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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의 길] 창원 두리길

경남의 길을 걷다 (19) 창원 두리길
도심 둘러싼 옛길 한바퀴 둘러봐요
창원 역사와 문화가 한눈에 들어와요

  • 기사입력 : 2011-06-09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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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도호부 시절 창원의 진산이었던 검산에서 바라본 창원 도심./성민건기자/

    창원읍성 발굴 현장.
     
     
    창원 두리길은 독자들에게 낯선 길일 것이다. 2010년 창원시 평생학습 우수프로그램 지원으로 경남정보사회연구소가 두리두리 걷는 길이라는 뜻의 '두리길'을 만들었다. 두리길 제안자인 최헌섭 두류문화연구원장과 두리길 탐방에 나섰다.

    두리길은 창원의 북쪽 산자락의 자드락길을 걸어 원점회귀하는 길이다. 모두 3구간으로 제1구간은 남산~천주산~천주암 코스, 제2구간은 천주암~굴현~검뫼~북동샘~이원수성장지, 제3구간은 창원읍성~창원장~창원향교~김씨고가~신풍고개~망호등~남정고개~도계동 유적~남정 느티나무~황시헌 묘역이다.

    두리길은 새로 길을 낸 것은 아니고 이미 있던 길을 연결한 것. 다만 도심을 통과하는 구간이 걷기에는 부담스럽다.



    천주산 등산 길목 천주암.

    1구간

    길 답사팀은 하루 만에 3개 구간을 모두 도는 것으로 코스를 정하고, 지난 3일 오전 10시30분 창원시 의창구 소계동 경상고등학교 근처 럭키아파트 앞에서 출발했다. 초계4길을 따라 오르면 소계운동장이 나오고, 운동장을 가로질러 숲으로 들어간다. 숲길을 조금 오르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동쪽 산자락으로 길을 잡는다. 길은 산기슭의 등고선을 따라 만들어져 기복이 거의 없어 걷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자드락길을 지나면 가르마를 탄 듯한 불모지대가 나타난다. 최 원장은 군사용이라고 말한다. 10분쯤 더 걸으면 너덜길이 나온다. 너덜길 들머리에서 아기를 묻은 작은 돌무덤을 만난다. 원귀가 떠돌며 해코지를 할까 하는 염려에 돌로 무덤을 만들어 악령을 누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조금 뒤 지나면 북면 가는 79번 도로가 눈에 들어오면서 산길의 호젓함은 사라진다.

    얼마 가지 않아 동쪽으로 시야가 트이는 곳이 나오는데, 진행하는 방향 앞쪽으로 창원도호부 시절 창원의 진산이었던 검산(檢山·검뫼·북산)이다. 최 원장은 “검산은 우리말 ‘감뫼’를 한자의 소리와 뜻을 빌려 적은 것으로, 땅신에게 제사를 올리던 곳”이었을 거라고 추정했다. 고개를 약간 남쪽으로 돌리면 남해고속도로와 경전선에 길을 내준 신풍고개가 보인다. 동읍에서는 이를 동문고개라 부른다. 고개를 남쪽으로 더 돌리면 소답동과 도계동 사이 얕은 구릉이 눈에 든다. 망호등(望呼嶝)이라고 했다. 처음 듣는 이름이라 낯설다. 이 구릉에는 삼국시대 석축성이 있는데, 창원에서 가장 이른 때에 쌓은 성이라는 설명을 듣는다.

    일행은 드디어 천주암에 이르렀다. 천주암은 천주산 등산 길목에 있어 친근한 곳이다. 1920년대 후반 토굴 형식의 법당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대웅전 앞에 보은탑으로 보이는 오층석탑을 둘러보고, 대웅전 안에 있는 마애불을 친견한다. 근처에서 캐낸 것이라 하는데 불상의 윤곽이 뚜렷하다. 답사팀은 천주암 뒷길을 따라 제2구간으로 오른다. 1구간에서 마치려면 천주암 아래로 바로 내려가면 된다. 79호선과 만나는 곳에 ‘이원수 선생 고향의 봄 창작 배경지’ 안내간판과 영조 때 창원도호부사를 지낸 장붕익(張鵬翼) 선정비가 있다. 서상동 남산공원에서 출발한다면 두 시간 거리, 소계운동장에서 여기까지는 쉬엄쉬엄 걸으면 한 시간 조금 더 걸리는 거리다.


    천주암과 굴현고개 사이의 대밭.


    굴현고개 근처 마애불이 그려진 바위.
     

    2구간

    답사팀은 산길 대밭에서 죽순 몇 개를 캐고는 산삼을 캔 듯 횡재한 기분으로 길을 재촉했다.

    얼마간 지나자 굴현고개가 나온다. 굴현(堀峴)은 판 고개라는 뜻이고, 북면 외감쪽에서 풍수적 비보를 위해 길을 낸 것이라 한다. 점심 때가 넘었기에 고갯마루 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길을 많이 걸어서 그런지 간만에 먹는 논고동찜이 입맛을 당겼다. 잠시 취재 목적을 잊고 일행은 막걸리에 취해 버렸다.

