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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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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학교폭력 예방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박평구(LG전자 창원경영지원담당 상무)

  • 기사입력 : 2012-06-25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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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마 전에도 한 학생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같은 반 친구들의 괴롭힘과 폭력을 견디다 못한 극단적인 선택이라고 한다. 이런 비극이 낯설지 않을 정도로 학교폭력 관련사건이 최근 들어 많이 벌어지고 있다. 안타까운 죽음 앞에 이제 더 이상의 희생은 없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쌓여가고 있다.

    학교폭력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앞선 세대에서도 학교 친구들의 돈이나 물건을 뺏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 문제는 폭력을 경험하는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행태가 집요하며 가학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뉴스를 보면 온라인게임을 강제로 시키거나 아르바이트를 시켜 돈을 벌어오게 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피해학생이 수업시간뿐만 아니라 방과 후에도, 심지어는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이런 일을 당한다고 하니 삶이 피폐해지고 극단적인 상황에 몰리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처럼 집요하고 비인간적인 괴롭힘을 견디다 못한 피해 학생들의 자살이 잇따르고 언론의 이슈화가 진행됨에 따라 사회적 인식도 변하고 있다. 빵을 사다 바치게 한다는 ‘빵셔틀’을 학생들끼리의 장난으로 여기고, 집단 구타를 사춘기의 우발적 다툼 정도로 여기는 시각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얼마 전 있었던 대구 학생 자살 사건의 가해학생들에게 구속영장 신청이 결정됐다. 예전과 다른 강경한 대응이다. 그만큼 사안의 심각성이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강경한 대응만으로 학교에 뿌리박힌 폭력문제를 해결할 순 없다. 사후적인 처벌보다 예방이 중요한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학교폭력을 예방하자는 각계각층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인식에 기인한다. 정부는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장관 회의를 열고 인성교육 강화, 사건은폐 방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종합대책을 내놓았고, 각 지자체들은 연이어 학교폭력 예방 조례를 내놓고 있다.

    공공기관뿐만이 아니다. 기존에 주로 어려운 이웃의 경제적 어려움을 돕는 데 초점을 맞춰왔던 기업의 사회공헌도 학교폭력 예방에 눈을 돌리고 있다. 기업들은 사회적 이슈가 벌어질 때마다 앞장서서 봉사단을 꾸리곤 했고 이번에는 LG전자가 첫 테이프를 끊었다. 기업계에서는 최초로 LG전자 창원공장이 올해부터 창원시 교육지원청과 협약을 맺고 창원시내 학생폭력 우범지역을 순찰하는 ‘Friends’봉사단을 운영하고 있다. 어두운 구석에 모여 있는 학생들에게 다가가 간식을 나눠주며 말을 건네면 자칫 험악해질 수 있는 상황도 부드럽게 풀어지곤 한다. 지속적인 활동에 먼저 아는 체를 해오는 경우도 있다.

    사회가 기업에 요구하는 기대치가 높아진 만큼 기업도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하고 전략적 접근을 통해 공생발전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어려운 이웃돕기와 같은 전통적인 사회공헌은 물론이고 빈곤국가에 의료와 교육을 지원하는 해외진출이 이뤄지기도 하고 문화체육 분야를 지원하는 메세나 등 기업은 점차 사회공헌의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금전적 기부에서 벗어나 직원들이 참여하는 사회공헌으로 바뀜에 따라 사회공헌에 대한 인식과 자발성도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 기업은 지속가능경영뿐만 아니라 이 사회의 지속가능을 위해 백년지대계인 교육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때마침 재능기부라는 신개념의 사회공헌활동이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은 좋은 기회다. 하지만 한두 기업의 참여만으로 성과를 거두기에는 한계가 있다. LG전자의 ‘Friends’봉사단을 필두로 더 많은 기업들이 창의적 아이디어로 참여할 때 학교폭력 예방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박평구(LG전자 창원경영지원담당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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