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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금강산- 정기홍(논설위원)

관광에 이념이나 대통령의 개인적 생각이 끼어들어선 안돼

  • 기사입력 : 2012-08-24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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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 전체가 요원(燎原) 같은 화원이요, 벽공에 외연히 솟은 봉봉은 그대로가 활짝 피어오른 한 떨기의 꽃송이다. 산은 때 아닌 때에 다시 한번 봄을 맞아 백화난만한 것일까. 아니면 불의의 신화(神火)에 이 봉 저 봉이 송두리째 붉게 타고 있는 것일까. 진주홍을 함빡 빨아들인 해면(海綿) 같이, 우러러볼수록 찬란하다. 산은 언제 어디다 이렇게 많은 색소를 간직해 두었다가 일시에 지천으로 내뿜는 것일까? … 울며 소맷귀 부여잡는 낙랑 공주의 섬섬옥수(纖纖玉手)를 뿌리치고 돌아서 입산(入山)할 때에 대장부의 흉리(胸裡)가 어떠했을까? … 천 년 사직이 남가일몽(南柯一夢)이었고, 태자 가신 지 또다시 천 년이 지났으니, 유구(悠久)한 영겁(永劫)으로 보면 천 년도 수유(須臾)던가! 고작 칠십 생애에 희로애락(喜怒哀樂)을 싣고 각축하다가 한 움큼 부토(腐土)로 돌아가는 것이 인생이라 생각하니, 의지(依支) 없는 나그네의 마음은 암연(暗然)히 수수(愁愁)롭다.>

    정비석(1911~1991)의 수필 ‘산정무한(山情無恨)’의 일부로, 금강산에 오르면서 그 비경에 반해 쓴 기행문이다. +

    <경성역의 기적일성(汽笛一聲). 모든 방면으로 시끄럽고 성가시던 경성을 뒤로하고 동양에서 유명한 해수욕장인 명사십리(明沙十里)를 향하여 떠나게 된 것은 8월 5일 오전 10시 50분이었다. 해안의 남쪽에는 서양인의 별장 수십 호가 있는데, 해수욕의 절기에는 조선 내에 있는 사람은 물론 동경, 상해, 북경 등지에 있는 사람들까지 와서 피서를 한다 하니 글로만 미루어 보더라도 명사십리가 얼마나 명구(明區)인 것을 알 수가 있다.> 명사십리(明沙十里) 제목의 이 기행문은 시인이자 승려, 독립운동가인 만해 한용운(1879~1944)이 강원도 원산에 있는 명사십리에 해수욕을 하러 갔다가 느낌과 정경을 담은 글의 한 부분이다.

    한반도 제1의 천하명산 금강산, 동양의 명구 명사십리, 지금은 갈 수 없는 땅. 이뿐인가. 한반도의 최고봉이자 겨레의 영산 백두산과 그 산이 받들고 있는 천지를 보기 위해 중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현실이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지난 1998년 11월 시작된 금강산관광은 남북 분단 50년사에 새로운 획을 그었다는 의미를 제쳐두더라도 국민을 행복하게 했고, 특히 실향민에게는 고향은 아니더라도 북한 땅을 밟는다는 자체가 여생의 큰 위안이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08년 7월 관광객 박왕자 씨를 사망케한 북한군 초병의 총격 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됐다. 금강산관광 중단의 근본적인 이유는 총격사건 외 다른 문제가 있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당초 현대아산 측의 금강산종합개발계획은 해금강에서 명사십리까지 109km에 이르는 이 일대를 관광특구로 조성하는 것이었다. 1단계로 2010년까지 해금강에서 통천까지, 2단계로 원산까지 관광지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었다. 당초 계획대로 진행됐다면 이번 여름휴가철에 한라산과 해운대해수욕장 못지않게 금강산과 명사십리에도 발 디딜 틈이 없었을 것이다.

    북한의 최고지도자 김정은과 그의 부인 이설주는 각각 스위스, 중국 유학파이며, 젊고 개방적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지난 22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와 환담을 가지는 자리에서 경색돼 있는 남북교류문제와 관련, “대결 국면으로 가고 있는데 어쨌든 대화 국면으로 바뀔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한 데 이어 “전쟁 중에도 대화는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고 한 것은 현 정부와는 노선을 달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무튼 실향민뿐만 아니라 국민 대다수가 가고 싶어 하고, 즐거워하는 관광에 이념이나 대통령의 개인적 생각이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 베를린 장벽은 의외로 쉽게 무너졌다. 북한지역의 관광 활성화는 예상치 못한 기대 이상의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모든 대선 후보들은 이 점을 명심해야 하고, 그리고 추진해야 한다. 국민들이 간절히 바라기 때문이다.

    정기홍(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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