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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의 길] 남해 바래길 2코스

경남의 길을 걷다 (21) 남해 바래길(2코스- 앵강 다숲길)
층층이 다랭이논에 켜켜이 쌓인 애환
호수 같은 바다 끼고 도는 멋들어진 초록길

  • 기사입력 : 2011-06-23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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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해군 남면 가천 다랭이마을을 찾은 탐방객들이 산책로를 따라 걷고 있다. 가천 다랭이마을은 남해 바래길 ‘앵강 다숲길’의 출발지이다./김승권기자/

    가천 다랭이마을 앞 바닷가에 있는 절벽. 한 아이가 절벽과 절벽 사이에 만들어진 흔들교를 지나고 있다.
     
     
    지난주에는 남해 바래길 1코스인 ‘다랭이 지겟길’을 소개했다.

    이번에는 바래길 2코스인 ‘앵강 다숲길’이다.

    18㎞구간이며, 전체를 모두 걸으려면 6시간이 소요된다.

    앵강 다숲길은 남해 앵강만을 끼고 있는 아름다운 마을들과 해수욕장 등을 편안하게 한바퀴 쭉 둘러본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 길은 지중해와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정취를 느끼게 하는 조용한 호수 같은 앵강만을 중심으로 남면, 이동, 상주면에 걸친 9개 마을의 삶과 애환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길이다.

    각 마을마다 방풍림을 조성해 농토 보호와 쉼터로 활용하는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마음의 고향 같은 길이다.




    앵강 다숲길의 출발지는 가천다랭이마을이다. 다랭이마을은 제1코스의 마지막 방문지이기도 하다.

    다랭이마을 위쪽 도로에 공용주차장이 잘 마련돼 주말과 특별한 성수기를 제외하면 주차 걱정이 없다. 주차장 옆 매점에 들러 물과 간식을 준비하고, 만일의 긴급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화장실도 찾아가자.

    간혹 다랭이마을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사진을 찍기 위해 도로에서 셔터를 누르는 방문자들이 있는데, 남해의 굽이굽이 도로는 운전자의 시야 확보가 어려워 교통사고로 직결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다랭이 논이 언제부터 조성됐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남해에 정착한 조상들이 삶의 방편으로 산을 개간하면서 만든 것으로 알려진다. 남해의 산들은 해안선까지 비교적 급경사를 이루는데, 이 산에서 논과 밭을 만들려면 급경사의 산을 가로로 깎아 만들 수밖에 없다. 소울산(망산)과 응봉산을 깎으면서 흙의 유실을 막고 경계를 만들기 위해 일일이 크고 작은 돌을 쌓아 만들었다. 석축은 한 뼘이라도 더 땅을 넓히려는 주민들의 집념으로, 안으로 기운 것 없이 바짝 곧추섰으며 그 석축을 따라 농군의 심성을 닮은 듯 유연한 곡선을 그린 논두렁이 이룬 풍경은 한 폭의 그림이다. 다랭이마을에 푹 빠져 너무 시간을 보내면 다음 코스 방문에 지장이 있다.

    다음 코스는 홍현해우라지마을이다. 다랭이마을에서 걸으면 40분 정도 소요되는데, 차로 이동할 수도 있다. 걸어서 가면 바다와 섬들이 내내 따라다닌다. 도로폭이 좁아 위험하기 때문에 보행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홍현마을 가까이 갔을 때 ‘홍현 향토민속촌’이라는 대형 간판이 나오는 곳에서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된다.



    마을 지형이 무지개 형상을 하고 있어 해우라지 마을로 불린다. 홍현마을에 들어서면 우선 자그마한 운동장 넓이의 ‘석방렴’을 만난다. 석방렴은 바다에 돌로 쌓은 성벽 같은 것으로, 평소에는 물에 잠겨 있다가 썰물 때 물이 빠지면 성벽 안에 물고기가 갇히게 되는데, 이때 물고기를 손쉽게 잡도록 만든 것이다.

