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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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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스마트폰, ‘smart’한 사람- 정희정(시인)

  • 기사입력 : 2012-10-05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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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몇 년 전 문학기행지에서 동백과 동박새를 만난 적 있다. 그때 박새를 비롯한 텃새들의 재재거리는 소리를 나는 호출부호로 인식했다. 핏빛 꽃 사이사이를 날아오르던 무수히 많은 새들의 맑은 소리가 먼저 간 아들이 나를 찾아 계속 울려대는 호출음이라고 읽었던 것이다. 시를 잘 쓰고 못 쓰고는 차치하고 그때까지만 해도 휴대폰 폐해의 심각성을 그리 크게 인식하지 않았다. 삶을 보다 편리하게 해주는 문명의 이기쯤으로 느꼈으니까.

    시대에 따라 인간 세상은 변화가 있기 마련이다. 거기엔 다양한 분야에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매스미디어, 그중 휴대폰은 유독 두드러진다. 과학적으로 보면 그 변화는 당연히 발전이고, 첨단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 손전화기가 나왔을 때만 해도 연락시간의 단축 등을 이유로 무척 반가워했다. 가족의 늦은 귀가시간에 맞춰 소재 파악을 할 수 있었고, 사업자들에겐 시간이 곧 생명이기도 해 빠른 정보 파악에 일조를 했다. 그뿐만이랴. 연인 사이에선 남의 눈치 없이 무한정 사랑을 속삭일 수 있는 도구이기도 했다.

    이제 손전화기도 발전을 거듭해 그 이름도 스마트폰으로 바뀌었다. 스마트폰, 글자 그대로 스마트하다. 애초 무전기 같았던 모습에서 뭉툭하거나 아주 작은 크기로, 이제는 날렵하기도 하지만 손 안에 뭔가 꽉 찬 느낌을 준다. 스마트한 사람이 사용하는 스마트폰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 ‘smart’하지 못하다. 다시 말해 지금 사용하고 있는 휴대폰을 8년째 사용하고 있다는 말이다.

    손전화기를 처음 갖게 된 뒤로 네 번째 갖게 된 폰. 바꿀 때마다 이유가 있었지만 한 번도 고장이 나서 바꾼 적은 없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것도 서비스센터를 이용한 적 없으니 정말 대단한 기술력을 자랑한다. 젊은이들은 거의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으며, 오십대 중반인 나보다 연장자인 분이 사용하는 것을 보면 왠지 젊어 보이고 ‘smart’해 보이는 것을 부정할 수가 없다. 스마트폰 가입자 수는 지난 8월에 3000만 명을 돌파했다. 국민의 60% 이상이 스마트폰을 가졌다는 말이다. 하지만 전병헌 의원이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도 휴대폰 분실 신고가 262만 건인데 59% 정도가 주인을 찾아간 반면, 나머지 101만 대 정도는 아직 보관 중이라는 실정이고 보면 그 판매량에도 모순점이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어느 식당에서 일가족의 외식 장면을 본 적이 있다. 어른 셋, 대학생부터 초등생까지 네 명의 아이들이 함께한 자리였는데, 자세히 보니 아이들 각자 휴대폰에 빠져 있었다. 모두 스마트폰이었음은 두말할 것 없다. 가족 외식이란 같이 정담을 나누어야 하는 것일진대 공통의 주제가 없다는 것과 서로 눈조차 마주할 여유를 가지지 않는 현실이 서글펐다.

    또, 1시간여를 달리는 시외버스를 탄 적이 있는데 퇴근시간대라서 차 안은 복잡했다. 나는 서서 가게 되었는데 앉아 있는 젊은 친구들이 하나같이 휴대폰에 빠져 있었다. 전자기파의 위험도 문제이지만, 사색의 시간조차 배려하지 않으니 갈수록 아이들의 심성이 급박해지는 것을 부정할 수 없는 것 아닐까.

    스마트폰 기능은 정말 다양해졌다. 각종 금융정보, 오락기능, 다양한 정보, 카메라, 내비게이션, 프로그램을 깔기만 하면 언제 어디서든 활용 가능한 점 등 그 종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요즘 대세’라서, 또는 정보를 빠르게 이용하기 위해서도 바꿀 이유가 되지만 아직도 내 손에서 놓기 싫은 이유는, 또다시 동박새의 호출을 기다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난, 아직도 ‘smart’한 사람이 아니다.

    정희정(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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