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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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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탈원전 세상을 꿈꾸며- 김영조(시인)

  • 기사입력 : 2012-02-17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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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오늘 죽어야 문제가 해결되겠다”는 말을 남기고 자신의 몸에 불을 댕겨 분신하신 이치우 어르신의 장례를 한 달이 돼도 치르지 못하고 있다. 한평생 땅만 일구며 살아오신 순박한 촌로를 이렇게 불행한 죽음으로 몰고 간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직접적인 책임이야 잘못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국가와, 힘으로 밀어붙인 한국전력에 있겠지만 전기를 낭비하고 있는 우리 모두가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한 달 전기 요금이 일만원도 채 나오지 않는 시골 농부들의 책임은 아니다. 농사를 떠나서는 살 수 없는 농부들에게는 단순히 보상금만이 문제가 아니다. 대형송전선로는 그들의 생활터전을 모두 빼앗는 것이다. 에너지를 무절제하게 사용하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 때문에 생긴 일이다.

    여기서 우리는 원자력 발전에 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765kv 송전철탑 문제를 따라가 보면 그 끝에 원자력발전소가 나온다. 에너지의 대량 소비가 보다 많은 전기 생산을 부추겼고, 그 전기를 공급하려다 보니 대형송전선로가 필요해진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대체에너지나 재생에너지 개발을 소홀히 하며 손쉽게 핵발전에만 의존해 왔다. 정부는 2024년까지 원전 14기를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라고 한다. 오로지 원전에만 맡겨 전력 수급을 해결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일어난 지 일년도 되지 않았고, 아직 그 피해가 계속되고 있지만 우리는 벌써 핵의 위험을 잊고 있다. 바로 이웃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행한 일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요행만 바라고 있다가, 불의의 사고에 대비하지 못한다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겠는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모든 나라들이 탈원전 정책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유독 우리 정부만 역주행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다행히 며칠 전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전국 45개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모여 ‘탈핵 에너지 전환을 위한 도시선언’을 했다는 뉴스를 접한 것이다. 그 내용은 에너지 조례 제정, 에너지 수요 절감 대책, 신재생 에너지 보급 확대, 수명 다한 원전 가동 중단 및 원전 증설 반대 등이었다. 자치단체장들이 초당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거의 전국 각 지역이 망라되었지만 경남의 자치단체가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아 아쉽고, 또한 당장 원자력 송전선로 때문에 지역민이 고통받고 있는 밀양, 창녕, 양산 등이 함께하지 않아 더욱 안타깝고 배신감마저 든다. 우리 지역 자치단체들도 시대적 흐름에 하루빨리 동참해 핵으로부터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원자력의 위험 부담과 사회적 비용을 들이지 않고 그 혜택만을 오롯이 누리고 있는 수도권 지역의 여러 자치단체가 주도적으로 탈핵도시를 선언하는 판에 직접 피해를 입고, 또한 사람의 목숨까지도 내놓고 싸우고 있는 곳에서 이 흐름에 동참하지 않는 것은 단체장의 직무유기에 다름 아닌 것이다.

    지금 다시 호롱불 밝히는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다. 그러나 문명이라는 이름 아래, 개발이라는 명분으로 이루어진 인간의 모든 행위들이 한순간에 잿더미 속으로 사라지게 하는 비문명을 겪을 수는 없다. 세상에 ‘절대안전’이란 있을 수 없다. 인간의 힘으로 자연 현상을 완벽하게 막아낼 수는 없다. 피할 것은 미리 피해 가야 한다. 조금 더 힘든 선택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그 길이 진정한 문명이다.

    국책사업이라는 말 한마디에 모든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것을 반대한다고 해 소위 ‘님비’라고 몰아세우는 것은 더욱 안 될 말이다. 국책사업이라는 거대한 이름 아래 희생된 것은 언제나 소외된 지역, 힘없는 서민들이었다. 그 열매를 따먹는 사람은 누구이며 그들은 무엇을 희생했던가. 다시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 이치우 어르신의 명복을 빌며 그 죽음이 헛되지 않을 탈원전 세상을 만들어야 되겠다.

    김영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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