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6일 (금)
전체메뉴

[경제인칼럼] 솔로몬의 지혜가 절실한 중소기업 정책- 홍진동(경남지방중소기업청장)

  • 기사입력 : 2012-04-02 01:00:00
  •   


  • 최근 중소기업 문제에 대한 사회 전반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서민경제와 중소기업 활성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주요 정당에서도 앞다투어 중소기업 관련 공약들을 쏟아내고 있다. 오랜 기간 중소기업정책 분야에 근무한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쉽지 않은 것이 중소기업정책이다. 특히 중소기업 내에서도 규모나 업종 등에 따라 이해관계가 대립돼 아무리 고심해서 정책을 내놓아도 어느 한쪽에서는 볼멘소리를 하기 마련이다.

    단적인 예로, 소상공인 분야를 보자. 최근 대형마트의 강제휴무일 지정 여부와 관련, 쇼핑 편의와 선택권 보장을 주장하는 일반 소비자들의 편익과 전통시장 및 자영업자들의 생존권 수호 차원의 주장이 팽팽히 대립돼 연일 언론지상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그런데 막상 중소기업정책 당국자의 고민은 다른 데 있다. 다름 아닌 대형마트에 입주해 있는 또 다른 자영업자들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소상공인 창업 지원 문제도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상반된 측면을 내포하고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퇴직이 가시화되면서 특별한 기술과 큰 자본이 없이도 쉽게 할 수 있는 서비스업종 위주로 시니어창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 예비창업자들이 관심을 갖는 분야는 음식점, 제과점 등 이미 과포화 상태인 경우가 많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창업이 확대되는 것은 바람직하나 생존율을 높여야 한다는 또 다른 고민이 정책 당국자의 머리를 아프게 하고 있다.

    또 다른 사례를 보자. 중소기업, 특히 지방에 있는 중소기업의 가장 큰 고민은 뭐니 뭐니 해도 인력 문제이다. 필자가 몇 년 전 실무과장으로 재직 시에 중소기업으로의 인력 유입이 어려워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인원 채용 시 일정기간 중소기업 근무 경력자를 우대하는 방안을 검토한 적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접했던 문제는 이 제도를 도입할 경우 중소기업으로 신규 인력 유입은 늘 수 있겠지만 기존 인력의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었다.

    올해 중소기업 정책의 화두는 ‘중소기업을 건강하게, 소상공인을 따뜻하게’이다. 필자는 이 화두 자체에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의 접점에 놓여 있는 중소기업정책 당국의 고민이 녹아 있다고 본다.

    최근 언론 보도를 보니 우리나라 병원의 항생제 처방률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높다고 하는데 중소기업정책 당국자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본다. 항생제 처방을 안 하면서 자체 면역력 증진과 기력 회복을 통해 병을 낫게 하자니 시간이 오래 걸리고 환자는 고통을 호소한다. 반면 항생제를 처방하면 당장의 고통은 치유될지 몰라도 중장기적으로는 병에 대한 저항력이 낮아져 의사의 고민이 시작되는 것처럼, 중소기업정책 당국자도 같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병원에서 불치병환자의 산소호흡기를 떼는 문제를 고민하는 것처럼 중소기업정책 당국자들도 한계기업의 지원 대상 배제를 통한 자연도태 여부도 깊게 고민해 본 적이 있으리라.

    물론 정답은 없다. 그러나 우선 정책 대상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이루어진다면 상당 부분 고민이 해결되리라 보여진다. 이러한 고민 해결 차원에서 올해 중소기업청에서 기존 사업 위주에서 기업 위주로 정책시스템을 전환했다. ‘진단-처방-치유’의 3단계 절차를 통한 중소기업 건강관리시스템은 경쟁력 저하 현상이나 재원 낭비 현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늘 깨어 있으라’, ‘구하라 그러면 얻을 것이요’라는 성경의 한 구절처럼 항상 솔로몬의 지혜를 구해야 하는 필자를 포함한 중소기업정책 당국자들의 고민이 이러한 시도들을 통해 다소나마 해소되기를 기대해본다.

    홍진동(경남지방중소기업청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