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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문화송년회-변화의 바람은 시작됐다- 김용대(문화체육부장)

  • 기사입력 : 2011-12-15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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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년회가 바뀌고 있다.

    술자리로 시작해 술자리로 끝나는 ‘술판 송년회’가 최근 들어 음악과 연극, 영화 등 공연 관람으로 대신하는 문화송년회로 대체되고 있다. 도내 기업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문화송년회는 오랜 세월 변하지 않던 송년회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수년 전만 해도 기업 송년회를 문화공연으로 한다면 단연 뉴스거리였지만 지금은 작은 흐름이 되고 있다.

    남성 1인당 술 소비량이 세계 3위인 우리나라의 송년회는 으레 술자리로 시작해 술자리로 끝나는 것이 상례화돼 있었다. 1년 동안 평균 맥주 105병, 소주 68병, 양주 1병, 막걸리 9병, 포도주 1.6병(2009년 기준)을 마셨으니, 그동안 참 많이도 마셨다.

    문화생활은 누구나 꿈꾸는 이상향인지도 모른다. 개인은 개인대로 지자체는 지자체대로, 심지어 국가는 국가대로 문화에 대한 인프라를 확충하고 국민들이 문화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문화에 대한 정의는 광범위하지만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한 방편 정도로 생각해 본다.

    술로 시작해 술로 끝나는 송년회는 그래서 문화적인 송년회가 될 수 없었다. 이러한 술 마시는 송년회를 대신하는 문화송년회의 중심에 지난 2007년 결성된 경남메세나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메세나는 로마의 초대황제 옥타비아누스의 오른팔 역할로 문화를 담당했던 마에케나스(maecenas)에서 유래됐다. 그는 황제가 준 재산으로 시인과 예술가를 지원하는 등 극진히 대했는데 이것이 체제에 대한 민중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기반이 됐다고 한다.

    메세나협의회에서 기업과 경남도는 지금까지 예술단체에 많은 지원을 했고 해마다 지원하는 기업체가 늘고 있다. 79개 회원사와 10개의 결연팀으로 출발한 메세나는 창립 이듬해인 2008년 당시 29개 예술단체, 지난해 48개 예술단체를 지원했고 올해는 180개 회원사와 60개 팀이 결연돼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받고 있다. 무엇보다 해마다 지원하는 기업체가 늘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이며 기업들의 이러한 노력은 점점 후퇴하는 인문과 문화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

    창원 피케이밸브는 연말 임원간담회를 도내 대표적 민간 오케스트라인 경남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연주로, 김해 장유의 경원벤텍은 메세나 결연단체인 장유여성합창단의 공연을 비롯, 사물놀이, 색소폰 공연으로 문화송년회를 할 예정이다.

    통합창원상공회의소는 마산 가곡전수관에서 가곡 공연을 관람했고, 창원의 더큰병원은 병원 내 숲갤러리에서 그림 전시회와 클래식 음악회를 열었다. 또 양산의 ㈜화인테크놀리지는 임직원 지역기업인, 협력사 직원들을 초청, 양산 출신 성악가 엄정행을 비롯, 연우합창단, 양산윈드오케스트라 등의 공연으로 송년회를 했고, 김해의 ㈜중앙금속은 김해문화의 전당에서 뮤지컬 ‘그리스’를 전 직원이 함께 관람했다.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바꾸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악습을 문화예술이라는 하나의 단초를 통해 거대한 흐름으로 변하게 하는 것이다.

    주목할 것은 기업에서 문화예술단체에 금전적인 지원을 하지만 사실은 기업에 피드백되는 문화적 혜택 또한 적지 않다. 술문화에 의한 송년회의 결과는 다음날 기업의 생산력 저하를 가져 오고 산재사고율도 더 증가하게 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문화송년회는 임직원 간의 화합과 결속을 다지는 계기일 뿐만 아니라 문화를 향유하면서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를 풀어 더욱 창의적인 업무를 이끌어낼 수 있다. 또한 술문화가 가족 사이를 격리시키고 분란을 가져오는 반면 가족과 함께하는 문화송년회는 가족 구성원이 회사에 대해 자긍심까지 갖게 해 줄 것이다.

    이제 마시고 마셔 술독에 침몰되는 송년회, 매일같이 술마시고 늦게 들어와 가족에게 미안해하는 대신 떳떳하게 가족도 초청해 예술인, 기업, 가족이 함께하는 문화 송년회, 나아가서 우리 회사 가족만이 아니라 이웃을 돌아보고 함께 봉사하는 송년회, 도민과 함께하는 송년회 등으로 발전되었으면 한다.

    김용대(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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