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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24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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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사이징 데모크라시- 미국 민주주의를 망친 엘리트 정치

집단서 개인민주주의로 변해… 시민 영향력도 감소

  • 기사입력 : 2013-02-08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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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운사이징 데모크라시(왜 미국 민주주의는 나빠졌는가)= 이 책은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인상적인 비판서이자, 민주화 이후 한국 민주주의가 왜 나빠졌는가를 비춰 주는 거울 같은 책이다. 혹자는 이 책을 “(미국판)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라고 말한다. 주어를 미국에서 한국으로 바꿔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이다. 크렌슨과 긴스버그는 미국 민주주의가 나빠진 이유로, 정부 혹은 정치엘리트들이 권력을 유지하며 행사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발견했다고 주장한다. 대중이 정치에 무관심해진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정치 엘리트들이 그들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혁신, 새로운 정치 혹은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이뤄진 이 같은 변화는 정치를 집단으로서의 대중이 아니라 정치에 접근할 수 있는 의지와 지식과 능력을 가진 개인들의 영역으로 만들어 버렸다. 필자들은 이를 ‘개인민주주의’라고 부른다.

    역사적으로 평범한 사람들은 전쟁에 참여하고 세금을 납부함으로써, 또한 고통스러운 대중 투쟁의 결과로서 법적 권리와 투표권을 비롯한 정치적 참여의 권리를 쟁취할 수 있었다. 수천만의 평범한 시민들이 정부의 세입 기반에 포함되고 시민군이 되면서, 대중의 순응을 장려하고 이해 갈등을 중재할 대의 기구와 정치제도의 힘도 함께 커졌다. 바꿔 말하자면 대중의 정치 참여가 확대된 것은 당시 정부가 평범한 시민의 지지와 협력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시민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이들은 언제부터인가 정치인들의 수사(rhetoric)에만 존재하는 가상의 존재가 되어 버렸다. 예컨대 미국의 전 부통령 엘 고어의 ‘연방 정부 성과 평가 위원회’는 시민이라는 용어 대신 ‘고객’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시민이 고객으로 변형된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시민은 정부를 소유하는 존재인 반면, 고객은 정부로부터 쾌적한 서비스를 받는 존재로 간주될 뿐이다. 시민은 공공의 목적을 위해 창조된 집단적 존재로서 정치 공동체의 구성원이다. 하지만 고객은 시장에서 개인적 필요를 충족하려는 개별 구매자들이다. 크렌슨, 매튜 저, 서복경 역, 후마니타스, 2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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