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보름- 송창우
- 기사입력 : 2012-02-02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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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물
뭍 간 누이는
동지섣달에도 오지 않았다
어머니는 부뚜막에 앉아
흉이라 업이라
생손을 앓는 저녁
쇠똥 숯불 휘날리며
막배 떠난 선창가 헤매 다녔다
고향 가는 길이다
동구 밖 돌아가는 갈대숲
오늘은 내가
어머니 간을 빼러 간다
갈잎들
흔들리고 있구나
떨고 있구나
☞ 돌아오는 월요일은 정월 대보름입니다. 제 직장이 있는 이곳 하동 북천에선 청년회 회원들이 달집을 만들고 막걸리를 마련하고 하루 종일 잔치를 벌일 참이랍니다. 놀기 좋아하고 신명 많은 저도 기꺼이 동참할 생각입니다. 못 치는 꽹과리지만 상쇠의 손에서 악기를 뺏어 내 멋대로 내 맛대로 마음껏 두들겨 팰 생각입니다.
그러나 이 시를 보면 대보름날이, 대보름날의 어머니들이, 그렇게 즐겁고 신나고 행복한 것만은 아닌 듯 싶습니다. 뭍(행복)으로부터 먼 섬(외로움)을 고향으로 한 가계의 신산하고 쓸쓸한 내력이 읽히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동구 밖 돌아가는 갈대숲/오늘은 내가/어머니 간을 빼러’ 가는 아들의 아픈 모습이 자꾸 짠하게 다가옵니다. 어쨌거나 둥근 달은 우리의 한(恨)의 원형이고 고향…. 돌아오는 월요일 저녁엔 꼭 고개 들어 올려다보아야겠습니다. -유홍준(시인)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