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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4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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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소상공인의 작은 행복- 조문기(경남신용보증재단 이사장)

정부·대기업·소비자들이 동네가게에 더 많은 마음을…

  • 기사입력 : 2013-01-29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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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년 새해의 화두는 행복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국민행복 시대’를 열겠다고 공약했다. 경남신문은 2013년 슬로건으로 ‘함께 만드는 행복한 경남’을 내걸었다. 우리 모두 행복을 꿈꾸며 새해를 맞이했다. 대체 이런 행복은 어디에 있으며 누가 누릴까? 필자는 경남신용보증재단을 이용하는 고객업체를 방문하면서 작지만 소중한 행복이 소상공인들의 일상 속에 있음을 깨달았다.

    1.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에 마산 창동거리 입구에서 만난 콩국 파는 아주머니. 작은 트럭에 의지한 힘겨운 삶이지만 부모님이 건강하게 낳아주셔서 콩국장사를 할 수 있는 것이 감사하고 춥고 허기진 분들에게 콩국을 대접할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콩국에 떡을 듬뿍 넣어 주며 환하게 웃는 그분의 모습 속에 행복이 가득했다.

    2. 창원 사파동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는 청각장애인. ‘어서오세요’라는 말 대신 항상 환한 얼굴로 손님을 맞는다. 카운터에 자신이 청각장애인임을 알리는 문구와 함께 필기구를 비치해 두고 메모로 소통한다. 장사가 조금 더 잘되면 청각장애 후배를 고용하겠다며 자신과 같은 어려운 처지에 있는 분을 배려하는 마음속에 행복의 샘이 흐르고 있었다.

    3. 창원 반지동에서 두부과자를 판매하는 희망유통 아주머니. 사무실에는 초록우산 어린이돕기 후원 사진이 걸려 있었다. “우리도 어려워 신용보증재단의 도움으로 창업자금을 구해 장사하고 있지만 세상엔 우리보다 더 어려운 사람이 참 많아요. 서로서로 조금씩 돕고 살아야지요”라며 남을 도울 수 있는 것이 바로 행복이라 했다.

    그러고 보면 행복은 애써 구하거나 누가 그저 가져다주는 게 아닌 듯하다. 행복은 각자의 마음속에 이미 깃들어 있으며, 타인에게 조금이라도 베풀고 보듬어주는 사람은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요즘 들어 소상공인들의 삶 속에 흐르는 이 작은 행복의 실개천이 말라버리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우리 경제가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도 다른 나라에 비해 양호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지만,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이 발표한 국가별 행복지수를 보면 우리의 성적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행복을 가져다주는 요인이 경제적인 것만은 아니겠지만, 대기업, 수출 중심의 경제성장이 고용과 내수 진작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성장의 과실이 균형 있게 배분되지 못한 점도 일조하지 않았을까 짐작된다. 소득의 양극화와 비정규직의 양산으로 체감경기는 더 힘들어졌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현대 사회에서 일과 행복은 불가분의 관계다. 모든 사람이 크든 작든 각자의 일터에서 열심히 노력한 대가로 자신이 원하는 꿈을 펼치면서 행복을 누리는 게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현재 20만 명에 달하는 경남의 소상공인이 처한 경제 현실은 어떠할까?

    때마침 다음 달 25일에 열리는 제18대 대통령 취임식 행사의 모든 준비를 중소기업에 맡기기로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새 정부의 출범과 함께 중소기업을 배려하는 마음이 신선하다. 이를 계기로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에게, 대기업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더 많은 배려의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물이 높은 곳에서 아래로 흐르듯 배려와 나눔도 위에서부터 아래로 힘차게 흘렀으면 한다. 이에 맞추어 소비자들도 대형마트보다 동네가게와 동네빵집에 더 많은 마음을 내어주었으면 좋겠다.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며 밝게 웃던 우리 동네 소상공인들의 행복 바이러스가 새해에 더 널리 퍼져 나가길 기대해 본다.

    조문기(경남신용보증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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