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09월 22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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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안 비경 환상의 섬 (49) 진해 잠도

작지만 소박하고 아름다운 ‘누에섬’
어부들 부지런한 손놀림으로 희망을 낚고…

  • 기사입력 : 2010-12-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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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 위에서 바라본 잠도. 누에와 비슷하게 생겨 누에섬으로 불린다./이준희기자/

    잠도 방파제에 정박 중인 배와 마을 풍경.

    겨울바다의 찬바람이 온몸을 파고든다.

    변덕스런 바다 날씨에 포구는 잔뜩 긴장하고 있다. 거센 바람에 꽁꽁 묶인 배들을 바라보는 어민들은 애간장이 탄다.

    ‘서둘러 조업에 나서야 하는데 …’, 심술궂은 바람이 멈추질 않는다. 아무래도 오늘도 섬으로의 여행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다행히 한낮이 되면서 바람이 서서히 잦아들자 어민들은 서둘러 배를 띄운다.

    ‘오늘은 섬에서 어떤 사람들을 만날까, 또 섬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들에게 다가올까?’ 잔뜩 기대에 부푼 여행자의 마음은 벌써부터 들뜬다. 칼날같이 매서운 찬바람도 새로운 만남을 갈망하는 여행자의 발목을 감히 잡지는 못하는 것 같다.

    섬의 생김새가 마치 ‘누에가 머리를 들고 뽕을 먹고 있는 것처럼 생겼다’하여 ‘누에섬’으로 불리는 섬 ‘잠도’(21가구·72명, 20만3291㎡).

     

    진해 명동항에서 뱃길로 15~20분(30노트 기준)거리에 위치한 ‘잠도’는 어업을 생계로 소박한 섬사람들이 살고 있는 작지만 아름다운 섬이다.

    거친 물살을 헤치고 섬으로 향하는 뱃머리에 서서 사방을 둘러싼 다도해의 풍경을 보고 있노라니 두 뺨과 귓불 사이로 차가운 바람이 스쳐 지나간다.

    부둣가 선착장을 출발한 배는 진해 음지도와 우도, 소쿠리도를 지나 초리도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른 후 다시 잠도로 향해 내달린다.

    길게 뻗은 섬을 한 바퀴 돌아 옴폭 들어간 마을 앞 방파제에 배를 정박하니 섬은 아늑한 어머니의 품처럼 여행자를 반가이 감싸 안는다.

    큰 소나무들이 병풍처럼 둘러친 마을은 10여 채의 가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거세게 몰아치던 바람도 마을에 들어서니 ‘언제 그랬느냐’는 듯 잠잠하기만 하다. 잠도와 육지를 오가는 배편이 없어 섬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지만 봄·가을이면 많은 낚시꾼들이 섬을 찾아 낚시를 즐길 정도로 어자원의 보고이다.

    매년 3, 4월이면 도다리와 볼락 낚시를 시작으로 5, 6월이면 농어와 수조기, 보리멸, 붕장어 등 다양한 어종이 낚인다. 특히 잠도 주변은 진해만의 다른 섬들보다 물살이 거세 갯바위를 중심으로 감성돔, 볼락 등이 잘 잡혀 꾼들의 발길이 잦다.

    뭍으로 나갈 준비를 하는 주민들.

    마을 어민들이 마을 앞 부둣가에서 바다에 나갈 채비를 하고 있다.

    부둣가 뱃머리에는 어민들이 추위도 잊은 채 어구를 손질하느라 분주하다.

    뻘이 가득 묻은 통발을 강한 물살로 씻어내는 노부부, 그물 회수용 기계를 손질하는 어민 등 잠시도 쉴 틈 없이 바지런히 움직이는 어민들의 손놀림에 삶의 애환이 묻어난다. 

    방파제에서 50m가량 떨어진 마을 안으로 접어들자 다른 섬에서 볼 수 없었던 태양광 가로등이 눈에 띈다. 잠도는 섬 전체가 태양광을 이용한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

    2001년 1월 태양광 발전소 설치로 24시간 전기 공급이 가능해졌다.

