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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0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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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창조경제’란 이런 것이다- 권일현(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학장)

아날로그적 가치를 ICT·과학기술 연결지어 만나게 할 때 완성

  • 기사입력 : 2013-05-07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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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대성으로부터 탈근대성으로 넘어오는 21세기 초, 인간은 굳은 것에서 부드러운 것으로, 고립에서 공유로 지각 및 인식의 문명구조가 바뀌고 있다. 이런 변화의 패러다임 속에서 창조의 과정은 이전과 다른 방법을 취할 수밖에 없다. 창조경제 또한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유를 또 다른 유로 만들어 미래의 먹거리를 찾는 것이다.

    정부 출범 두 달이 되는 시점에서 아직까지 창조경제에 대한 개념이 서지 않아서 대통령이 국무위원들을 모아놓고 설명하기에 이르렀다. 우리 민족에게 창조경제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유에서 또 다른 유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 예제를 들어보자.

    우리의 비빔밥은 재료를 하나하나 개별적으로 내놓아도 맛있지만, 따로 내놓을 때보다 비벼서 내놓을 때 훨씬 훌륭한 맛을 낸다. 뒤섞고 비비고 흔들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것이다. 이는 과거 산업시대에 전화기, MP3, 플래시 등을 따로따로 사용하던 것을 ICT(정보통신기술)의 발전에 의해 여러 가지 기능들을 한곳에 넣어 비벼 놓은 스마트폰과 닮은 꼴이다.

    우리의 보자기도 그렇다. 보자기가 지닌 공간개념은 서구의 틀을 단박에 극복한다. 서구의 가방은 공간을 소유한 다음 물건을 소유한다. 공간과 물체를 동시에 확보해야만 존재 가능한 비효율적인 존재이다. 이에 반해 보자기는 물건을 소유할 때는 공간이 확보되고, 물건이 없을 때는 공간이 사라진다. 즉 물체를 자유롭게 한다. 이런 가치를 미래형 전기자동차에 대입시켜 보면 사람이 타고 있을 때와 타고 있지 않을 때 모양과 형태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엔진이 없는 전기자동차는 어린이용 유모차처럼 탈 때는 펼 수 있고, 주차 시에 접을 수 있다. 보자기의 상상력을 조금만 가미하면 이렇게 접었다 폈다 하는 자동차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바둑판을 생각해 보자. 사람들은 세상의 기술이 아무리 발달하여도 화장실이나 바둑판 같은 것은 크게 변할 수 없을 것이라고 흔히 생각한다. 그러나 접고 둘둘 말아서 보관할 수 있는 바둑판을 만드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 유연성 있는 아몰레드(amoled) 디스플레이를 이용하여 바둑판을 그래픽화하고, 화면을 손가락으로 터치하면 흰돌과 검정돌이 나타나게 된다. 물론 쉽게 지울 수도 있다. 화면 측면에는 하드웨어 컨트롤 시스템 및 온/오프 기능을 두고 종이처럼 둘둘 말아서 가지고 다닐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문화콘텐츠도 그렇다. 현재 한국에는 가능성 있는 팝 가수들이 많다. 이들 대부분이 자기 음악을 알리는 데 방송이나 콘서트라는 과거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싸이의 경우 노래와 춤도 훌륭하지만, 소셜미디어 중에서 확장성이 강한 ‘유튜브’를 이용했다. 그 결과 지구촌 수십억 인구가 열광하고 있다. 즉 좋은 콘텐츠가 ICT기술과 만날 때 이런 강력한 힘이 생성되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창조경제란 이와 같이 대단한 발명도 아니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도 아니다. 가까이 우리 곁에 있는 아날로그적 가치들을 한데 모아 ICT나 과학기술과 연결지어 만나게 할 때 완성되는 것이다. 또한 창조세계는 부드러운 구조 속에 모순을 통합하는 양의성과 임시 변통주의와 상응하는 가변적 다양성을 지닌다.

    이런 통섭적 변화 속에서 ICT기술과 전통문화의 철학적 가치는 우리에게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마치 홈그라운드처럼 미래세계가 한국인이 보다 편하게 숨 쉬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후와 환경으로 변화는 상황 속에서, 창조경제란? 즉 유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다.

    권일현(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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