볼록하게 솟아오른 봉우리가 몸통, 작은 섬의 뒷부분이 꽁지 아닌가베….”라며 섬의 형세를 설명한다. 김 선장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니 정말 섬이 새를 닮은 것 같다.

    새의 형상을 닮은 조도는 새 모이처럼 부리 앞에 동그랗게 떠 있는 쌀섬(미도·米島)을 비롯해 죽암도, 노루섬, 목과섬, 애도, 사도 등 10여 개의 크고 작은 섬들에 둘러싸여 천혜의 비경을 품고 있다.

    배는 먼저 큰섬에 닿는다. “섬을 한 바퀴 돌아보려면 어디부터 시작하면 되나요?”라고 김 선장에게 묻자 “섬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는 작은섬부터 돌아본 후 산 넘어 큰섬으로 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권한다.

    조도 작은섬 마을 전경,

    호젓한 풍경의 작은섬은 여유로움마저 느껴진다. 섬의 절반 이상인 23가구가 모여 사는 작은섬은 대부분의 주민들이 어업에 종사하고 있다.

    마을 언덕에 올라 작은 섬마을을 내려다보니 제방을 쌓아 두 개의 섬을 하나로 연결한 흔적이 한눈에 드러난다. 앞뒤로 트인 마을은 태풍 등 강한 바람과 파도에 대비해 큰 방파제를 앞뒤로 쌓았다. 하지만 섬사람들은 여전히 큰바람이 불 때면 불안해 한다.

    조도는 400여 년간 겪어온 식수난을 지난해 9월 해결했다.

    ‘살아있을 때 물 한 번 실컷 써보고 살다가 죽었으면 한이 없겠다’는 섬마을 사람들의 오랜 소원인 상수도가 마침내 연결된 것이다.

    섬은 99년 이전까지만 해도 빗물을 이용해 살아오다 이후 7억4000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담수화시설을 도입했으나 이마저도 2005년 가동이 중단되는 등 물로 인한 고통을 겪어 왔다.

    마을 주민들은 “수도꼭지만 틀면 물이 펑펑 쏟아져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며 “이제 빨래도 마음대로 할 수 있고, 물로 인한 걱정이 없어 섬도 살 만하다”고 너스레를 떤다.

    육지에서는 별로 느낄 수 없는 물의 소중함을 섬에서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주민이 낙지 어장을 손보고 있다.

    마을 한편에서는 낙지어장을 손질하는 여인들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게를 이용해 낙지를 잡는 전통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어민들은 요즘 제철을 맞은 낙지를 잡는 재미가 쏠쏠하다.

    낙지잡이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9월 말부터 시작해 내년 3월까지 6개월가량 조업이 이뤄진다. 어민들은 한 번 출어 시 120개가량의 낚싯바늘이 달린 12개의 낙지어장을 손질해 나간다.

    “오후 2시쯤 배가 출항하면 다음 날 아침에 배가 돌아오는데 한 번 나가면 400~500마리 정도 잡는다”며 “요즘 바다에서는 낙지를 잡는 어선들의 자리 경쟁이 치열하다”고 우성호 선장 김씨는 설명한다.

    바다에 나가 하룻밤만 제대로 작업이 이루어지면 먹거리가 넘쳐난다. 하지만 어민들은 “한 번 출어에 80만원가량을 벌어도 기름, 게, 인건비 등 경비를 빼고 나면 별로 남는 게 없다”며 하소연한다.

    큰 섬으로 가는 길은 작은 섬의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고개를 넘어서야 한다. 가파른 고갯길은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지만 이내 내리막으로 이어진다.

    사람들의 왕래가 끊긴 고갯길은 수풀이 우거져 발을 내딛기가 쉽지 않다. 고갯길을 내려서자 바스락거리는 낙엽 밟는 소리에 마을의 개들이 일제히 짖어댄다. 마을 언덕 위에 위치한 미조초등학교 미남분교는 12년 전에 폐교됐다. 건물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교문의 두 기둥과 명패만이 남아 이곳이 섬아이들이 뛰놀던 학교였음을 짐작할 뿐이다.

    큰섬은 큰 파도로 인한 피해 때문인지 대부분의 집들이 마을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다. 야트막한 고개를 올라서면 자그마한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정겨운 돌담길과 골목길은 한 사람이 겨우 지나칠 수 있을 정도로 비좁지만 섬사람들의 향취가 느껴지는 듯하다.

    남해 조도 큰섬 앞바다에 자리한 죽바위와 청정바다는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케한다.

    물 빠진 바닷가는 조도의 숨은 비경을 살며시 드러낸다. 둥글둥글한 큰 바위들과 수정같이 맑고 깨끗한 바다, 그리고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죽바위는 한 폭의 산수화 같은 풍경이다.

    ‘조도에 이런 곳이 있었구나!’ 감탄사가 절로 쏟아진다. 죽바위 앞 바닷가의 대규모 가두리 양식장에는 우럭, 참돔, 농어 등 다양한 어종의 고기들이 자라고 있다. 고기들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 바지런히 움직이는 어부의 모습에서 섬사람들의 삶이 묻어난다.

    큰 욕심 없이 하루하루 주어진 삶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섬사람들의 순수하고 순박한 모습은 언제 봐도 즐겁다.

    ☞가는 길

    남해고속도로-사천IC-창선·삼천포대교-창선교-미조항-조도. 배편은 미조항에서 하루 4회(미조항 오전 8시10분, 11시10분, 오후 3시, 5시, 조도 오전 9시10분, 오후 1시10분, 4시10분, 5시40분) 운항하는 갈매기호를 이용하면 된다.

    ☞잠잘 곳

    조도에는 민박집이 큰 섬 한 곳만 있다. 방은 하나지만 10여 명이 묵을 수 있으며 취사시설은 물론 샤워장 등을 갖추고 있어 하룻밤을 묵기에 그만이다. 연락처 박옥자 ☏867-6020, 011-9399-7020.

    글·사진=이준희기자 jh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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