    호롱불 시대를 거쳐 하루 3~4시간 전기가 공급되는 기름발전기를 사용해오던 섬은 불과 10년 전인 2001년 1월 섬에 태양광 발전소가 설치되면서 하루 24시간 원활한 전기 공급이 이뤄져 주민들의 오랜 숙원인 ‘전기 공급’이 해결됐다.

    그동안 섬주민들은 기름발전기 2대로 하루 3~4시간 제한적으로 전기를 사용하는 등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은 데다 월 300만원에 이르는 유류대와 관리비를 자체적으로 부담해 경제적으로도 큰 부담이었다.

    산등성이로 올라서자 마을에 전기를 공급하는 태양광 발전소가 위용을 드러내며 햇살을 한껏 받아들이고 있다.

    태양광 발전소에는 1090㎡(330여평)의 부지에 최고 25㎾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태양전지판 500개와 75㎾ 유류발전기 1대, 30㎾ 인버터 2대 등의 최신 발전설비와 132.23㎡의 발전설비 보관건물이 설치돼 있다.

    주민들은 섬 마을에 태양광 발전소가 설치되면서 주민들의 생활이 보다 윤택해졌다.

    “전기를 맴(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으니께 얼매나 좋던지, 밤에 TV도 마음대로 볼 수 있제, 전기장판도 맴대로 쓸 수 있제, 얼마나 좋노!”

    태양광 발전소 인근에 사는 이삼순(70)할머니는 당시 마을 기름발전기로 오후 6시부터 밤 10시까지 한정된 전기를 사용하다 태양광 발전소 덕에 전기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게 돼 행복했다”고 말한다. 고개 너머에도 3~4채의 집이 있지만 모두 뭍으로 나갔는지 문은 굳게 잠겨 있다.

    잠도는 사실 군사상의 요지이다.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군이 거주하면서 연합군의 비행기 진로를 관찰하는 전망대가 설치돼 있었고, 지금도 해군의 군사훈련장(해군 특수부대인 UDT의 해상침투 및 폭파훈련장인 동시에 해·공군의 폐탄 처리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태양광 발전소가 있는 산등성이 정상에 올라서면 당시 사용했던 전망대 담장과 부서진 화장실, 국기게양대 등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다.

    일제시대 일본인들이 사용했던 잔재.

    전망대가 있던 곳에서 바라본 잠도 앞바다. 부산 가덕도와 거제도 사이 거가대교가 보인다.

    전망대가 있던 곳은 새로이 단장된 하얀 집이 대신하고 있지만 앞마당의 풍경은 변함이 없다. 3개 면의 바다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앞마당의 풍경은 가히 환상적이다. 왼쪽으로 진해항이, 정면에 거제도 칠천도와 거가대교가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마산 실리도와 인근 섬들이 희뿌연 해무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 장관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섬마을 주민들은 곳곳에 설치된 군사시설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수시로 울려대는 포탄소리에 주민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주민들은 딱히 피해를 호소할 곳이 없다. 잠도는 일제시대부터 국가 소유로 돼 있기 때문에 해군의 허가를 받아 매년 임대료를 내며 살아가고 있다. 다시 말해 섬은 해군 소유지이기 때문에 자기 땅에서 훈련하겠다는 군에 대해 훈련을 중단해 달라고 요구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허물어져 가는 집을 고치고 싶어도 해군의 허가를 얻어야 가능하고, 경작을 하려 해도 해군의 눈치를 살펴야 한다.

    해가 섬 뒤편으로 뉘엿뉘엿 넘어갈 무렵인 늦은 오후, 섬 산등성이의 철판 집 굴뚝에서 하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난다. 정겨운 풍경에 찾은 집 앞마당에서는 할머니가 직접 톱으로 자른 장작을 부엌으로 옮기고 있다.

    아궁이에 불을 피워 밥을 짓고, 방을 데우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며 어린시절 추억들이 새록새록 되살아난다. 타고난 숯불에서 시꺼멓게 그을린 군고구마를 꺼내 손자에게 주시던 할머니에 대한 추억들이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찾아가는 길

    잠도는 섬을 오가는 도선이 없어 진해 명동선착장 또는 장천항 일원에서 임시 배편을 마련해야만 섬에 들어갈 수 있다.

    글·사진=이준희기자 jh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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