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30일 (화)
전체메뉴

입술도둑- 배한봉(시인)

  • 기사입력 : 2013-02-14 01:00:00
  •   


  • 산비탈 배밭에 배꽃 한창이다.



    어쩌다 저녁때를 놓친

    공복의 노을이 가장 먼저 젖어드는 저 배밭.



    그새 입술 빨갛다.



    슬쩍, 배꽃 입술 훔치고 저도

    새빨개져 산등성이 넘어가는 도둑구름.



    나는 또 막차를 놓친,

    망연자실, 할 말 잃은 여행객이다.



    <현대시학> 2012년 10월호

    ☞ 설날도 지나갔고, 매화가 꽃망울 틔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노을’이 내리깔리고 저녁이 되면 하루를 분주하게 보낸 사람들이 하루의 노동을 마치고 가정으로 돌아가거나, 친구들을 만나 소주 한잔을 나누며 시장기를 달래곤 합니다.

    시인은 ‘배밭’을 바라보다 ‘공복의 노을이 젖어드는’ 걸 ‘입술 빨갛다’라고 표현합니다. ‘배밭’과 ‘도둑구름’에서 ‘여행객’으로 이어지는 짧고 간결한 문장의 배치에서 시인의 감각이 번뜩입니다. 그리고 ‘공복의 노을’에서 연상되는 ‘입술’을 ‘도둑구름’의 이미지로 연결시키는, 깊이 있는 흐름이 인상적입니다.

    어느 곳이나 아무에게나 막힘없이 넘나들 수 있는, 도둑구름의 자유로움이 부럽습니다. 박우담 (시인)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