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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의 길] 양산 통도사 암자순례길 (상)

경남의 길을 걷다 (14) 양산 통도사 암자순례길 (상)
극락 다리를 건너면 ‘또 다른 나’를 만날까
푸른 숲속길 거니니 몸도 마음도 맑아지네

  • 기사입력 : 2011-04-28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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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도들이 극락암 입구의 ‘극락영지(極樂影池)’에 놓여 있는 홍교을 건너고 있다. 극락영지는 영취산의 봉우리가 비치는 연못으로 홍교와 아름답게 조화를 이뤄 통도 8경 중 하나이다./김승권기자/
     
    하늘에서 본 통도사와 주변 암자.

    5월 10일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통도사 암자순례길을 답사코스로 잡았다. 지난 23일 통도사 내에 있는 양산관광안내사무소 김태야씨의 안내로 답사에 나섰다. 통도사에 딸린 암자는 20여 곳. 이번 주에는 통도사 본사와 서축암, 금수암, 자장암, 반야암, 극락암, 비로암, 백운암, 안양암을 오가는 길을 소개하고, 나머지는 다음 편에서 다룬다. 통도사 암자순례길은 통도사와 곳곳에 자리 잡은 암자의 비경을 둘러보며 또 다른 나를 찾는 계기가 될 것이다.

    양산시나 경남도 관광자료에 통도사 암자순례길은 전체거리 11㎞, 소요시간은 6시간20분으로 되어 있다. 걷기 나름이겠지만 막상 걸어 보면 훨씬 더 걸린다. 1박2일 넉넉하게 잡아야 제대로 볼 수 있다.



    양산 통도사를 찾은 시민들이 산문 입구에서 약 1km에 걸친 솔밭길인 무풍한송길을 걷고 있다.


    산문 입구에서 약 1㎞에 걸쳐 있는 무풍한송(舞風寒松)길. 노송이 마치 춤을 추듯 어우러진 풍광을 선사한다. 통도 8경의 하나다. 푸른 소나무 군락에서 전해지는 청정기운에 몸도 마음도 가벼워진다.

    통도사는 불보(佛寶)사찰로, 법보(法寶)사찰인 합천 해인사, 승보(僧寶)사찰인 순천 송광사와 더불어 한국의 삼보사찰로 꼽힌다. 가람 형태는 냇물을 따라 동서로 길게 배치돼 있다. 현존 건물들은 임진왜란 때 대부분 불탄 뒤, 여러 차례 중건과 중수를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경내에는 12개의 큰 법당이 있으며 전각의 수는 80여 동에 이른다.

    숲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조금 가면 두 갈래 길이 나온다. 직진을 하면 주차장과 산내암자로 들어가는 길이고, 산모퉁이를 따라 오른쪽으로 돌면 경내로 들어가는 길이다. 오른쪽으로 길을 잡는다. 산모퉁이를 돌아서면 오른쪽에 부도전을 만난다. 곧 이어 일주문과 만나는데, ‘영축산통도사’라는 편액이 걸려 있다. 흥선대원군의 글씨다. 마침 공양시간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공양간으로 가 절밥으로 배를 채웠다.

    통도사 비빔밥과 된장국


    신도들이 통도사 대웅전 옆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금강계단 불사리탑 주변을 돌고 있다.


    통도사는 646년(신라 선덕여왕 15)에 자장율사가 세웠다. 통도사의 상징인 금강계단(국보 제290호)은 일주문, 천왕문, 불이문의 세 문을 통과하면 만나게 된다. 목조건물인 대웅전은 임진왜란때 불탄 것을 1645년에 중건했다. 정면인 남쪽에는 ‘금강계단(金剛戒壇)’, 동쪽은 ‘대웅전(大雄殿)’, 서쪽은 ‘대방광전(大方廣殿)’, 북쪽은 ‘적멸보궁(寂滅寶宮)’이라는 각각 다른 현판이 걸려 있는 것도 특이하다. 대웅전의 바로 뒤쪽에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봉안한 금강계단 불사리탑이 있다. 그래서 대웅전 내부에는 따로 불상을 봉안하지 않았다.

    큰절을 벗어나 서축암으로 향한다. 고즈넉한 들길과 차도를 따라 30분가량 걸으면 서축암 입구가 나온다. 이 일대 논은 통도사 스님들이 직접 경작을 한다고 한다. 주변에 연밭을 많이 조성해 연꽃이 필 때면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서축암은 조계종 총무원장과 종정을 지낸 월하방장이 머문 곳으로 단청이 없는 것이 특색이며 한옥의 멋을 잘 살렸다. 대웅전 앞에는 부처의 사리를 봉안한 다보탑과 석등이 세워져 있으며 마당에는 잔디가 깔려 있다.

    금수암은 세심교를 지나 자장암으로 가는 길에 있다. 수행도량이어서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되지 않는다. 취재를 내세워 들여다봤다. 다람쥐가 사람을 겁내지 않고 반긴다. 정갈한 경내에는 법당과 팔각정자 등이 배치되어 있고 마당은 조경수와 잔디로 장식되어 있다.

