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글어지기 전- 강현덕
- 기사입력 : 2010-12-1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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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글어지기 전
말한 적 있었던가
나는 무기고였단 거
너를 향한 창들이
내게 가득했단 거
뒤집힌 허파 한쪽엔
비수도 꽂혔었단 거
네 말을 토막 낼 혀
밤마다 갈았다는 거
자물통 채워놓고
퍼렇게 갈았다는 거
내 몸이 둥글어지기 전
그때는 그랬다는 거
-강현덕, ‘둥글어지기 전’ 전문(‘서정과 현실’ 하반기, 2010)
☞ 둥근 것을 보면 둥근 눈이 즐겁고, 둥근 소리를 들으면 둥근 귀가 즐겁습니다. 현재 마음의 자물쇠를 풀고 무기들을 버린 화자는 한층 가벼운 둥근 걸음으로 걷고 있겠지요. 하지만 한때 비수였던 혀와 뒤집혔던 허파를 바로잡기 위해 얼마나 긴 밤을 견뎌야 했을까요.
자신도 모르게 몸속에 창과 비수들이 가득 차는 날이 있습니다. 대상에게 받은 상처가 커서 그 대상을 향해 날을 갈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그 무기들이 내 몸부터 찌르고 후벼 판다는 거, 그 대상이 결국 나였다는 거, 문득 알게 되는 날이 옵니다. 그 대상이 누군가의 말이었든 한 편의 시(詩)였든 결국 내가 만든 허상이라는 걸 깨닫는 날이 옵니다.
애당초 적은 없었습니다. 그 허상을 향해 날을 세웠던 것이겠지요. 또 본디 몸은 둥글었습니다. 화자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그 몸을 원형대로 되돌릴 수 있었겠지요. 그리하여 얻은 마음의 자유가 이렇게 솔직한 고백도 하게 만드나 봅니다.
올겨울, 모난 몸 구르고 굴러 눈사람이라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라도 아픔을 녹이며 서 있고 싶습니다. -최석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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