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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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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꽃, 저 여자, 지다- 손현숙(시인)

  • 기사입력 : 2013-02-21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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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련꽃, 저 여자, 지다




    치마 훌렁 뒤집어쓰다

    늙은 여자, 땅 위로 몸 부린다

    꽃잎에 차가운 숨을 불어

    비명처럼 허공을 난다

    불덩어리 맨발로 바닥을 친다

    흰 피, 뜨겁게 물들인다

    물들어서 꽃으로 저를 버린다

    아무나 저릿, 밟고 가시라!

    시집 <손> 문학세계사 2011


    ☞ 올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그 추위도 절기는 막을 수 없는 모양이다. 눈을 돌려보면 산과 들에는 벌써 꽃눈이 꿈틀거린다.

    시인은 ‘목련꽃’을 ‘늙은 여자’의 이미지로 풀어내고 있다. ‘목련꽃’은 추위에 약해 기온이 낮은 산간지방에선 꽃을 피우지 못한다. 그래서 장난삼아 목련나무에 비닐을 덮어서 겨우 꽃을 피워본 적 있다. 그것도 잠깐, 햇볕이 들면서 꽃은 녹아버렸다.

    ‘목련꽃’은 순백을 자랑하지만 꽃잎이 질 때는 좀 지저분하면서 서글프다. 그 누구도 세월을 거슬러 오르지 못한다. 사라져가는 은막의 여주인공처럼.

    박우담(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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