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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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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CEO와 슈퍼맨- 변종문(지엠비코리아 대표이사)

  • 기사입력 : 2011-12-19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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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년 전 기업의 신참 임원 시절 임금협상을 위한 노사협상에 참석했을 때이다. 당시 기업사정과 경기 상황이 안 좋아서 노조의 높은 요구 수준만큼 임금인상을 못해 줄 형편에서 지금은 내 나이쯤 된 사장님이 고참 임원들과 회사가 처한 상황을 여러 가지로 설명하고 과도하게 높게 제시된 요구 수준을 낮춰 줄 것을 노조협상 위원들에게 요청했다. 나는 그 정도 열심히 설명했으면 어느 정도는 좀 완화된 반응이 나올 줄로 생각했다.

    그러나 돌아온 반응은 내 예상을 완전히 벗어난 것이었다. 회사 사정이 안 좋은 것은 경영진이 경영을 잘못한 것이지 왜 근로자들이 그것을 이해해야 하느냐는 것이고, 자기들은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고 모든 물가가 오른 만큼 생계유지를 위해서는 자신들의 요구를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날 이후로 오늘까지 이런 실랑이는 아직도 변함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경영자 입장에서는 이 대답에 대해 반론할 여지가 많다고 생각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말에도 어느 정도는 일리가 있다고 생각된다.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기업의 모든 책임은 CEO가 져야 하고 CEO는 많은 권한과 좋은 대우를 받는 만큼 능력도 많아야 한다는 논리이다.

    CEO는 암만 밤잠 안 자고 회사를 걱정하고 열심히 일해도 결과가 잘못되면 그 열심히 일한 것은 온데간데없고 회사 내부나 외부적으로 인정을 못 받는다는 것이 일반 근로자와 다르다는 것이다. 새로운 성장 아이템을 개발하고 신기술을 개발하는 것, 생산 시설과 자금을 확보하는 것, 인재를 확보하고 사원들을 육성하는 것, 좋은 거래처와 우호적인 공급처를 확보하는 것, 기업을 규제하는 모든 법률적인 사항을 준수하고, 세법을 빈틈없이 잘 지키는 것, 사원들에게 그 지역 사회의 수준에 걸맞은 적절한 임금을 지급하고 복리후생을 제공하는 것. 작업환경의 안전을 확보해 주는 것, 협력 업체에 지속적으로 일정 물량구매를 유지시켜 주는 것, 사회공헌 활동 등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모든 일들이 대표이사가 감당해야 할 사항들이다.

    그리고 특히 필자와 같이 OEM사업을 하는 중견 기업의 경우에는 많은 고객들이 쉴 새 없이 대표이사만을 불러대고 있다. 사업 설명회, 품질 대책회의, 가격협상과 원가절감회의, CAPA 확보회의, 세계시장 개척을 위한 해외출장 등등 어떤 때는 동시 다발적으로 여러 고객에서 초대가 오면 몸을 몇 개로 나눠도 모자랄 때도 있다.

    일반 임원들은 권한과 책임이 부분적이어서 이야기해도 확실한 효과를 얻기 힘들다는 이유에서이다. 또 CEO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여러 가지 경영학적 트렌드를 배우고 적용해야 되며, 수많은 모범적인 리더십을 공부해 하나 정도는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많은 경영학 이론이 난무하기에 어느 것이 나와 내 기업에 맞는 것인지 정확히 체득하기도 힘들다.

    그리고 현재와 같은 세계의 경제가 동시에 위기 상황에 빠질 경우는 경기에 대한 미래 예측이 안갯속을 헤매듯이 판단하기 힘들다. 그러니 많은 나름대로 성공하고 현명하다는 기업 CEO들조차도 때로는 정책 판단 미스로 10년 공부 도로아미타불의 신세가 되기도 한다.

    이래저래 생각해보면 실로 기업의 CEO는 슈퍼맨 같은 만능의 능력을 가진 존재가 되기를 강요받는 입장에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본인이 좋든 싫든 간에….

    이런 의미에서 살아남은 기업의 CEO는 실로 일반인과는 차별화된 남다른 능력의 소유자임을 인정받아야 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그만한 인정을 제대로 받고 있는지는 좀 의문스러운 점도 많다. 그래서 “나는 누구를 위해서 오늘도 종을 울리고 있나?”라고 자문하는 많은 CEO들이 있다고 본다. 이 땅의 CEO들이여, 모쪼록 나름대로의 자기 가치관에 맞는 답을 찾아서 오늘의 숙명을 극복해가며 파도처럼 끊임없이 다가오는 불확실한 미래의 위기와 기회에 도전하며 건투하시기를 비는 바이다.

    변종문(지엠비코리아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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