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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고 싶다] 마산 욱곡해변

지는 해는 하늘을 태우고 바다로 번졌다

  • 기사입력 : 2011-09-15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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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내포리 욱곡해변의 저녁노을. 마을 앞 포구의 잔잔한 바다와 섬이 주홍빛으로 덮인다.
     

    귀가 멍할 정도로 세찬 매미소리가 어느새 은은한 귀뚜라미 울음소리로 변한 초가을. 한여름 뜨거웠던 태양도 촉촉한 가을 서리에 한풀 꺾인 듯 나들이객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하지만 한낮의 태양은 여전히 이마에 땀을 송글거리게 해 성가스럽기까지 하다. 이럴 때 시원한 갯바람을 맞으며 석양의 눈부신 향연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도심에서 멀지 않아 한달음에 갈 수 있는 곳이면 더욱 즐거울 게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내포리 욱곡해변이 그런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곳 중의 하나다.

    들머리를 마산 현동검문소에서 잡으면 차로 10분 거리밖에 안 되니 도심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잠시 풀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연인이나 가족들과 함께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 보는 것도 묘미다.

    이글거렸던 하루를 마감하는 석양을 감상하며 내일의 또 다른 하루를 설계하는 주홍빛 설렘의 바닷속으로 빠져들어 보자.

    욱곡해변은 수정마을과 유산마을 두 갈래길로 나뉘는데 어디로 들어서더라도 길이 연결돼 있으니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마을 앞을 흐르는 냇가에 버드나무가 무성해 유산(柳山)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유산마을로 들어서면 제법 산세가 있어 보인다.



    마을 고개를 넘어서면 호수 같은 바다가 시원스럽게 다가온다. 한움큼 잡은 바닷물이 손아귀에서 철철 빠져나갈 듯이 가까워지면 바다를 껴안고 있는 명주마을이다.

    마을 앞 포구의 잔잔한 바닷물 위에 비춰진 아침 햇살과 저녁놀이 마치 예쁜 구슬을 보는 것 같이 아름답게 보인다고 마을 이름을 명주(明珠)라고 지었다고 한다. 한때 옛 마산시에서 해수욕장 개장을 검토했을 정도로 물이 깨끗한 곳이다.

    바다를 오른편에 두고 아담하게 뻗어 있는 도로를 따라 한 고개 넘어가면 해양드라마세트장이 눈에 들어온다. 해양드라마세트장에서는 MBC특별기획드라마 ‘계백’의 촬영이 시작됐다. 올해만 이곳에서 KBS드라마 ‘근초고왕’과 MBC의 ‘짝퉁’, SBS의 ‘무사 백동수’가 촬영을 했다. 지난해에는 MBC의 ‘김수로’와 SBS의 ‘야차’도 이 세트장에서 촬영됐다. 운이 좋으면 촬영 현장을 볼 수도 있다.

    이윽고 마을 앞이 바다로 툭 트여 있는 욱곡(旭谷)마을. 남동쪽의 빛나는 햇살이 온 마을을 비춰 준다고 해 빛나는 곳, 즉 빛날 욱(旭) 고을 곡(谷)자를 따서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오후 6시. 비릿한 갯바람이 코끝을 스칠 즈음 욱곡의 해변은 물들기 시작한다. 바로 앞 닭섬과 곰섬, 북섬을 배경으로 내려앉는 일몰은 주홍빛 노을로 바다를 덮어준다.

    석양은 구름 뒤에서 숨바꼭질을 하듯 마지막 모습을 좀체 보이려 하지 않다가, 하루의 생을 마감하는 것이 아쉬운 듯 간간이 강렬한 빛을 내뿜으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 한다.




    온종일 땀 흘리던 통통배가 안식처를 향해 돌아오는 시간, 엎드려 쉬고 있던 바다는 황금빛 물결로 일렁거리고, 갈매기 한 마리가 빠르게 시야에서 사라지는…. 그렇게 욱곡해변 노을의 향연은 계속된다.

    오후 6시30분. 노을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마지막 안간힘을 쓰며 아껴 왔던 정열을 내뿜는다. 그 파문이 어느새 발 앞에 다다라 숙연함마저 느껴진다.

    마침내 석양은 저편 너머로 녹아내리고, 어둠의 경계에서 붉은 꽃 한송이 툭 떨어진다.

    노을의 여운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다. 한동안 멍하니 어둑해지는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본다. 어느새 일몰의 그림자가 길어지고 욱곡해변에 줄 지은 횟집 간판의 불이 들어온다.

    마산의 옥영숙 시인은 욱곡의 노을을 이렇게 표현했다.

    ‘욱곡 그 이름만으로도 눈시울이 붉어지고 그 이름에 새겨진 물결무늬를 누구도 끊지 못한다. 홍근한 수면이 흔들리면 이끼 덮인 지난 환영의 날들이 오소소 일어난다. 가슴께 숨긴 무수한 빗금이 띄엄띄엄 파문을 새기고 물결 위로 저녁 햇살이 겹쳐 떨린다.’




    ★주변 가볼만한 곳

    ◆해양드라마세트장= 마산합포구 구산면 석곡리 1만여㎡에 가야시대 목조건물과 야철장, 저잣거리, 선착장 등을 갖춘 해양드라마세트장이 지난해 상반기에 건립된 뒤 각종 드라마와 사극 등이 촬영되면서 관광객 방문도 늘고 있다. 이곳에서 드라마 ‘김수로’가 촬영된 이후 SBS 야차, KBS 드라마 근초고왕, MBC 드라마 짝패, SBS드라마 무사 백동수, MBC특별기획드라마 계백이 잇따라 촬영됐다.



    ◆저도연륙교= 마산합포구 구산면 구복리와 저도(猪島)를 연결하는 다리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태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 ‘콰이강의 다리’를 닮았다고 해 일명 ‘콰이강의 다리’로 불리는 저도연륙교는 길이 170m, 넓이 3m의 철제 다리로 1987년 놓여졌다. 2001년 개봉한 영화 ‘인디안 썸머’가 이곳에서 촬영됐고 가수 거미의 뮤직비디오 ‘아직도’의 배경이기도 하다. 안전상의 문제로 2004년 신저도연륙교가 개통되면서 지금은 인도교로 남아 있다. 인근에 저도 비치로드가 조성돼 자연을 벗 삼아 산책을 할 수 있다.

    ◆구복예술촌= 1997년 11월 16일 폐교를 수리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개장됐다. 예술촌 앞으로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보석처럼 빛나는 구복예술촌은 매년 8월 낭만적인 한여름밤의 축제인 ‘바다예술제’가 열린다.

    글=이종훈기자 leejh@knnews.co.kr

    사진=성민건기자 mkseong@knnews.co.kr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 사업비를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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