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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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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신춘문예 계절에- 이두애(수필가)

  • 기사입력 : 2011-12-02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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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국 격언에 ‘한 편의 명작(名作)은 열 개의 대학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 명작은 걸작, 수작, 달작, 대작이라고 말한다. 반대의 의미는 졸작(拙作)이다. 대학교는 고등교육의 중심을 이루는 기관으로, 학문의 이론이나 응용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곳이다. 교육하는 것보다 중요할 수 있다는 게 한 편의 명작이라는 의미다. 그래서 불후의 명작은 세월이 흘러도 오래 기억되는 걸로 여겨진다. 명작을 남긴 작가도 우리는 잊지 못한다. 해마다 신춘문예로 발표된 작품은 우리들에게 많이 읽힌다. 작가의 길이 비단 신춘문예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 문단에서 신춘문예 작가와 작품이 높이 평가되고 있다.

    바야흐로 신춘문예 계절이다. 가을이라는 계절이 끝날쯤에 끼어든 또 하나의 계절이다. 이 계절에는 글쟁이들이 또 하나의 관문을 통과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된다. 신문의 한쪽에 ‘한국 문단의 주역이 될 참신하고 역량 있는 신인작가 발굴을 위해…’ 하면서 작품을 공모한다고 잉크와 펜, 원고지, 꽃다발이 그려진 눈에 띄는 박스가 돋보인다. 매년 이 박스를 볼 때마다 붉은색 필기구로 ‘신춘문예 응모작품’이라고 적으라는 말이 가장 기억난다.

    신춘문예는 매년 1월 1일에 일간신문사나 잡지사에서 새로운 작가의 작품을 뽑는 문예경연대회이다. 등단을 꿈꾸는 문학도는 물론 글로 자기를 치유하고픈 현대인들에게 신춘문예는 최고의 문학축제다. 한편의 작품을 완성하기까지의 노고는 말할 수 없는 고통이 동반되었을 것이다. 새해 첫날 신문에서 자기 이름을 확인하는 떨림은 누구나 맛보고 싶은 충격이다. 당선 소식은 크리스마스 때쯤 알게 되는, 산타할아버지의 선물이 된다. 부러운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최연소 등단 작가가 나왔을 때 나는 또 다른 각성을 하게 된다. 낙선자에게 도움이 되는 참고 이야기들도 많이 있다. 10년 넘게 신춘문예 낙선경험자가 낙선10계명을 조언해 둔 기사도 있었다.

    예전에 술자리에서 선배와 이런 말을 나누었던 기억이 있다. 신춘문예에 당선되지 않고서 나한테 너의 작품 이야기나 글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단호하게 그 선배는 말한 적이 있다. 선배는 글을 쓰지는 않았지만 다독을 많이 한 탓인지 항상 나와 이야기를 하면 스승이 되었다. 나의 자존심이 상할 정도로 핀잔을 주기도 했다. 당시 꼭 당선되어 그렇게 말하는 선배의 코를 눌러주고 싶은 생각이 치밀어 올랐다. 지금 생각하면 학창시절 선배의 충고가 고맙게 느껴지기도 한다.

    얼마 전 시전문지에 작품을 하나 내려고 몇 편의 글을 다듬어 보았다. 여러 번 퇴고를 했지만 하룻밤 자고 나서 읽어보니 부끄러웠다. 다음 날 다시 읽어보니 작품이 반쯤 잘려 나가 버렸다. 며칠 후 다시 보았다.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 때문에 작품을 완성할 수가 없었다. 견딜 수 없는 고통의 경지를 몇 번이고 반복해야 온전한 작품 하나 발표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다. 하지만 인정받는 작품이 되기는 하늘의 별 따기이다. 때로는 선배 문인에게 작품의 평을 받아보기도 한다. 쓴 소리는 작품을 또 다른 위치에 올려놓기도 한다.

    글은 어떤 생각이나 말 따위의 내용을 글자로 나타낸 것이다. 내가 지은 글을 누군가 읽어서 마음의 창을 열도록 자극을 하고 감동을 준다면 성공한 글이라고 여겨진다. 정서나 사상을 상상의 힘을 빌려서 언어·문자로 표현한 예술 및 그 작품이 문학인데 그 경지는 쉬운 일이 아니다. 문학은 언어예술이다. 언어는 사물을 표현하는 투명한 존재이다. 작가는 부재하는 사물의 성질까지 표현하며 그것을 욕망으로 승화시킨다. 개성 있는 창의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착한 마음으로 사물을 바라보며 인내를 가진 자세를 생활화하려 한다. 글을 쓰는 작업은 기쁨이자 고통이다. 다시 한 번 작품을 만드는 일에 혼신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나 자신을 채찍질해 본다.

    이두애(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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