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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인생 이모작시대 예비 산업인력들을 위한 제언- 안병규(경남중소기업청장)

  • 기사입력 : 2012-09-17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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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거 1960~70년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의해 산업화와 근대화의 첫걸음을 디디고, 경제발전을 위해 국가적인 노력을 총집결할 때 공고, 상고 등 오늘날 특성화고에 해당하는 학교들 중 다수는 그야말로 일반 인문계 고교를 압도하는 명문학교로 자리매김을 한 적이 있었다. 이들 학교 졸업생들은 산업현장의 역군으로 국가 경제 발전을 이끈 주역이었고, 지금도 업계 CEO로 우리 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 당시에는 오늘날처럼 대학이 많지도 않았을 뿐더러 소위 괜찮은 일자리도 많지 않았지만 이들 학교 졸업생 및 재학생들은 산업현장에 조기 투입되어 오랜 기간 우리 경제를 밑바닥에서부터 일으켜 세운 주인공이라는 긍지와 자부심을 가졌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필자는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와 청년 취업 확대 차원에서 특성화고 교사 및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도 하고 대화도 나눈 적이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일부 학생들은 뚜렷한 목표의식 없이 아무 대학이라도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거나, 중소기업 취업에 대한 막연한 거부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물론 이들 청년들이 대학진학을 원하는 것 자체를 탓할 수는 없다. 특히 학벌 만능주의에서 나아가 학력 인플레 사회로까지 불리는 우리 사회에서 최소한 대학졸업장은 따놔야 인간다운 대접을 받고 기회라도 잡을 수 있지 않느냐는 반문을 한다면 안타깝게도 완전 부정을 할 자신이 없다.

    그런데 문제는 과연 아무 대학 졸업장만 있으면 대기업에서 넥타이 매고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을까? 아시다시피 4년제 대학 졸업 후에 다시 취업이 잘되고 전망이 좋은 전문대 특성화 학과로 편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언론 기사는 이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장에서 듣는 중소기업들의 애로사항은 매우 다양하다. 자금, 기술개발, 판로확보, 수출 등 개별 중소기업들이 처한 난관은 천차만별이다. 그 다양한 이야기 속에 한 가지 공통된 목소리가 있다. 바로 기업현장의 ‘인력난’이 그것이다.

    한국고용정보원에서 발행한 우리나라 중장기 인력수급전망에 따르면 대학졸업자는 연간 약 4만5000명 수준의 초과공급이 발생해 인력수급 미스매치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통계치가 있다. 한마디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수준보다 많은 수의 고학력자가 양산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고학력자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는 일부 대기업, 공공기관 쪽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중소기업이 겪는 인력난은 과도하게 공급되는 대졸자들이 중소기업으로 눈을 돌리지 않는 데서 기인한다 하겠다.

    직업교육이 강한 대표적인 나라로 꼽히는 독일의 경우 우리나라와 달리 중학교부터 인문교육을 통한 상급학교 진학반과 직업교육반으로 구분이 됨에 따라 조기에 인생진로 선택이 가능하다고 한다. 물론 제도적 시스템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뚜렷한 주관 없이 사회 전반의 시류에 휩쓸려 소중한 젊은 날의 시간을 허비하는 시행착오는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할 수 있다.

    특성화고 학생들에게 한마디 조언을 하고 싶다. 지금 당장 눈앞에 보이는 객관적 가치도 중요하지만 평균수명 증가에도 불구, 조기퇴직에 따른 고령층 실업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현실에서 자신을 한 번 냉철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인생 이모작을 염두에 두고 지금은 작더라도 청춘의 열정을 걸어 봄직한 중소기업, 그리고 미래 CEO로서의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며 신중한 선택을 하라고 말이다.

    학생들이 쉽게 공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이들을 중소 산업체로 끌어들일 수 있는 다양한 대안들이 나오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산업체 취업 이후 대학진학을 병행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강화됨은 물론 병역특례제도도 특성화고 학생들 위주로 개편됨에 따라 이들이 조기취업을 통해 시간·비용적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고 있어 반갑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들의 최대 당면 현안이자 고질적인 애로인 사람 확보, 특히 젊은 청년인력 부족 문제를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안병규(경남중소기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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