    석방렴은 200년 전부터 사람의 힘으로 3군데를 만들어 원시 어로행위를 한 곳이다. 1959년 사라호 태풍 때 모두 유실됐다가 유실 48년 만인 2007년 현재의 2기를 복원했다.

    홍현1리 마을 김옥진(63) 이장은 “석방렴 위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돌면 꿈을 이루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돌면 사랑을 이룬다는 말이 있다”며 “만선의 꿈을 담은 고깃배들이 왼쪽 바닷가 마을에서 오른쪽 대양으로 나가기 때문에 꿈을 이룬다는 말이 생겼고, 대양으로 나갔던 배들이 가족이 있는 왼쪽 마을로 돌아온다고 해서 사랑을 이룬다는 말이 생겼다”고 재미있는 유래를 설명했다.

    현재 해녀 7명이 살면서 멍게 소라 전복 해삼을 잡고 있으며, 자라바위 얼굴바위 용좌바위 등 기기묘묘한 큰 바위들이 바닷가에 널려 있다. 서울 청계천 복원 때 남해를 대표해 큰 돌을 보내 청계천에 설치했는데, 그 돌이 홍현마을 바닷가에서 가져간 것이다.

    홍현마을에서 30분 정도 걸어가면 월포해수욕장이 나온다. 앵강만의 파도가 잠시 쉬어가는 곳이다. 월포해수욕장은 바다가 월포마을과 두곡마을에 이어져 있으며 월포, 두곡해수욕장이라 부르기도 한다. 반달처럼 휘어져 있는 형상인데, 크고 작은 몽돌이 해변에 쫙 깔려 있어 귓가를 간질이는 몽돌의 향연을 즐길 수 있다. 먼 훗날을 위해 남해사람들이 감춰 둔 해수욕장이라고까지 말하는 사람도 있다.

    다음 코스인 두곡마을은 월포해수욕장을 절반쯤 끼고 마을 앞뒤로 바다와 산을 공유한 마을이다. 두곡마을에는 특이한 꽃놀이가 있다. 이 꽃놀이는 15년 전부터 마을 앞 해변에 조성된 소나무 방풍림 그늘 아래서 열린다. 두곡해수욕장은 500그루 이상 조성된 해변 숲과 몽돌밭, 아주 고운 모래를 가지고 있다.



    두곡마을에서 35분 정도 걸으면 용문사에 도착한다. 신라 때 원효대사가 금산에 세웠다는 보광사가 뒤에 이곳으로 옮겨와 지금의 용문사가 됐다고 한다.


    용문사는 미륵이 탄생해 맨처음 몸을 씻었다는 용소마을 위쪽의 호구산 계곡에 호젓하게 자리 잡고 있다. 전국 3대 지장도량의 하나로 불리는 용문사의 독특함은 천왕각의 사천왕이 짓밟고 있는 양반과 탐관오리이다. 권력을 탐하지 않고 오직 민초들의 곁에 있고자 했던 용문사의 참모습을 볼 수 있다. 용문사의 산내 암자로 백련암과 염불암이 있으며, 백련암은 수행처로 이름나 독립선언 민족대표 33인 중의 한 사람인 용성스님, 조계종 종정을 지낸 석우스님, 성철스님이 머문 곳으로도 유명하다. 용문사에서는 평소 둘째, 넷째 토·일요일 마음수양과 가정의 행복을 기원하고, 불교의 참 진리를 배우는 템플스테이 행사를 갖고 있다.

    용문사를 내려오면 ‘미국마을’이 나온다. 미국의 아름다운 단독주택을 옮겨놓은 듯하다. 미국마을에서 바닷가 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용소마을과 용소폭포에 갈 수 있다. 마을에 잘 정돈된 화단을 보면 이 마을이 예사롭지 않음을 느끼게 한다.


    남해군 이동면 상수리나무 군락지인 신전숲.


