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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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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우리 동네가게를 응원합니다- 조문기(경남신용보증재단 이사장)

  • 기사입력 : 2012-07-23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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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경제 국내경제 모두 비상이다. 밖으로는 유럽과 미국이 재정위기와 경제침체 지속으로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그동안 두 자릿수 고성장을 거듭하던 중국은 2분기 경제성장률이 7.6%로 떨어져 충격을 주고 있다. 안으로는 한국은행이 지난 13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3.5%에서 3%로 크게 낮춘 데다 전날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3.25%에서 3%로 내린 데서 알 수 있듯이 우리 경제의 앞날이 결코 순탄치만은 않을 것 같다.

    경제 상황이 어려울 때 가장 큰 고통을 겪는 계층 중 하나가 소상공인 자영업자다. 지난 6월 통계청이 발표한 ‘개인사업체 현황 및 특성분석’ 결과에 따르면 경기 침체 속에 은퇴시기를 맞은 베이비부머세대(1955~63년생)가 자영업에 뛰어들면서 소규모 사업체가 최근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5월 말 현재 종업원 5명 미만인 사업체의 취업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만6000명 많은 1010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전국 소상공인 사업체 수도 281만 개에 이르고 이 중 19만 개가 경상남도에 있다.

    자영업 창업이 급격하게 증가함에 따라 자영업자 포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음식·숙박업과 도·소매업 등이 대표적인 과잉 경쟁 업종으로 분류되며, 부가가치도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포화상태 하에서는 이미 경쟁력이 한계상황에 있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경기 침체와 경쟁 심화를 동시에 경험하게 되어 매출은 더욱 감소하고 나아가 도산·폐업의 위기에 몰릴 위험이 크다.

    일례로 작년 초 50대 후반에 직장을 그만둔 한 퇴직자는 은퇴자금을 밑천으로 마산역 인근에 식당을 열고 부족한 자금을 은행에서 대출받기 위해 경남신용보증재단을 찾았다. 식당을 운영한 지 1년 정도 지났는데 식당은 문을 닫았고 은행대출금도 제때 상환하지 못해 경남신용보증재단이 은행대출을 대신 갚아야 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보증 채무를 진 이 분은 그 후 가족들의 도움을 받아 힘겹게 채무를 상환하였다.

    한편, 통계청 발표 자료의 특징 중 하나는 개인사업체의 규모가 영세하다는 것이다. 5인 미만 개인사업체 중 51.2%가 연매출 1000만~5000만 원 미만이었고, 매출이 채 1000만 원에 못 미치는 곳도 7.6%나 되었다. 매출 5억 원 이상 업체는 전체의 3.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이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 중의 하나는 수출과 내수가 불균형하게 성장하는 데서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 대표기업 삼성전자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12조5500억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등 대기업 수출제조업의 경기는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다. 문제는 대기업 수출제조업에서 발생한 소득이 대규모 고용을 담당하고 있는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으로 제대로 흘러들어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이론에 따르면 기업이 창출한 부가가치는 임금 배당 재투자의 경로를 통해 가계부문의 소득이 되고, 이는 다시 가계의 소비와 저축을 통해 기업으로 흘러들면서 경제가 활성화된다. 그러나 지금 이 자금흐름 경로가 원활하게 작동되지 않고 있다.

    물론 어려운 경제여건이지만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우리 경제의 실핏줄과 같은 소상공인에게서 희망의 소리를 엿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 동네 항상 웃는 얼굴의 책방 주인은 “나만 뭐 어렵나요. 좀 더 절약하고 아이디어를 내어 장사하다 보면 좋아지는 날도 오겠지요”라며 희망을 노래한다. 책이 잘 팔리지 않자 책방 크기를 절반으로 줄이고, 여유 공간을 문방구와 편의점 형태로 바꿔 활로를 찾고 있다. 그는 또 우리 경제는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등 위기 때마다 지혜를 모아 잘 극복한 경험이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서로 배려하고 돕는다면 머지않아 아침이 밝아 올 것이라고 믿는다.

    아침마다 산책하는 여름 숲에는 땅바닥에는 토끼풀 민들레 질경이 같은 풀이 자라고 그 위에는 싸리나무 조팝나무 등 관목이 자라고 있다. 또 관목과 참나무 같은 키 큰 나무 사이에는 거기에 알맞은 쥐똥나무 등 중간 크기의 나무가 서 있다. 저마다 다른 높이를 가진 풀과 나무들이 자기 공간을 알맞게 나누어 갖고 공존하고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여름 숲이 우리에게 말 없는 가르침을 주는 듯하다.

    조문기(경남신용보증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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