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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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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랑이- 조오현

  • 기사입력 : 2012-03-29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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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아갈 길이 없다 물러설 길도 없다

    둘러봐야 사방은 허공 끝없는 낭떠러지

    우습다

    내 평생 헤매어 찾아온 곳이 절벽이라니



    끝내 삶도 죽음도 내던져야 할 이 절벽에

    마냥 어지러이 떠다니는 아지랑이들

    우습다

    내 평생 붙잡고 살아온 것이 아지랑이더란 말이냐



    - 시집 <아득한 성자>에서

    ☞ 봄날, 아지랑이는 긴 겨울을 견뎌낸 대지의 함성입니다. 딱딱하게 굳은 땅을 녹이며 피어오르는 봄의 혼령입니다. 춥고 배고픈 삶을 견뎌낸 가쁜 호흡이고 그리움입니다.

    허나, 진정 내가 찾고자 한 것이 무엇이란 말입니까? 무엇을 좇아 긴 세월을 헤매어 다녔을까요? 진리? 부? 명예? 사랑? 건강?

    평생 동안 찾아 헤맨 삶의 끝은 ‘나아갈 길 없고 더 이상 물러설 길 없는’‘허공이고 낭떠러지’입니다.

    절벽에 선 시의 화자에게 삶은 곧 죽음이오 죽음은 삶입니다.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희망은 곧 꺼지고 말 절망입니다. 가난이나 괴로움 또한 한순간의 현상입니다. 결국 시의 화자가 찾아 헤맨 것은 또 다른 나, 완전한 나를 찾는 구도자로서의 나인 셈입니다.

    종장 첫 음보 ‘우습다’는 탐욕에 가득 찬 이 세상을 죽비로 내리치는 촌철살인의 언어입니다.

    자아완성을 위해 끊임없이 성찰하는 이 시조는 거친 호흡을 정결히 빗질하는 아름다운 힘을 느끼게 됩니다. - 김진희(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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