    다람쥐 한마리가 금수암에서 봄볕을 맞고 있다.


    자장암 바위에 뚫린 구멍 ‘금와공’을 들여다보는 참배객.

     
    금수암을 나와 자장암으로 향했다. 통도사를 창건한 자장율사가 수도하던 곳이다. 자장암에는 볼거리가 많아 참배객이 끊이지 않는다. 관음전 옆에는 약 4m 높이의 거대한 마애불(磨崖佛)이 있다. 선명하게 선이 살아 있다. 법당 뒤쪽 암벽에는 석간수(石間水)가 나오는데 자장율사가 손가락으로 바위에 구멍을 뚫어 금개구리를 살게 하였다는 ‘금와공(金蛙孔)’이 있다. 기자도 호기심에 열심히 들여다봤지만 구멍은 캄캄했다. 불심이 깊은 사람에게는 개구리가 보인다고 한다. TV에도 여러 차례 소개될 정도로 유명하다. 법당은 바위를 그대로 두고 건축, 마루안에 바위가 차고 앉았다. 뒤쪽 바위산에 소나무 3형제가 참배객을 맞는다. 요사채 마루에 금와공의 금개구리 사진이 걸려 있다. 자장암 아래로 흐르는 계곡은 ‘자장동천(慈藏洞天)’이라 하여 통도 8경 중 하나. 여름에는 꽤 행락객이 붐비겠다.


    자장암을 둘러본 뒤 갈림길로 되돌아와 반야암으로 길을 잡았다. 이번 순례길의 아쉬움이라면 포장도로라 걷기에는 부담이 된다. 도로변에 흙길을 만들면 걸을 맛이 나겠다. 갈림길에 있는 등산로 이정표도 맞지 않다. 서축암과 반야암이 빠져 있다. 양산시에서 조금 신경을 쓰면 좋겠다.

    바위를 그대로 두고 건축한 자장암 관음전.


    반야암 흔들다리


    반야암은 백운암으로 오르는 길 오른쪽으로 난 골짜기 끝에 자리 잡고 있다. 울창한 산림에 둘러싸여 경관이 수려하다. 가족단위 참배객이 숙식을 할 수 있는 방갈로가 있으나 지금은 크게 활용하지 않는 것 같다.

    반야암을 돌아나와 극락암으로 향한다. 길 주변 소나무 군락이 끝없이 펼쳐진다. 소나무재선충병 예방접종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소나무 군락지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켜야 할 것 같다.

    통도사에서 서북쪽으로 1.5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극락암은 근현대의 고승인 경봉스님이 계셨던 곳이다. 1968년 이후 가람 전체를 경봉스님이 중건·중수했다. 경봉스님의 거처였던 아담한 삼소굴(三笑窟)과 함께 암자로서는 매우 큰 규모이다. 암자 입구에 있는 ‘극락영지(極樂影池)’. 영취산의 봉우리가 비치는 연못으로 유명하며, 연못을 가로질러 놓여있는 홍교(虹橋)와의 조화가 아름답다. 통도 8경 중 하나. 홍교는 속세에서 극락으로 가는 다리라고 한다. 다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속세의 죄가 씻어지는 느낌이다. 경봉스님은 한시와 묵필에도 뛰어났으며 선지식으로는 드물게도 70여년 동안 쓴 일기를 남기기도 했고, 지금 흔히 쓰는 해우소(解憂所)라는 말을 지었다.



    비로암


    극락암에서 북쪽으로 약 500m 떨어진 곳에 자리한 비로암은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암자에서 서북쪽으로 약 500m 떨어진 곳에는 통도 8경 가운데 하나인 비로폭포가 있다.

    비로암에서 백운암까지는 1시간 거리. 답사팀은 일정상 오르지 못하고 소개에 그친다. 백운암은 892년 조일스님이 세웠으며, 1970년대 경봉스님이 후원해 사세를 크게 확장했다. 통도사 여러 암자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예로부터 수도처로 이름이 높았으며, 특히 만공스님이 이곳에서 깨달음을 얻는 등 여러 고승들의 일화가 전한다. 저녁 무렵의 아름다운 경치와 절의 북소리는 통도 8경의 하나다.

    내려오면서 통도사 전경 촬영을 위해 남겨두었던 안양암에 들렀다. 통도 8경의 하나인 안양동대(安養東臺)에 위치한 암자이다. 안양(安養)은 극락세계를 뜻하므로 아미타불을 본존으로 한다. 안양동대는 사진작가들이 탐내는 자리였다 하나 지금은 숲이 울창해 본사 전경이 잡히지 않는다.

    일행은 이로써 오늘 답사를 접고 하루를 마감했다. 점심시간을 빼고도 5시간 이상은 족히 걸었다. 둘러본 암자가 제각각 특색이 있다. 영축산은 천년고찰 통도사를 앞섶에 싸듯이 안고 있다. 명산에 대찰이라고, 가히 그 산에 그 절이다.

    글= 이학수기자 leehs@knnews.co.kr

    사진= 김승권기자 skkim@knnews.co.kr

    답사안내= 양산관광안내소 김태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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