    용소폭포에서 20분 정도 걸으면 화계마을을 거쳐 ‘앵강 다숲마을 800m’ 표지판이 나온다. 이 다숲마을 인근에는 상수리나무 군락지가 나오는데, 바로 신전숲이다. 갯바람을 막아주는 일종의 방풍림이다. 1972년 전투경찰이 주둔한 신전숲은 이후 또다시 육군이 주둔했다가 2008년 육군이 금산으로 이전하면서 숲은 생명을 찾게 됐다. 현재 남해군에서 공원 조성공사를 한창 하고 있는데 올 말 완공돼 그 모습이 기대되고 있다.

    해안선을 따라 15분 정도 원천 횟집촌으로 걸어가면 썰물에 드러난 이색적인 갯벌을 볼 수 있다. 파래들이 갯벌 위에 촘촘히 누워 있는데, 초록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 온통 초록빛으로 물들었다. 앵강만 원천 횟집촌에서는 저 건너편 홍현해우라지마을이 보이고, 5시간가량을 걸어온 앵강 다숲길의 전체코스를 한눈에 되돌아볼 수 있다.



    남해군 상주면 벽련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자그마한 포구와 함께 서포 김만중 선생의 유배지인 노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제 바래길 제2코스 마지막 방문지인 벽련마을을 찾아간다. 원천 횟집촌에서 벽련마을까지는 40분 정도 소요되고, 바닷가에서 산길을 타야 한다. 제2코스 대부분 방문지가 바다를 수평으로 볼 수 있지만, 벽련마을 가는 산길은 바다를 수직으로 내려다보고 걸을 수 있다. 새소리, 바람소리 들으며 산길을 지나 벽련마을 입구 능선에 도착하면 벽련마을을 끼고 있는 자그마한 아름다운 포구가 한눈에 들어온다. 벽련마을에서도 앵강만 건너편 홍현해우라지마을을 볼 수 있고, 전라남도 돌산도도 보인다.

    벽련마을 앞에는 노도가 있다. 노도는 서포 김만중선생의 유배지이다. 김만중은 노도에서 유배생활하며 사씨남정기를 썼다. 노도 앞 벽련마을 갯가에서 이는 파도소리가 김만중 선생의 애환을 달래는 듯 애잔하다.

    다음 주에는 남해 바래길 제5코스 화전별곡길을 걸어본다.


    ★ 이색풍경 - 미국마을

    자유의 여신상·주택 모양·정원까지 ‘미국판’



    남해군 이동면 용문사 아래쪽에 있는 미국마을에는 그야말로 미국냄새가 난다. 마을 입구에 커다란 자유의 여신상이 떡하니 버티고 있어 더욱 그렇다. 여신상 옆 표지석에는 미국마을에 입주하고 있는 주인장들의 이름과 주택 호수가 적혀 있다.

    주택의 모양새와 정원, 주차장까지 미국판이다. 정원이 넓어 잡초를 뽑고 잔디를 깎는 일이 힘들겠지만 가족이나 친지들과 간간이 벌이는 야외 삼겹살 파티는 힘든 피로감을 씻어 주기에 충분할 것이다.

    미국마을은 남해군에서 지역특화발전특구법에 따라 자치단체에서 가장 차별화된 시책을 모색하던 중 미국에서 생활하는 교포들에게 건강한 노후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고, 실질적인 인구 유입 효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었다.

    겨울에도 따뜻하고 전국 최고의 풍광을 자랑하는 천혜의 관광자원과 청정해역으로 이름난 이동면 용소리 일대에 30억여원을 투입, 2만4790㎡(7500여평)규모로 미국식 주택 21채와 복지회관, 체육시설 등을 조성했으며, 특히 주택은 모두 목재구조로 만들어 미국의 작은 마을을 옮겨 놓은 것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

    또한 미국의 전통주택을 체험할 수 있도록 각 주택은 민박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문화와 전통 주택 체험의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글= 조윤제기자 cho@knnews.co.kr

    사진= 김승권기자 skkim@knnews.co.kr

    길잡이= 남해 바래길 사람들 백상연

    남해 바래길 문의 ☏055-860-8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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