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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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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나를 지지한다- 김종미(시인)

  • 기사입력 : 2012-12-13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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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야흐로 선거가 임박하고 딱딱한 벽들이 웃기 시작한다.

    후보자들의 미소로 치장한 이즈음의 벽들은

    바닥처럼 공손하다.

    벽이 손을 내밀어 바닥에게 악수를 청한다.

    그들 앞에서 바닥은 오랜만에

    허리를 세워 벽처럼 거만하게 웃어본다.

    대부분의 몸이 허리인 바닥으로



    개들이 방뇨를 즐기며 골목골목

    오지를 지나고 있다. 쓰레기 매립장에서 본

    무지개. 내가 맡은 악취는 소문이었을까

    바닥에 앉은 한 무리 인형들의 등에서 돌아가는 태엽.

    인형들은 벌떡 일어나 춤을 춘다. 우아하게

    팔을 올리고 빙글빙글 돈다.



    태엽이 멈추면

    광장에서는 손뼉을 치면서 구호를 외치고 누군가는

    줄줄이 감옥에 가고 누군가는

    줄줄이 승진을 하고 누군가는

    바닥에 앉아 인형의 등에 태엽을 감는다.

    음악도 변하지 않고 춤도 변하지 않는데 누군가는

    그들은 나를 지지한다고 굳게 믿는다.

    - 월간 <현대시> 발표

    ☞ 선거철의 풍경을 잘 드러내는 것은 아무래도 거리의 선거벽보가 아닌가 싶습니다.

    “바닥에 앉은 한 무리 인형들의 등에서 돌아가는 태엽./인형들은 벌떡 일어나 춤을 춘다”고 시인은 감긴 태엽에 따라 움직이는 인형처럼 행동하는 우매한 자들과 ‘누군가는 그들은 나를 지지한다’고 믿고 있는 뻔뻔스런 정치인들을 따끔하게 질타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시인은 벽보에 가려진 후보자의 진실과 상상을 버무려, 시적 감흥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영하의 날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지 말고 꼭 투표장으로 달려가서, 얼어붙은 몸과 마음을 녹여보시길…. 박우담(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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