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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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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포트- 김종영

  • 기사입력 : 2011-01-0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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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이상 오를 곳 없는 비등점의 포말들

    음이탈 모르는 척 파열음 쏟아낸다

    적막을 들었다 놓았다

    하오가 일렁인다

    선잠을 걷어내어 베란다에 내다건다

    구절초 활짝 핀 손때 묻은 찻잔 곁에

    식었던 무딘 내 서정

    여치처럼 머리 든다

    설핏한 햇살마저 다시 올려 끓이면

    단풍물 젖고 있는 시린 이마 위에도

    따가운 볕살이 내려

    끓는점에 이를까

    -김종영, ‘커피포트’ 전문(‘2011 경남신문 신춘문예’시조 당선작)

    ☞ 적막이 감도는 오후, 탈출구가 없는 물이 끓고 있습니다. 컥컥! 푸우푸! 막혔던 한숨이 터지듯 물거품이 일고 삐걱거리는 소리들 쏟아져 나옵니다. 일렁이던 적요가 잦아들고 베란다에 앉아 차를 마시며 선잠을 걷어냅니다. 찻잔의 열기가 가라앉듯 하루가 저물고 어느덧 생(生)도 기울어 가을입니다.

    문득, 찻잔에 핀 구절초를 보니 웅크려있던 무딘 서정이 풀쩍 뛰는 여치처럼 꿈틀대기 시작합니다. 풍경 속의 여치가 되어 노래하고 싶어집니다. 희미해져가는 햇살을 다시 올려 끓이면 단풍물 들어 식어가는 중년의 소망도 비등점까지 오를 것만 같습니다.

    나른한 오후, 현대적 감각이 듬뿍 묻어나는 커피포트와 찻잔에 가을의 꽃과 곤충 그리고 단풍이라는 서정적 소재를 담아서 삶의 활력을 우려내어 마시게 합니다. 일상 속의 대상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참신한 언어들이 무뎌가는 생의 감각을 새삼 일깨우고 있습니다. 커피포트 물 끓는 소리에서 건져 올린 시 하나에 잠시 몸 담가봅니다. -최석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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