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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지사를 꿈꾸는 여러분들에게- 허충호(논설위원)

  • 기사입력 : 2012-08-10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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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야(下野)와 중도사퇴, 두 단어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공통점은 모두 직무를 수행하다 임기 중에 물러난다는 점이다. 차이점은 미묘하나마 그 의지가 타의냐 자의냐는 것이다. 이승만 대통령이 “국민들이 원하는 일이라면…”이라며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 평민으로 돌아간 것은 하야고,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처럼 대의를 내세워 지사직을 내놓으면 중도사퇴다. 전자는 여론에 밀려 자의반 타의 반 결정을 하지만 후자는 개인적 신념과 소신을 실천하기 위해 결행한 느낌이 더 강하다.

    김 전 지사는 정권교체라는 대의명분을 천명하며 힘겹게 차지한 자리를 스스로 물러났다. “안전한 세발자전거를 버리고 불안한 외발자전거로 갈아탔다”는 말에는 비장함까지 서려 있다. 또 한 명의 전 도지사인 김태호 국회의원도 김 전 지사와 같은 대권 레이스 대열에 섰다. 한 사람은 여권의 트랙에, 또 한 사람은 야권의 트랙에 들어서기 위해 신발끈을 고쳐 매고 있다.

    경남에서 도지사를 지낸 두 사람이 대선 후보로 나온 것은 도민으로서는 가슴 뿌듯한 일이다. 쌍수 들어 환호할 정도는 아니라고 해도 애써 무관심한 척할 일도 아니다.

    두 명의 대선 후보를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경남도지사 자리가 이제는 대권을 향해 항해하는 배들이 보급품을 싣기 위해 기항하는 곳으로 인식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다. 김태호 국회의원의 경우 중도사퇴라는 선택을 하지는 않았지만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됐었다. 결국 도지사직이 도약의 발판이 됐을 수 있다.

    김두관 전 지사는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 것이라는 추측을 개인적으로 해왔으니 새삼스런 일도 아니다. 아쉬움이 있다면 임기를 반드시 채우겠다는 약속을 저버린 일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최근 한 인터뷰에서 특정인을 거명하지 않고 ‘자신의 경우’를 전제로 “임기 중 사퇴하는 것은 시민들에 대한 배신”이라고 했다. 덧붙여 “임기는 당연히 채워야 한다”고 말했다. 지극히 당연한 얘기다. 이런 당연한 얘기가 왠지 낯설게 들리는 것은 작금의 정치현실과 맞물려서일까. 그는 “과거의 시장들이 시장직 본분에 충실하기보다는 그다음 단계에 오히려 관심을 가졌기 때문에 너무 지나치게 보여주기 식의 행정을 한 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박 시장의 지적대로라면 전임 경남도지사들도 (다음 단계를 위해) 혹 보여주기 식의 일들을 했을 개연성은 없을까. 지난달 도의회에서 김 전 지사의 ‘서울마을사업’ -서울 및 수도권에서 경남으로 귀향 귀촌하는 이들을 위해 도내 시군에 삶터를 조성하는 사업- 등에 대해 따진 의원들이 있었던 것도 그런 해석과 궤를 같이하는지 모를 일이다. 퇴임 직전에 ‘선심용’ 예산 집행을 한 것이 아니냐는 또 다른 지적도 있지만 이쯤 해두자.

    어쨌든 김두관 전 지사의 사퇴는 경남도정의 과거지사가 됐다. 지금의 경남도정 현안 중 최대 관심사는 누가 빈자리를 채우느냐는 것이다. ‘경남호’의 선장석으로 향하는 사다리에는 인사들이 줄을 잇는다. 두 다리와 두 팔을 모두 걸친 이도 있고 급히 한 팔을 뻗어 사다리의 한 칸을 거머쥐는 모습을 보이는 이도 있다. 아직까지 부둣가를 서성이며 그 사다리를 바라보는 인사들도 보인다. 이런저런 이들까지 포함하면 선장 꿈을 꾸는 수는 족히 십수 명은 돼 보인다. 경남도지사의 자리가 이토록 뜨거운 관심을 받는 자리였던가 새삼 놀란다.

    이제 곧 도정의 고지를 향한 선거전이 시작될 것이다. 후보마다 경남행정의 수장으로는 최고 적임자라고 목소리를 높일 것이니 그것을 검증하고 결정하는 일은 도민들의 몫이다. 누군가는 도백의 자리에 앉을 것이다. 그가 누구든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도백의 자리는 잠시 스쳐 지나가는 기항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도민의 안녕과 경남의 항구적인 발전을 위해 개인은 버리고 오로지 경남만 생각하며 전력 질주하는 곳이다. 한편으로는 인공위성의 궤도 같은 자리다. 인공위성이 정상궤도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설계 수명이 다 됐을 때뿐이다. 누가 새로운 도백이 되든 이 원칙만은 가슴속에 새겼으면 한다.

    허충호(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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