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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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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 김수영(시인)

  • 기사입력 : 2012-12-20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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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으스러지게 설움에 몸을 태우는 것은 내가 바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 으스러진 설움의 풍경마저 싫어진다.



    나는 너무나 자주 설움과 입을 맞추었기 때문에

    가을바람에 늙어가는 거미처럼 몸이 까맣게 타버렸다.



    -시집 ‘거대한 뿌리’(민음사)





    ☞김수영 시인이 1954년 10월에 발표한 작품입니다. 이데올로기로 인해 혈육의 가슴이 찢겨진 시대상 때문인지, 전반적으로 어둡고 허무와 불안이 짙게 깔려 있습니다.

    ‘거미’가 거미줄을 벗어나 살 수 없듯이, 인간도 삶의 줄을 엮어가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바라는 것’을 이루기 위해 힘들게 줄을 잡고 오르기도 하고, 그 줄에서 발을 헛디뎌 허공에 홀로 매달려 있기도 합니다.

    이렇듯 삶이 힘들어서일까, 시인은 ‘설움의 풍경마저 싫어’지고 ‘늙어가는 거미처럼 몸이 까맣게 타버렸다’고 말합니다.

    ‘설움에 몸을 태우는’, ‘설움의 풍경’, ‘늙어가는 거미’ 등의 표현에서 관조의 깊이를 느껴봅니다.

    이 오래된 시가 지금 읽어도, 촌스럽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박우담(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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