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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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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산을 오르다가- 김수복(시인)

  • 기사입력 : 2013-02-07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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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짐승이 밤새 먹다 버린 새벽달을 보았다

    아직 식지 않은 눈빛을 보았다

    선혈이 낭자한,

    부릅뜬 눈을 뜨고 있는 눈동자를 보았다

    - 시집 <외박> 창비. 2012



    ☞ 이 시는 ‘새벽달’에서 비롯되는 상상력이 밀도 있게 진행됩니다. 시에서 첫 구절, 한 줄을 쓰는 작업이야말로 시인의 영감일 것입니다.‘새벽달’을 ‘산짐승이 밤새 먹다 버린’ 것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몇 겹으로 포개진 상자를 하나씩 꺼내듯, 시인은 ‘새벽달’에서 ‘눈빛’으로, 다시 ‘눈동자’로 유추해가는 과정이 재미있습니다.

    시인은 왜 ‘선혈이 낭자한,/ 부릅뜬 눈을 뜨고 있는 눈동자를 보았다’라고 말하고 있을까요. 혹시, 우리가 갈망하던 새벽은 올 듯하다가 오지 않고, 오는 도중에 누가 베어먹은 것은 아닐까요.

    아직도 시인의 몸엔 따뜻한 이불의 온기가 남아 있는 것으로 봐서, 새벽에 대한 기대감을 놓지 말아야 되겠습니다. 새벽을 기다리면서…. 박우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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