    오후 2시를 넘겨 구룡산 등산안내도 앞에서 길을 잡았다. 이른 더위에 취기가 올라 발걸음이 무겁다. 하필 오르막이라 턱밑까지 숨이 찬다. 동쪽으로 낙남정간(洛南正幹)을 밟으며, 검산에 오른다. 이 산줄기는 낙동강 남쪽을 아우르는 분수령의 이름으로 지리산 삼신봉에서 백두대간을 이어 낙동강 하구에 이른다. 낙남정간과 겹치는 곳은 굴현고개-검산-신풍고개-망호등에 이르는 길이다.

    검산은 높이 293m. ‘낙남정맥 북산 293m’라고 누군가 팻말을 걸어 두었다. 최 원장은 “창원읍성의 주산(主山)으로 오히려 천주산보다 더 격이 높다. 창원시 통합 1주년을 맞아 상징적 의미로 표지석이라도 세웠으면 좋겠다”고 한다.

    답사팀은 검산 정상에서 동쪽으로 길을 잡아 내려왔다. 고속도로 통로 박스를 지나 창원읍성 발굴현장으로 발을 옮긴다. 옆으로 경전선 폐구간이 유휴부지로 남겨져 있다. 적당한 활용방안이 강구되어야 할 것 같다.

    검산 정상에서 남쪽 비탈을 따라 곧장 내려왔더라면 구룡사를 만난다. 구룡사 바깥마당에는 1926년에 세운 용화계원기념비가 있다. 전형적인 일본 양식의 빗돌이다.

    절집을 나서면 퇴기백영월영세불망비를 만날 수 있다. 젊을 때 기생으로 돈을 벌어 주민들을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해 주민들이 그 은혜를 빗돌에 새긴 것이다.

    창원읍성 발굴현장을 둘러본 뒤 창원장으로 간다. 지금은 소답장으로 알려져 있는데 2, 7일이 장날이다. 근처 이원수 성장지와 북동샘을 둘러봤다. 도호부 시절에는 여러 개의 우물이 있었지만, 지금은 다 메워지고 이 우물만 남았다. 장터에 왔으니 소답시장의 명물 혜경이국밥집을 찾아 선지수육과 막걸리로 목을 축였다.


    소답시장 내 선지수육과 막걸리.

    답사팀이 남산공원 길을 걷고 있다. 
     

    창원읍성 4개 샘 중 현재 남아 있는 북동샘.


    3구간

    창원읍성은 성종 임금 8년인 1477년에 쌓은 것으로 실록에 나온다. 성의 둘레는 4410자로, 대략 1900여m다.

    창원향교는 객사가 있던 지금의 장터에서 동쪽으로 길을 잡아 얼마 가지 않아 나온다. 1748년 부사 이윤덕이 마산 합성동의 청룡산 자락에 있던 것을 옮겨온 것이라고 한다. 건물 배치는 풍화루-명륜당-대성전을 일렬로 세웠다.

    ‘고향의 봄’에 나오는 꽃대궐 김종영 생가를 둘러보고 망호등으로 향했다. 망호등은 184m로, 검산과 용강고개 사이에 있는 잔메를 부르는 이름이다.

    망호등 산성은 두 봉우리의 외연을 따라 축성한 것으로 기록에 나온다. 산속 곳곳에 흔적들이 있는데, 겨울에는 산성 윤곽이 쉽게 눈에 들어온다. 창원도호부 읍성과 가까우니 서로 바라보면서 신호를 한 데서 이름이 생기지 않았을까 추정한다.

    도계동 쪽으로 내려와 두리길의 첫 출발지인 남산으로 향했다. 남산은 청동기 시대의 환호취락(環壕聚落)과 삼한시대의 마을터가 나온 유적지다.

    환호란 마을을 둥글게 감싸고 있는 방어용 도랑을 말한다. 이곳 환호는 너비와 깊이 등에서 단위규모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산공원 한쪽에 유적지 정비를 잘해 놓았다. 이곳에서 삼한시대 조개더미가 발견됐는데, 옛날에는 지금의 창원시외버스터미널까지 바닷물이 들어왔다고 하니 충분히 이해가 된다.

    남산을 넘어 팔룡동 벽산아파트 쪽으로 넘으면 고향의 봄 도서관 옆에 충신 황시헌을 모신 사당과 충절각, 그 뒤에 그의 무덤이 있다. 황시헌은 병자호란 때 부사 백선남을 따라 참전, 청나라 군인의 기습으로 전멸하기에 이르자, 창원대도호부 부인(府印)을 지키다 순절했다. 그 충절을 기려 제를 지내는 것이 지금의 문창제다.

    3개 구간을 하루 만에 걸으려니 7시간 이상이 걸렸다. 중간중간 샛길을 잡아도 그렇다. 각자의 체력과 여건을 고려해 코스별로 나눠서 살펴보면 좋겠다. 창원의 역사가 몸속으로 들어온다.

    글= 이학수기자·사진= 성민건기자

    답사동행=최헌섭 두류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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