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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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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 마을- 강희근(시인)

  • 기사입력 : 2013-01-03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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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날은 어둑발

    비 내리고

    좁은 내안으로 바다가 들어와 저물고 있다



    앞길에는 가로등 몇 개 달려 있지만

    고개로 넘어서기까지

    도심에서 따라오던 불빛은 힘에 부쳐

    오던 길 되돌아 갔다



    격에 어울리지 않게, 작은 마을 등에 업은 채

    길머리 지키고 서 있는 통영해물천국

    식당 이름이 천국이다



    키 작은 민박집들이 천국을 바라,

    천국이 저리 쉬울까 구시렁대고 있다

    -시집 『그러니까』(2012. 시와환상)

    ☞ 이 시는 ‘달아 마을’ 가는 길을 시인이 관찰자적 입장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따라오던 불빛은 힘에 부쳐/ 오던 길 되돌아 갔다.’ 산양일주도로를 지나온 ‘불빛’의 밝기에서 도심을 빠져나오는 자와 도심을 향해 가는 자의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불빛’은 점차 소멸되어가고 있고, 꼬옥 반딧불이 첫사랑같이 나타날 것 같습니다. ‘불빛’은 강희근 시인이 평소 구축해놓은 서정의 세계에 가닿습니다.

    힘들게 도착해서 맞이하는 ‘통영해물천국’의 따스함이 ‘천국’으로 오버랩되어 재미있습니다. 어느 집에선가 물메기탕이 끓고 있을 ‘격에 어울리지 않게, 작은 마을 등에 업은 채’ 비 내리고 길은 미끄럽지만, 파도는 크게 일지 않는 어느 저녁이겠다 싶습니다.

    비가 느닷없이 내리거나, 친구와 통화가 잘 되지 않거나, 도심을 벗어나고 싶을 때에 달아공원으로 달려가보면 어떨까요. 박우담(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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