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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20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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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한 효심·문학성 뛰어난 장편 한글 제문 발견

어버이날 앞두고 발견돼 '화제'

  • 기사입력 : 2013-05-07 11: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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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극한 효심이 드러나 감동을 주는데다 문학성도 뛰어나 '한글 제문의 백미'라고 할 만한 제문이 발견돼 어버이날을 앞두고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경상대학교 도서관(관장 김명순)은 2010년 청주한씨 병사공파 문중에서 고문헌 도서관인 '문천각'에 영구위탁한 자료에서 한글 제문 2점을 비롯 한글 편지 4점, 혼수의 물목 등을 발견했다고 7일 밝혔다.

    이 자료들은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 경남 서부지역 사람들의 삶과 언어를 엿볼 수 있는 귀중한 한글 자료로서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도서관은 지난해 6월 청주한씨 병사공파 문중에서 영구위탁한 자료를 정리하던 중 한글 고문서 몇 점을 발견했다. 이에 한문학과 이상필 교수, 국어국문학과 박용식 교수, 문천각 이정희 사서가 이 자료와 관련된 문중 후손들을 탐문 조사하고 관련 기록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연구 결과, 이 제문을 지은 주인공은 산청 묵곡의 유명한 유학자인 혜산 이상규(1846~1922) 선생의 딸인 '이필헌(1901-?)'으로 밝혀졌다. 이필헌은 산청 묵곡에서 혜산 이상규와 김해허씨의 딸로 태어나 15살인 1915년 묵곡에서 합천 가회로 12살 신랑 한경우에게 시집갔다.

    제문 2점 중 첫째 제문은 이필헌이 시집간 이듬해에 어머니 김해허씨가 별세하자 첫 기일에 쓴 제문이고, 나머지 1점은 22살 때인 1924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삼년상을 치르면서 쓴 것이다. 이는 현전하는 한글 제문 가운데 비교적 오래된 자료에 속한다.

    특히 한글제문 2점은 돌아가신 친정 부모를 향한 딸의 애절한 슬픔이 곳곳에서 묻어나와 눈시울을 붉히게 할 뿐만 아니라, 효의 가치가 날로 퇴색해 가는 요즘 시대에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제문을 쓴 한지의 길이는 각각 3.8m이고, 글자 수도 각각 2822자와 2963자에 달하는 장편이다.

    한글 제문은 그동안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경북지역 사람들이 지은 것이 발견돼 학계에 소개되기는 했으나, 대부분 단편이었다. 경남지역에서 경남서부지역 언어로 작성된 장편 한글 제문이 발견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제문 외에도 이필헌의 혼사 때 친정 어머니 김해허씨가 쓴 한글 편지도 발견됐다. 남편 혜산이 70세 되는 해에 사위를 보게 되어서 더없이 기쁘다는 내용이다. '백년언약이 지속되면 양가에 이런 경사스런 일이 또 없을 것'이라는 소박한 소망도 담고 있다.

    국어국문학과 박용식 교수는 "100년 전 지역민의 삶의 모습을 알 수 있는 자료가 많지 않은 현실에서 혜산 이상규와 그의 딸 이필헌과 관련된 한글 고문서는 그 분의 삶은 물론, 지금까지는 알려지지 않았던 100년 전에 우리 지역에 살았던 사람들의 생활상과 언어와 문자가 분명히 드러나 있는 매우 귀한 자료이다"고 말했다.       정경규 기자 jkgyu@knnews.co.kr





    실 이필헌이 쓴 친정 어머니 한글 제문(1917, 위)과 한실 이필헌이 쓴 친정 아버지 한글 제문(1924,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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