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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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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그리운 가고파- 하순희(경남시조시인협회장)

  • 기사입력 : 2013-06-07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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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월이다. 붉은 장미에도 선혈이 낭자한 아픔이 느껴진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목숨을 다해 나라를 지켜낸 순국선열들께 진심으로 애도드린다.

    노산 이은상 선생은 일제강점기, 6·25를 거쳐 나라 없는 설움과 민족의 아픔을 직접 살아낸 인물이다. 문학사에서도 빼어난 52권의 방대한 저서를 남겼다. 시조 ‘가고파’는 가곡으로 작곡되어 전 국민의 애창곡이 되었고 수필 ‘무상’은 당대 대학생들의 필독서였다. 세월이 흘러 노산의 주옥같은 작품을 읽고 싶어도 찾기가 어려워짐을 안타깝게 생각한 우리는 그의 탄생 110주년과 사후 31주기를 맞아 ‘노산 시조선’을 모태로 각종 지지(紙誌)에 흩어져 있는 작품 185편을 발췌하여 선집을 발간했다. 시조선집 ‘가고파’ 출판기념회는 많은 업적을 남겼음에도 근거 없는 혐의로 사후까지 고난의 시간을 보낸 고인의 문학정신을 되새기는 자리였다.

    참석한 모든 사람들은 숙연한 마음으로 노산 선생의 삶과 애국정신, 조국 강산의 방방곡곡을 일제의 고문에 의한 후유증으로 아픈 몸을 이끌고 직접 답사 후 작품을 쓴 일, 단 한 번도 정계나 관계에 나간 일 없이 오로지 문인으로서 이순신, 안중근 숭모사업 등 애국심을 기른 일, 선친인 이승규 선생은 창신학교와 교회를 설립한 개화기 마산의 선각자로서 훌륭한 일을 많이 하여 마산시에서 사회장으로 장례를 치렀으며 노산 선생 역시 전 국민의 애도 속에 사회장을 치른 후 국립묘지 국가유공자 제1묘역에 안장됐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노산은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일제에 검거되어 홍원경찰서, 함흥교도소에서 감옥살이를 하며 모진 고문을 겪은 후, 또다시 광양경찰서에 구금되었다가 옥중에서 해방을 맞으셨다는 사실이 명백하게 밝혀졌다. 친일한 일이 없는 애국지사를 친일로 몰아대다가, 다시 3·15의거를 폄하했다고 비난을 하더니 마치 그것이 사실인 줄로 착각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문장은 보는 각도에서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지만, 당시의 조선일보에 대한 기사는 오독됐음이 밝혀졌다. ‘가고파’의 브랜드가 전국에 알려져 있음은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사실이다. 미국에 있는 분이 언론을 통해 보았다며 책을 보내달라고 우송비를 보내와 ‘가고파’ 시조선집을 보냈더니 그 이역만리에서 선생의 가곡을 부르고 노산 시조 낭송회를 하며, 나라 생각에 젖어 향수를 달래며 차회를 가졌다는 감명 깊은 이야기를 전해 왔다.

    노산 선생이 어느 누구보다 마산을 사랑하고 걱정했듯이 윤재근 한양대 명예교수 역시 마산의 명예시민이고자 할 정도로 마산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윤재근 교수는 민주성지 마산시민의 정신을 결코 잘못 말한 것이 아니다. 외려 그는 “3·15의거는 마산을 자랑스럽게 한 북소리이며, 노산의 가고파는 마산을 그립고 사랑스럽게 한 종소리”라고 하였다. 그의 말은 단지 통영을 비롯하여 전국의 지자체가 자기 고장의 특색을 살려 다른 고장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 새벽부터 사람이 북적대고 시장에 손님이 넘치는 곳, 이야기를 통해 자기 고장을 알리려고 노력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마산을 안타까워한 말이다. 국립3·15민주묘지, 노산, 문신, 월영대, 돝섬, 어시장 등을 재생하여 관광 벨트화하고, 활성화하는 관광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자리를 함께한 모든 이들이 공통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사실이다.

    ‘가고파’ 시조선집은 노산의 작품을 가려 뽑아 제작한 것이지 미화하기 위해 만든 책이 아니다. 바른 역사의식이 무엇인지 진정으로 생각해볼 때다. 모든 것을 품어 큰 산이 되듯이 관용하고 포용하며, 내 아이의 고향 마산이 더 크게 발전하고, 따뜻하고 화목한 고장이 되도록 해야 할 때다.

    시대에 편승해 노산을 복원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진실을 바르게 알려고 하지도 않고, 너무나 홀대해 온 노산 선생을 우리는 이제 바르게 알고 존경하며 사랑해야 할 때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하순희(경남시조시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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